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동(洞)단위’ 특별 조치…부산 만덕동,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0.10.05 (17:32) 수정 2020.10.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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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요?

부산 북구 만덕동이 부산 코로나19의 확산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행정구역상 '동' 단위에 특별 방역강화 조치가 내려졌는데요. 9월 1일 이후, 만덕동에서 발생한 관련 확진자가 3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지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 만덕동에서만 한 달 새 관련 확진자 30여 명 속출

만덕동을 찾았습니다. 언뜻 둘러봐선 평소와 크게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지만,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상황이 달라진 듯했습니다.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발생 현황으로 볼 때, 만덕동에서 코로나19의 시작은 한 식당에서였습니다. 지난달 초, 만덕동의 한 고깃집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는데요. 2명, 5명으로 조금씩 늘더니 순식간에 식당 이용자와 접촉자가 16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즈음, 만덕동의 한 목욕탕에서 또 집단 감염이 발발했습니다. 목욕탕을 이용한 확진자가 10명, 그 확진자의 가족 등 접촉 확진자가 5명으로 모두 15명입니다. 이 목욕탕은 이용자가 적지 않은 편이라, 부산시 보건당국이 무려 470여 명에 대한 긴급 역학조사를 벌였습니다.

부산 북구 만덕동의 집단 감염은 이처럼 크게 '식당'과 '목욕탕'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두 곳의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인데 아직 두 장소의 역학 관계나 관련성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 자가격리자만 1,000여 명…주민들 항의 폭발에 행정당국 '한숨'

급기야 부산시가 '만덕동'에 대해 특별 방역강화 조치를 내렸습니다. 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한 것도 이유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자가격리자가 폭증한 겁니다.

만덕동에서 감염자와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은 인원이 1,500명을 넘은 데다 자가격리자도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동선 파악 등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 부산 북구보건소도, 자가격리자 이탈 여부를 관리해야 하는 부산 북구청도 추석 연휴 기간 쏟아진 확진 사태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빗발치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은 중노동에 가깝습니다. 한 북구청 관계자는 '왜 만덕동 관리를 잘하지 못했냐'에서부터 '동선 공개를 왜 빨리하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불만 섞인 민원을 받고 있다 보면 넋이 나갈 지경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가혹하다 생각마시길"…초반 고삐 잡은 부산시

어쨌거나 부산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만덕동'에 대해 방역 기준을 대폭 높였습니다. 부산의 경우 8월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만덕동에서는 2.5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들이 더해진 겁니다.

만덕동 내 소공원 18곳 모두 출입이 금지됐고, 모든 음식점과 제과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마스크 착용은 물론, 방문자 명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영업이 중단되는 집합금지 명령이 발령됩니다. 학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는 8일까지 만덕동 관할의 모든 교육기관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됐는데, 유치원 6곳과 초등학교 6곳, 중학교 3곳과 고등학교 1곳 등 모두 16곳이 적용 대상입니다.

만덕동에 사는 한 주민은 "언론에 만덕동이라는 장소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도배되다시피 거론되는 것이 지역민으로서 매우 불편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도리가 있나. 얼른 이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만덕동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작은 폭풍이 얼른 지나가, 전보다 더 청정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런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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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5 17:32:25
    • 수정2020-10-05 17:33:11
    취재K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요?

부산 북구 만덕동이 부산 코로나19의 확산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행정구역상 '동' 단위에 특별 방역강화 조치가 내려졌는데요. 9월 1일 이후, 만덕동에서 발생한 관련 확진자가 3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지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 만덕동에서만 한 달 새 관련 확진자 30여 명 속출

만덕동을 찾았습니다. 언뜻 둘러봐선 평소와 크게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지만,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상황이 달라진 듯했습니다.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발생 현황으로 볼 때, 만덕동에서 코로나19의 시작은 한 식당에서였습니다. 지난달 초, 만덕동의 한 고깃집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는데요. 2명, 5명으로 조금씩 늘더니 순식간에 식당 이용자와 접촉자가 16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즈음, 만덕동의 한 목욕탕에서 또 집단 감염이 발발했습니다. 목욕탕을 이용한 확진자가 10명, 그 확진자의 가족 등 접촉 확진자가 5명으로 모두 15명입니다. 이 목욕탕은 이용자가 적지 않은 편이라, 부산시 보건당국이 무려 470여 명에 대한 긴급 역학조사를 벌였습니다.

부산 북구 만덕동의 집단 감염은 이처럼 크게 '식당'과 '목욕탕'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두 곳의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인데 아직 두 장소의 역학 관계나 관련성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 자가격리자만 1,000여 명…주민들 항의 폭발에 행정당국 '한숨'

급기야 부산시가 '만덕동'에 대해 특별 방역강화 조치를 내렸습니다. 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한 것도 이유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자가격리자가 폭증한 겁니다.

만덕동에서 감염자와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은 인원이 1,500명을 넘은 데다 자가격리자도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동선 파악 등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 부산 북구보건소도, 자가격리자 이탈 여부를 관리해야 하는 부산 북구청도 추석 연휴 기간 쏟아진 확진 사태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빗발치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은 중노동에 가깝습니다. 한 북구청 관계자는 '왜 만덕동 관리를 잘하지 못했냐'에서부터 '동선 공개를 왜 빨리하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불만 섞인 민원을 받고 있다 보면 넋이 나갈 지경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가혹하다 생각마시길"…초반 고삐 잡은 부산시

어쨌거나 부산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만덕동'에 대해 방역 기준을 대폭 높였습니다. 부산의 경우 8월 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만덕동에서는 2.5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들이 더해진 겁니다.

만덕동 내 소공원 18곳 모두 출입이 금지됐고, 모든 음식점과 제과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마스크 착용은 물론, 방문자 명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영업이 중단되는 집합금지 명령이 발령됩니다. 학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는 8일까지 만덕동 관할의 모든 교육기관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됐는데, 유치원 6곳과 초등학교 6곳, 중학교 3곳과 고등학교 1곳 등 모두 16곳이 적용 대상입니다.

만덕동에 사는 한 주민은 "언론에 만덕동이라는 장소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도배되다시피 거론되는 것이 지역민으로서 매우 불편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도리가 있나. 얼른 이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만덕동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작은 폭풍이 얼른 지나가, 전보다 더 청정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런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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