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푸른 바다 앞에 음식물 쓰레기가”…버려진 일부 야영객 양심에 한숨

입력 2020.10.05 (14:09) 수정 2020.10.05 (14: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가까운 사람끼리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캠핑’ 수요가 많이 늘어났는데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제주 해안 곳곳에서는 텐트나 캠핑카 등을 이용해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야영객들이 금지 장소에서 버젓이 캠핑하면서 뒷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고 떠나버리면 그만인 곳일 수 있지만, 이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텐트 말뚝에 주민들 ‘꽈당’…먹던 음식물 잔디에 버려

지난 3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잔디광장에는 텐트 수십 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눈앞에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선선한 바람에 몸을 흔드는 야자수가 제주의 정취를 더했는데요.

이 잔디광장 앞에는 ‘텐트 및 그물막 등 설치 금지’라는 팻말이 떡하니 설치돼 있었습니다. 인근 야영장 외 공간에서 취사나 야영을 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고, 해수욕장 이용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키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하지만 별다른 단속이 없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텐트 수십 개가 설치돼 있다 보니, 캠핑 금지 구역인지조차 모르고 캠핑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를 본 한 주민은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갈 데가 없는데, 인근 야영장 규모가 작아서 이쪽(잔디광장)까지 오는 건 이해는 된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선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는 지침이 없다 보니 주민들 불만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 말에 따르면, 일부 야영객들이 텐트 고정을 위해 박아 놓은 말뚝을 제대로 뽑지 않고 떠나, 주민들이 말뚝에 걸려 넘어지며 발가락 등이 다치는 사례도 최근 두 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 주민은 “주민들은 산책이나 운동 코스를 바꿔야 할 정도로 불편한 상황이 됐다”며 “안전사고에 대책 없이 텐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불만을 가진 주민들이 많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곳곳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정식 야영장이 아니어서 취사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먹다 남은 음식물을 멋대로 버린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쯤 잔디 곳곳에서 삼겹살이나 라면, 김치 등 음식물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연휴에도 당직 근무를 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아침 시간 이미 한 차례 정화활동을 하고 간 뒤의 풍경이었습니다.


■곳곳에 불 피운 흔적 ‘화재 위험 노출’

같은 날 오후 1시쯤, 제주시 이호동 이호테우해수욕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야영금지 팻말이 무색하게 텐트가 버젓이 펼쳐져 있고, 야영객들이 휩쓸고 간 자리는 어지럽혀져 있었습니다.

지난밤 야영객들이 몰렸던 곳에서는 타다만 숯과 불판, 부탄가스 등 불을 피운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시멘트로 포장된 길뿐 아니라 인근 잔디도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화재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들도 야영객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회 등이 담겨 있던 포장재도 음식물이 담긴 채로 길바닥을 나뒹굴었습니다.

산책하던 인근 주민 주정은 씨는 “제주도는 자연이 제일 중요해서 모두가 다 지켜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기본이 안 돼 있으면 본인이 즐기는 것도 좀 자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주 씨는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위안이 되어주고 있지 않으냐”며 “그걸 좀 오래 두고 즐기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관리 대책 마련 지적도…“흔적 남기지 말아야”

물론 이처럼 양심 없는 야영객들만 있던 건 아닙니다.

같은 날 제주시 김녕해수욕장 야영장에서 만난 주민은 “예전과 달리 야영객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쓰레기를 챙겨 돌아가는 분위기”라며 “가족 단위로 와서 조용하게 즐기다 가니 크게 불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캠핑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캠핑 문화도 지키지 않는 ‘일부’ 야영객들 때문에 캠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야영객들 스스로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연관기사] 코로나19로 늘어난 캠핑객들…버려진 양심에 주민들 한숨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푸른 바다 앞에 음식물 쓰레기가”…버려진 일부 야영객 양심에 한숨
    • 입력 2020-10-05 14:09:44
    • 수정2020-10-05 14:09:52
    취재후·사건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가까운 사람끼리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캠핑’ 수요가 많이 늘어났는데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제주 해안 곳곳에서는 텐트나 캠핑카 등을 이용해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야영객들이 금지 장소에서 버젓이 캠핑하면서 뒷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고 떠나버리면 그만인 곳일 수 있지만, 이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텐트 말뚝에 주민들 ‘꽈당’…먹던 음식물 잔디에 버려

지난 3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잔디광장에는 텐트 수십 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눈앞에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선선한 바람에 몸을 흔드는 야자수가 제주의 정취를 더했는데요.

이 잔디광장 앞에는 ‘텐트 및 그물막 등 설치 금지’라는 팻말이 떡하니 설치돼 있었습니다. 인근 야영장 외 공간에서 취사나 야영을 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고, 해수욕장 이용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키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하지만 별다른 단속이 없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텐트 수십 개가 설치돼 있다 보니, 캠핑 금지 구역인지조차 모르고 캠핑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를 본 한 주민은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갈 데가 없는데, 인근 야영장 규모가 작아서 이쪽(잔디광장)까지 오는 건 이해는 된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선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는 지침이 없다 보니 주민들 불만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 말에 따르면, 일부 야영객들이 텐트 고정을 위해 박아 놓은 말뚝을 제대로 뽑지 않고 떠나, 주민들이 말뚝에 걸려 넘어지며 발가락 등이 다치는 사례도 최근 두 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 주민은 “주민들은 산책이나 운동 코스를 바꿔야 할 정도로 불편한 상황이 됐다”며 “안전사고에 대책 없이 텐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불만을 가진 주민들이 많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곳곳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정식 야영장이 아니어서 취사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먹다 남은 음식물을 멋대로 버린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쯤 잔디 곳곳에서 삼겹살이나 라면, 김치 등 음식물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연휴에도 당직 근무를 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아침 시간 이미 한 차례 정화활동을 하고 간 뒤의 풍경이었습니다.


■곳곳에 불 피운 흔적 ‘화재 위험 노출’

같은 날 오후 1시쯤, 제주시 이호동 이호테우해수욕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야영금지 팻말이 무색하게 텐트가 버젓이 펼쳐져 있고, 야영객들이 휩쓸고 간 자리는 어지럽혀져 있었습니다.

지난밤 야영객들이 몰렸던 곳에서는 타다만 숯과 불판, 부탄가스 등 불을 피운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시멘트로 포장된 길뿐 아니라 인근 잔디도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화재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들도 야영객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회 등이 담겨 있던 포장재도 음식물이 담긴 채로 길바닥을 나뒹굴었습니다.

산책하던 인근 주민 주정은 씨는 “제주도는 자연이 제일 중요해서 모두가 다 지켜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기본이 안 돼 있으면 본인이 즐기는 것도 좀 자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주 씨는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위안이 되어주고 있지 않으냐”며 “그걸 좀 오래 두고 즐기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관리 대책 마련 지적도…“흔적 남기지 말아야”

물론 이처럼 양심 없는 야영객들만 있던 건 아닙니다.

같은 날 제주시 김녕해수욕장 야영장에서 만난 주민은 “예전과 달리 야영객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쓰레기를 챙겨 돌아가는 분위기”라며 “가족 단위로 와서 조용하게 즐기다 가니 크게 불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캠핑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캠핑 문화도 지키지 않는 ‘일부’ 야영객들 때문에 캠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야영객들 스스로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연관기사] 코로나19로 늘어난 캠핑객들…버려진 양심에 주민들 한숨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