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원 돌고 있는데’ 병원 안 가겠다 끝까지 버틴 트럼프

입력 2020.10.04 (15:18) 수정 2020.10.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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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 병원에 도착해 ‘마린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현지시간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 병원에 도착해 ‘마린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2일 워싱턴DC 인근 월터리드 군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2일 오후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백악관 앞 잔디에서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고 백악관 안에서는 대통령 참모들이 대통령을 헬기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막판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극구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되고 있었지만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라면서 줄곧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하게 될 경우 재선 가도도 불투명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입원을 반대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참모들은 가벼운 증상만 보이는 군 최고통수권자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고, 증상이 악화될 경우 시설이 잘 갖춰진 군 병원에 머무르는 것이 보다 신중한 선택지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고집을 꺾었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병원행이 자칫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출발 시간은 이날 시장이 마감된 후로 정했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현지시각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병원 입원을 위해 ‘마린원’에 탑승하기 직전 취재진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현지시각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병원 입원을 위해 ‘마린원’에 탑승하기 직전 취재진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그는 백악관을 나서기 직전 자신은 매우 건강하다면서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18초짜리 짧은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부축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백악관 잔디밭을 뚜벅뚜벅 걸어가 '마린원'에 탑승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정상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국정 운영 능력이 있음을 언론에 과시하길 원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CNN은 그의 모습이 다소 창백해 보였고 방송사 카메라 앞을 지나칠 때는 여러 번 걸음을 멈췄다고 전했습니다. 검은색 마스크도 착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미열과 코 막힘, 기침 등의 비교적 가벼운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군 병원에 입원한 뒤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을 받은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약은 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돼 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전 백악관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했다고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그의 증상이 알려진 것처럼 가벼운 수준이 아니라 한때 위중한 상황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지시간 3일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현지시간 3일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현지시간 3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지금 호흡기를 쓰지 않고 있다고만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참모들이 매우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바이탈 사인(생명신호)이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었고 앞으로 48시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병원 입원 이틀째인 현지시간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병원 입원 이틀째인 현지시간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자신의 건강에 대한 비서실장의 우려 섞인 발언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격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몇 시간 뒤 자신의 트위터에, 증상이 매우 호전됐으며 유세 일정에 곧 복귀할 것이라는 4분짜리 영상을 직접 올렸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 병원 집무실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사진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데, 미국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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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 병원에 도착해 ‘마린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2일 워싱턴DC 인근 월터리드 군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2일 오후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백악관 앞 잔디에서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고 백악관 안에서는 대통령 참모들이 대통령을 헬기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막판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극구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되고 있었지만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라면서 줄곧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하게 될 경우 재선 가도도 불투명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입원을 반대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참모들은 가벼운 증상만 보이는 군 최고통수권자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고, 증상이 악화될 경우 시설이 잘 갖춰진 군 병원에 머무르는 것이 보다 신중한 선택지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고집을 꺾었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병원행이 자칫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출발 시간은 이날 시장이 마감된 후로 정했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현지시각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병원 입원을 위해 ‘마린원’에 탑승하기 직전 취재진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그는 백악관을 나서기 직전 자신은 매우 건강하다면서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18초짜리 짧은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부축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백악관 잔디밭을 뚜벅뚜벅 걸어가 '마린원'에 탑승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정상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국정 운영 능력이 있음을 언론에 과시하길 원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CNN은 그의 모습이 다소 창백해 보였고 방송사 카메라 앞을 지나칠 때는 여러 번 걸음을 멈췄다고 전했습니다. 검은색 마스크도 착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미열과 코 막힘, 기침 등의 비교적 가벼운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군 병원에 입원한 뒤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을 받은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약은 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돼 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전 백악관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했다고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그의 증상이 알려진 것처럼 가벼운 수준이 아니라 한때 위중한 상황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지시간 3일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현지시간 3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지금 호흡기를 쓰지 않고 있다고만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참모들이 매우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바이탈 사인(생명신호)이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었고 앞으로 48시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병원 입원 이틀째인 현지시간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자신의 건강에 대한 비서실장의 우려 섞인 발언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격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몇 시간 뒤 자신의 트위터에, 증상이 매우 호전됐으며 유세 일정에 곧 복귀할 것이라는 4분짜리 영상을 직접 올렸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리드 군 병원 집무실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사진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데, 미국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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