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집 돈다발,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잠복·미행 총동원 “세금 내!”

입력 2020.10.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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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체납자 추적에 빅데이터 본격 활용
실거주지 파악 : 주소 변동, 사업장 이력,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등 분석
-현장 탐문 전 근무지, 생활 반경 분석 등으로 거주지 특정
은닉 재산 추적 : 전세금 명의 이전, 재산 분할 기록, 친인척 명의 부동산 정보 등 활용


세금을 1억 원 이상 체납하면 '고액 체납자'로 분류됩니다. 상습적으로 세금을 안 낸다, 돈 있는데 세금을 안 낸다 판단되면 국세청이 추적조사에 들어갑니다.

고액 체납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신고된 주소'와 실제 '살고 있는 주소'가 다르다는 건데요. 재산을 숨기거나 강제 징수를 피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말 그대로 '추적'을 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시간이 소요됩니다. 숨겨진 거주지, 재산, 소득...조금 더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없을까, 국세청은 체납자들이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남겨 놓은 발자국들을 모아 '빅데이터' 분석에 들어갔고 추적조사 대상 812명을 찾아냈습니다.


■ 실제 사는 곳은 서울 아파트, 월세는 아내에게...

체납자 A 씨는 서류상 지방에 있는 고향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드 사용, 근무지 등 생활 반경을 분석하니 '그 동네'에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가족 전부가 전입한 생활근거지에서 '생활'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A 씨의 가족은 서울의 고가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었고, 월세 계약은 A 씨 아내 명의로 돼 있었습니다.

배우자에게 집도 팔았습니다. 물론, 집을 양도한 뒤 양도세도 내지 않은 편법 증여였습니다. 양도대금 4억 원을 아내에게 41번 나눠 이체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세청은 A 씨의 집을 수색했고 옷장 가방에서 현금 1억 원을 찾아내는 등 체납액 5억 원을 전액 징수했습니다. A 씨와 배우자는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됐습니다.


드레스룸 가방에서 현금 다발 발견 (현장 수색 당시 증거 사진)드레스룸 가방에서 현금 다발 발견 (현장 수색 당시 증거 사진)

의류사업을 하는 B 씨, 세금을 안 내고 버티다 폐업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 B 씨의 처남이 같은 사업을 하겠다며 등록을 했습니다.

국세청은 친인척의 금융거래 내역, 세금 계산서 발행 내역 등 데이터를 훑었습니다. 분석 기법을 적용하자 B 씨와 처남의 거래처가 같은 데다 매출매입 세금계산서 발행내역 등도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처남의 근무지, 생활 반경이 이 사업장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국세청은 A 씨가 진짜 '사장님'이면서 처남 명의로 위장사업을 한다는 혐의를 확인하고 체납 처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자료는 자료일 뿐...잠복·미행·현장탐문 총동원 "세금 내!"

서울 강남에서 잘나가는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C 씨, 흔히 말하는 고소득 전문직입니다. 그런데 세금이 자꾸 체납됩니다. 금융조회와 수차례 미행, 탐문 끝에 C 씨는 등록된 주소지가 아닌 분당의
290.9㎡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 월세로 살며 비싼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세청은 변호사 사무실과 집을 동시 수색했고 서재 책꽂이 뒤에서 현금 3천6백만 원, 집안 금고의 순금, 차명으로 된 골프회원권, 명의신탁 주식취득계약서, 명품 시계 등을 압류했습니다.

서재 책꽂이에 숨긴 현금 발견(현장 수색 당시 증거 사진)서재 책꽂이에 숨긴 현금 발견(현장 수색 당시 증거 사진)

고액 체납으로 2017년 명단공개까지 된 D 씨도 이번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다는 은닉재산 신고서가 접수된 겁니다.

체납추적팀은 D 씨가 다른 사람 명의로 수입차를 몰고 다니고 경기도의 고급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3개월 동안 잠복과 미행, 현장탐문을 이어간 결과였습니다. 국세청은 지폐 만 달러, 명품시계와 그림 등 1억 원어치를 압류했습니다.

이외에도 한 80대 체납자는 부동산을 팔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산 사람이 수표로 돈을 줬다고 해 집을 수색했더니 서랍장에서 천만 원짜리 수표 3억 2천만 원어치가 발견됐습니다. 소득을 동생 사업대금인 것처럼 꾸며 해외로 송금하거나 법인 부동산을 과거 동거인에게 허위로 넘긴 사례들도 나왔습니다.

■세무서에도 체납추적팀..올해 1조 5천억 원 징수
'고액 체납자 812명 추적조사 실시' 브리핑/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고액 체납자 812명 추적조사 실시' 브리핑/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올해부터 지방청과 지역별 세무서에도 체납추적팀이 신설·운영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가 공유되면서 시간과 인력 투입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으로 28명 중 24명의 실거주지가 추정 장소와 일치해 85%의 적중률을 보였다고 국세청은 설명했습니다.

징수액도 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올해 8월까지 1조 5,055억 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세금을 피하거나 이를 도운 혐의로 290명이 형사고발됐습니다. 앞으로 분석 기법이 더 정밀해지면 징수율은 더 높아지고 징수액은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을 일부러 안 내고 재산을 숨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국민들의 자발적이 신고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국세청은 당부했습니다. 참고로, 체납 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됩니다. 그만큼 숨긴 재산 찾기가 어려운 거겠죠.

빅데이터이든 스몰데이터이든, 어떻게든 찾아낼 테니 돈 많은 분들 제발 세금 제대로 내시라고 한 국세청 직원이 말했습니다. 돈 때문에 빅데이터로 '전 동거인'까지 '신상 털리지' 마시고 세금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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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희 집 돈다발,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잠복·미행 총동원 “세금 내!”
    • 입력 2020-10-05 17:50:48
    취재K
<strong>체납자 추적에 빅데이터 본격 활용<br />실거주지 파악 : 주소 변동, 사업장 이력,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등 분석 <br /> -현장 탐문 전 근무지, 생활 반경 분석 등으로 거주지 특정<br />은닉 재산 추적 : 전세금 명의 이전, 재산 분할 기록, 친인척 명의 부동산 정보 등 활용<br /></strong>

세금을 1억 원 이상 체납하면 '고액 체납자'로 분류됩니다. 상습적으로 세금을 안 낸다, 돈 있는데 세금을 안 낸다 판단되면 국세청이 추적조사에 들어갑니다.

고액 체납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신고된 주소'와 실제 '살고 있는 주소'가 다르다는 건데요. 재산을 숨기거나 강제 징수를 피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말 그대로 '추적'을 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시간이 소요됩니다. 숨겨진 거주지, 재산, 소득...조금 더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없을까, 국세청은 체납자들이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남겨 놓은 발자국들을 모아 '빅데이터' 분석에 들어갔고 추적조사 대상 812명을 찾아냈습니다.


■ 실제 사는 곳은 서울 아파트, 월세는 아내에게...

체납자 A 씨는 서류상 지방에 있는 고향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드 사용, 근무지 등 생활 반경을 분석하니 '그 동네'에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가족 전부가 전입한 생활근거지에서 '생활'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A 씨의 가족은 서울의 고가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었고, 월세 계약은 A 씨 아내 명의로 돼 있었습니다.

배우자에게 집도 팔았습니다. 물론, 집을 양도한 뒤 양도세도 내지 않은 편법 증여였습니다. 양도대금 4억 원을 아내에게 41번 나눠 이체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세청은 A 씨의 집을 수색했고 옷장 가방에서 현금 1억 원을 찾아내는 등 체납액 5억 원을 전액 징수했습니다. A 씨와 배우자는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고발됐습니다.


드레스룸 가방에서 현금 다발 발견 (현장 수색 당시 증거 사진)
의류사업을 하는 B 씨, 세금을 안 내고 버티다 폐업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 B 씨의 처남이 같은 사업을 하겠다며 등록을 했습니다.

국세청은 친인척의 금융거래 내역, 세금 계산서 발행 내역 등 데이터를 훑었습니다. 분석 기법을 적용하자 B 씨와 처남의 거래처가 같은 데다 매출매입 세금계산서 발행내역 등도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처남의 근무지, 생활 반경이 이 사업장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국세청은 A 씨가 진짜 '사장님'이면서 처남 명의로 위장사업을 한다는 혐의를 확인하고 체납 처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자료는 자료일 뿐...잠복·미행·현장탐문 총동원 "세금 내!"

서울 강남에서 잘나가는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C 씨, 흔히 말하는 고소득 전문직입니다. 그런데 세금이 자꾸 체납됩니다. 금융조회와 수차례 미행, 탐문 끝에 C 씨는 등록된 주소지가 아닌 분당의
290.9㎡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 월세로 살며 비싼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세청은 변호사 사무실과 집을 동시 수색했고 서재 책꽂이 뒤에서 현금 3천6백만 원, 집안 금고의 순금, 차명으로 된 골프회원권, 명의신탁 주식취득계약서, 명품 시계 등을 압류했습니다.

서재 책꽂이에 숨긴 현금 발견(현장 수색 당시 증거 사진)
고액 체납으로 2017년 명단공개까지 된 D 씨도 이번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다는 은닉재산 신고서가 접수된 겁니다.

체납추적팀은 D 씨가 다른 사람 명의로 수입차를 몰고 다니고 경기도의 고급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3개월 동안 잠복과 미행, 현장탐문을 이어간 결과였습니다. 국세청은 지폐 만 달러, 명품시계와 그림 등 1억 원어치를 압류했습니다.

이외에도 한 80대 체납자는 부동산을 팔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산 사람이 수표로 돈을 줬다고 해 집을 수색했더니 서랍장에서 천만 원짜리 수표 3억 2천만 원어치가 발견됐습니다. 소득을 동생 사업대금인 것처럼 꾸며 해외로 송금하거나 법인 부동산을 과거 동거인에게 허위로 넘긴 사례들도 나왔습니다.

■세무서에도 체납추적팀..올해 1조 5천억 원 징수
'고액 체납자 812명 추적조사 실시' 브리핑/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올해부터 지방청과 지역별 세무서에도 체납추적팀이 신설·운영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가 공유되면서 시간과 인력 투입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으로 28명 중 24명의 실거주지가 추정 장소와 일치해 85%의 적중률을 보였다고 국세청은 설명했습니다.

징수액도 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올해 8월까지 1조 5,055억 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세금을 피하거나 이를 도운 혐의로 290명이 형사고발됐습니다. 앞으로 분석 기법이 더 정밀해지면 징수율은 더 높아지고 징수액은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을 일부러 안 내고 재산을 숨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국민들의 자발적이 신고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국세청은 당부했습니다. 참고로, 체납 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됩니다. 그만큼 숨긴 재산 찾기가 어려운 거겠죠.

빅데이터이든 스몰데이터이든, 어떻게든 찾아낼 테니 돈 많은 분들 제발 세금 제대로 내시라고 한 국세청 직원이 말했습니다. 돈 때문에 빅데이터로 '전 동거인'까지 '신상 털리지' 마시고 세금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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