트럼프 덕에 큰 UFC…트럼프에 ‘정치적 쇼룸’ 될까?

입력 2020.10.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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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년 전 갈 곳 없던 UFC에 트럼프가 장소 제공
트럼프-UFC 대표는 동반자 관계…선수들 사이에선 엇갈려
“트럼프에게 UFC는 진입장벽 낮은 정치적 홍보 무대”

지난달 19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과 코빙턴의 전화 통화 장면(출처 : 유튜브 ‘ESPN MMA’)지난달 19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과 코빙턴의 전화 통화 장면(출처 : 유튜브 ‘ESPN MMA’)

지난달 19일(현지날짜) 미국 스포츠 채널(ESPN)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깜짝 출연했습니다. 이날 열린 세계적인 격투 대회인 UFC(UFC FIGHT NIGHT)에서 승리한 격투기 선수 콜비 코빙턴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건 겁니다. 이는 예정돼 있지 않았던 일로,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코빙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이날 인터뷰에서 경기와 무관하게 “침묵하는 많은 사람은 이제 소리칠 준비가 됐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패배해 왔다고 생각한다면 11월 3일, 트럼프가 조 바이든을 손에 쥘 때까지 기다리세요. 압도적으로 이길 겁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빙턴과의 깜짝 통화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며 "당신은 올바른 신념을 갖고 있다. 오늘 밤 발언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UFC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UFC 244 대회에 두 아들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와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습니다. 그에 앞서 2018년에는 UFC 대표인 데이나 화이트와 코빙턴을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11월 UFC 뉴욕 대회장에 입장하는 트럼프 대통령2019년 11월 UFC 뉴욕 대회장에 입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UFC 20년 인연…"내 리조트 써"

트럼프 대통령이 UFC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건 UFC와의 두터운 인연 때문입니다.

1993년 처음 개최된 UFC는 한동안 맨손으로 규칙 없이 싸우는, 원초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당시 UFC를 "인간 닭싸움"이라고 비난했고, 미국의 36개 주에서 UFC 개최는 금지됐습니다. UFC의 주 수입원인 유료 방송(PPV) 역시 할 수 없었습니다.

대회를 열 장소조차 찾기 어려웠던 2001년, 트럼프 대통령은 휴양지 애틀랜틱시티에 있는 자신 소유의 리조트를 UFC 대회 장소로 흔쾌히 제공했습니다.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린 대회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UFC 본거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겨 사업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습니다.

지난달 13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 지지연설 중인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지난달 13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 지지연설 중인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일을 거듭 밝히며, 2016년 대선 지지연설에 나섰습니다. 화이트 대표는 지난달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트럼프 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UFC 수장뿐 아니라 크리스 와이드먼, 미샤 테이트 등 챔피언 출신을 비롯한 유명 선수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약 20년 동안 이어진 동반자 관계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UFC는 정치적 선전을 위한 완벽한 스포츠 무대가 됐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분석했습니다.

가디언지는 "운동선수와의 친분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각자의 원칙을 정당화하는 데 중요하다"며 “트럼프에게 UFC는 최소한의 저항으로 정치적 홍보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국적·다인종 모인 UFC…"결코 친 트럼프일 수 없어"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 UFC 선수로부터 공개 저격당하기도 했습니다. 흑인 선수인 타이론 우들리는 지난달 17일(미국 현지날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 흑인 인권 운동 구호인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기자 질의에 대한 모든 답변 끝에서 'BLACK LIVES MATTER'라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나아가 우들리는 'Make Racist Catch The Fade Agian(인종차별자들을 사라지게 하자)'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퍼포먼스였습니다. 더욱이 당시 이 선수는 트럼프의 지지자인 코빙턴과 경기를 앞둔 상태였기 때문에, 이 둘의 충돌 구도는 마치 정치적 대결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7일(현지날짜) 기자회견하는 타이론 우들리(출처 : 유튜브 ‘TheMacLife’)지난달 17일(현지날짜) 기자회견하는 타이론 우들리(출처 : 유튜브 ‘TheMacLife’)

수뇌부와의 친분으로 진입 장벽은 낮지만, 이렇듯 UFC 무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코 우호적일 수 없다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UFC 뉴욕 대회(UFC 244)에 직접 관람 왔을 때 야유 소리가 환호성을 덮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종합 격투기의 변천사가 있습니다.

격투기 전문 기자이자 작가인 조쉬 로젠블랫은 워싱턴포스트지를 통해 "초기 UFC 대회는 비인간적인 잔인함으로 논란을 피할 수 없었지만, 차츰 미국의 예술 형식과 같은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UFC는 '규칙 없는 격투'라는 구호를 버리고 주 체육위원회와 함께 경기 규칙을 다듬었습니다. 체급을 만들고 글러브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박치기와 급소 타격을 금지했습니다. 라운드별 시간제한 규정도 신설됐습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와 코치진들도 진화했습니다. 한 가지 격투 종목이 아닌 세계 각국의 무술을 섭렵해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해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종합적인 격투 기술(Mixed Martial Arts)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의 뛰어난 선수들이 UFC로 모여들었습니다. 정찬성 선수, 김동현 선수 등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선수가 배출됐고 러시아와 호주, 나이지리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선수들이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UFC에서 활동하는 정찬성 선수UFC에서 활동하는 정찬성 선수

로젠블랫은 "재즈나 로큰롤처럼 무수한 전통이 결합해 종합 격투기가 이뤄졌다"며 "문화는 섞여 융합할 때 가장 뛰어나다. 이러한 특징은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분노하는 그 지점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국 다원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UFC로 대표되는 종합 격투기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원칙과의 차이로, 그의 등장은 UFC 선수나 팬들로부터 비난받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가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정치적 이익이 분명한 '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로젠블랫은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중요한 건 사람들이 반응을 하는지 여부일 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냉탕과 온탕을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트럼프의 쇼.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당선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시즌1에 이어 다음 달 마무리될 시즌 2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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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덕에 큰 UFC…트럼프에 ‘정치적 쇼룸’ 될까?
    • 입력 2020-10-04 11:01:15
    취재K
20년 전 갈 곳 없던 UFC에 트럼프가 장소 제공<br />트럼프-UFC 대표는 동반자 관계…선수들 사이에선 엇갈려<br />“트럼프에게 UFC는 진입장벽 낮은 정치적 홍보 무대”
지난달 19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과 코빙턴의 전화 통화 장면(출처 : 유튜브 ‘ESPN MMA’)
지난달 19일(현지날짜) 미국 스포츠 채널(ESPN)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깜짝 출연했습니다. 이날 열린 세계적인 격투 대회인 UFC(UFC FIGHT NIGHT)에서 승리한 격투기 선수 콜비 코빙턴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건 겁니다. 이는 예정돼 있지 않았던 일로,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코빙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이날 인터뷰에서 경기와 무관하게 “침묵하는 많은 사람은 이제 소리칠 준비가 됐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패배해 왔다고 생각한다면 11월 3일, 트럼프가 조 바이든을 손에 쥘 때까지 기다리세요. 압도적으로 이길 겁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빙턴과의 깜짝 통화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며 "당신은 올바른 신념을 갖고 있다. 오늘 밤 발언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UFC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UFC 244 대회에 두 아들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와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했습니다. 그에 앞서 2018년에는 UFC 대표인 데이나 화이트와 코빙턴을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11월 UFC 뉴욕 대회장에 입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UFC 20년 인연…"내 리조트 써"

트럼프 대통령이 UFC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건 UFC와의 두터운 인연 때문입니다.

1993년 처음 개최된 UFC는 한동안 맨손으로 규칙 없이 싸우는, 원초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당시 UFC를 "인간 닭싸움"이라고 비난했고, 미국의 36개 주에서 UFC 개최는 금지됐습니다. UFC의 주 수입원인 유료 방송(PPV) 역시 할 수 없었습니다.

대회를 열 장소조차 찾기 어려웠던 2001년, 트럼프 대통령은 휴양지 애틀랜틱시티에 있는 자신 소유의 리조트를 UFC 대회 장소로 흔쾌히 제공했습니다.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린 대회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UFC 본거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겨 사업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습니다.

지난달 13일(현지날짜) 트럼프 대통령 지지연설 중인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일을 거듭 밝히며, 2016년 대선 지지연설에 나섰습니다. 화이트 대표는 지난달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트럼프 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UFC 수장뿐 아니라 크리스 와이드먼, 미샤 테이트 등 챔피언 출신을 비롯한 유명 선수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약 20년 동안 이어진 동반자 관계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UFC는 정치적 선전을 위한 완벽한 스포츠 무대가 됐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분석했습니다.

가디언지는 "운동선수와의 친분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각자의 원칙을 정당화하는 데 중요하다"며 “트럼프에게 UFC는 최소한의 저항으로 정치적 홍보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국적·다인종 모인 UFC…"결코 친 트럼프일 수 없어"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 UFC 선수로부터 공개 저격당하기도 했습니다. 흑인 선수인 타이론 우들리는 지난달 17일(미국 현지날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 흑인 인권 운동 구호인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고, 기자 질의에 대한 모든 답변 끝에서 'BLACK LIVES MATTER'라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나아가 우들리는 'Make Racist Catch The Fade Agian(인종차별자들을 사라지게 하자)'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퍼포먼스였습니다. 더욱이 당시 이 선수는 트럼프의 지지자인 코빙턴과 경기를 앞둔 상태였기 때문에, 이 둘의 충돌 구도는 마치 정치적 대결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7일(현지날짜) 기자회견하는 타이론 우들리(출처 : 유튜브 ‘TheMacLife’)
수뇌부와의 친분으로 진입 장벽은 낮지만, 이렇듯 UFC 무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코 우호적일 수 없다는 견해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UFC 뉴욕 대회(UFC 244)에 직접 관람 왔을 때 야유 소리가 환호성을 덮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종합 격투기의 변천사가 있습니다.

격투기 전문 기자이자 작가인 조쉬 로젠블랫은 워싱턴포스트지를 통해 "초기 UFC 대회는 비인간적인 잔인함으로 논란을 피할 수 없었지만, 차츰 미국의 예술 형식과 같은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UFC는 '규칙 없는 격투'라는 구호를 버리고 주 체육위원회와 함께 경기 규칙을 다듬었습니다. 체급을 만들고 글러브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박치기와 급소 타격을 금지했습니다. 라운드별 시간제한 규정도 신설됐습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와 코치진들도 진화했습니다. 한 가지 격투 종목이 아닌 세계 각국의 무술을 섭렵해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해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종합적인 격투 기술(Mixed Martial Arts)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의 뛰어난 선수들이 UFC로 모여들었습니다. 정찬성 선수, 김동현 선수 등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선수가 배출됐고 러시아와 호주, 나이지리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선수들이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UFC에서 활동하는 정찬성 선수
로젠블랫은 "재즈나 로큰롤처럼 무수한 전통이 결합해 종합 격투기가 이뤄졌다"며 "문화는 섞여 융합할 때 가장 뛰어나다. 이러한 특징은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분노하는 그 지점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국 다원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UFC로 대표되는 종합 격투기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원칙과의 차이로, 그의 등장은 UFC 선수나 팬들로부터 비난받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가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정치적 이익이 분명한 '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로젠블랫은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중요한 건 사람들이 반응을 하는지 여부일 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냉탕과 온탕을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트럼프의 쇼.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당선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시즌1에 이어 다음 달 마무리될 시즌 2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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