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려 놓은 나랏빚, 재정준칙이 ‘치료제’ 될까

입력 2020.10.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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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 발표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
‘곱셈 계산식’ 두고 일부 비판 나와
유연성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 가를 듯

정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 발표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곱셈 계산식' 두고 일부 비판 나와유연성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 가를 듯정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 발표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곱셈 계산식' 두고 일부 비판 나와유연성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 가를 듯

올해 나랏빚(국가채무)은 846조 9천억 원이다. 올해 본예산에선 805조 2천억 원이었는데, 코로나19로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빚이 41조 7천억 원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증가했다. 본예산 기준 39.8%였는데, 4차 추경까지 반영하면 43.9%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나랏빚이 무섭게 늘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오늘(5일)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준칙은 채무비율 등에 대해 일정 기준을 법으로 정해 놓는 것이다. 안 지킨다고 처벌하진 않지만, 꼭 지켜야 할 강력한 약속이다.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

정부는 먼저 재정준칙에 적용할 기준을 제시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로 하기로 했고,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로 정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말 그대로 국가채무가 GDP의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것으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손익까지 포함된 지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국가채무비율 기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성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기준을 60%로 해놓으면 국가채무를 지금보다 크게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4차 추경 기준 43.9%보다 10%포인트 넘게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준칙을 실제 도입하는 2025년 상황을 고려하면 60%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재정지출이 늘어난 영향이) 딱 단년도로 그친다면 다행이겠지만 몇 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파급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2024년도에 국가채무가 50%대 후반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2025년까지는 60% 수준까지 높아지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얘긴데, 5년 사이에 15%포인트 넘게 늘어나는 빠른 속도다. 이 속도를 그대로 두면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나서 몇 년 지나지도 않아 준칙을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채무비율 60%에 다다르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곱셈 활용한 계산식도 제시

정부는 이 두 가지 수치를 적용할 계산식도 만들었다. '(국가채무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을 만족해야 재정준칙을 지키는 게 된다.

정부는 이 식의 의미를 '상호 보완'으로 설명했다. 하나의 지표가 기준을 넘더라도, 다른 지표가 기준을 밑돌면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걸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국가채무비율이 65%, 통합재정수지가 -2.5%이면 국가채무비율은 기준을 넘겼고,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기준을 넘기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재정준칙 계산식에 대입하면 '(65÷60)×(-2.5÷-3)'다. 65÷60=1.0833333333, -2.5÷-3=0.8333333333다. 1.0833333333×0.8333333333=0.9027777777이 나온다. 1보다 작아서 재정준칙을 충족한다.

■"정부 재량 살려두려는 고육지책"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기재부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는 보통 채무 준칙(국가채무비율)과 수지 준칙(통합재정수지)을 같이 따지거나 하나만 따지는데, 두 개를 곱하는 건 우리나라가 최초일 것"이라며 "정부가 자신들의 재량을 살려두려는 궁리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었을 때 통합재정수지를 조절해서 계산식을 충족시키는 건 상호 보완적이 아니라 나랏빚이 늘어간다는 비판을 피해 가는 꼼수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소영 교수도 곱셈을 활용한 계산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당분간 -3%보다 크게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계산식을 이렇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에 곱셈을 활용한 계산식을 쓴 건 이례적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2개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를 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등엔 탄력적 적용

정부는 코로나19 충격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재정준칙 적용을 탄력적으로 하기로 했다. 위기 때 재정 지출이 확대돼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는 걸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위기 때 재정준칙 적용을 탄력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선 앞으로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또, 경기 둔화로 판단되는 경우엔 통합재정수지 비율 기준을 -3%에서 -4%로 1%포인트 늘려서 경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다. 기준 완화는 최장 3년까지만 할 수 있다.

■"재정은 최후의 보루…미래세대에 든든한 재정을"

이런 내용이 담긴 재정준칙은 엄격성보다는 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계산식을 만들면서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 중 하나가 기준을 넘더라도 다른 하나가 넘지 않으면 재정준칙을 지킬 수 있게 한 데다 탄력적 적용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유연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재정준칙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유연성을 적절히 활용하면 재정준칙은 변화무쌍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며 재정 악화를 막는 치료제가 될 것이고, 반대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유연성을 휘두르면 분란만 일으키는 고무줄이 될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브리핑에서 유연성을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재정은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로서 늘 국민 곁에서, 그리고 국가 경제 옆에서 그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그러면서도 우리의 재정 여력을 탄탄하게 축적해 우리의 아들딸에게, 미래세대에게 든든한 재정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정부는 또한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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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가 불려 놓은 나랏빚, 재정준칙이 ‘치료제’ 될까
    • 입력 2020-10-05 18:02:31
    취재K
정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 발표<br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br />‘곱셈 계산식’ 두고 일부 비판 나와<br />유연성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 가를 듯
정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 발표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곱셈 계산식' 두고 일부 비판 나와유연성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 가를 듯
올해 나랏빚(국가채무)은 846조 9천억 원이다. 올해 본예산에선 805조 2천억 원이었는데, 코로나19로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빚이 41조 7천억 원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증가했다. 본예산 기준 39.8%였는데, 4차 추경까지 반영하면 43.9%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나랏빚이 무섭게 늘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오늘(5일)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준칙은 채무비율 등에 대해 일정 기준을 법으로 정해 놓는 것이다. 안 지킨다고 처벌하진 않지만, 꼭 지켜야 할 강력한 약속이다.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

정부는 먼저 재정준칙에 적용할 기준을 제시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로 하기로 했고,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로 정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말 그대로 국가채무가 GDP의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것으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손익까지 포함된 지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국가채무비율 기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성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기준을 60%로 해놓으면 국가채무를 지금보다 크게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4차 추경 기준 43.9%보다 10%포인트 넘게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준칙을 실제 도입하는 2025년 상황을 고려하면 60%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재정지출이 늘어난 영향이) 딱 단년도로 그친다면 다행이겠지만 몇 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파급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2024년도에 국가채무가 50%대 후반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2025년까지는 60% 수준까지 높아지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얘긴데, 5년 사이에 15%포인트 넘게 늘어나는 빠른 속도다. 이 속도를 그대로 두면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나서 몇 년 지나지도 않아 준칙을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채무비율 60%에 다다르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곱셈 활용한 계산식도 제시

정부는 이 두 가지 수치를 적용할 계산식도 만들었다. '(국가채무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을 만족해야 재정준칙을 지키는 게 된다.

정부는 이 식의 의미를 '상호 보완'으로 설명했다. 하나의 지표가 기준을 넘더라도, 다른 지표가 기준을 밑돌면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걸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국가채무비율이 65%, 통합재정수지가 -2.5%이면 국가채무비율은 기준을 넘겼고,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기준을 넘기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재정준칙 계산식에 대입하면 '(65÷60)×(-2.5÷-3)'다. 65÷60=1.0833333333, -2.5÷-3=0.8333333333다. 1.0833333333×0.8333333333=0.9027777777이 나온다. 1보다 작아서 재정준칙을 충족한다.

■"정부 재량 살려두려는 고육지책"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기재부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는 보통 채무 준칙(국가채무비율)과 수지 준칙(통합재정수지)을 같이 따지거나 하나만 따지는데, 두 개를 곱하는 건 우리나라가 최초일 것"이라며 "정부가 자신들의 재량을 살려두려는 궁리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었을 때 통합재정수지를 조절해서 계산식을 충족시키는 건 상호 보완적이 아니라 나랏빚이 늘어간다는 비판을 피해 가는 꼼수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소영 교수도 곱셈을 활용한 계산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당분간 -3%보다 크게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계산식을 이렇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에 곱셈을 활용한 계산식을 쓴 건 이례적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2개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를 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등엔 탄력적 적용

정부는 코로나19 충격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재정준칙 적용을 탄력적으로 하기로 했다. 위기 때 재정 지출이 확대돼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는 걸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위기 때 재정준칙 적용을 탄력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선 앞으로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또, 경기 둔화로 판단되는 경우엔 통합재정수지 비율 기준을 -3%에서 -4%로 1%포인트 늘려서 경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다. 기준 완화는 최장 3년까지만 할 수 있다.

■"재정은 최후의 보루…미래세대에 든든한 재정을"

이런 내용이 담긴 재정준칙은 엄격성보다는 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계산식을 만들면서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 중 하나가 기준을 넘더라도 다른 하나가 넘지 않으면 재정준칙을 지킬 수 있게 한 데다 탄력적 적용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유연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재정준칙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유연성을 적절히 활용하면 재정준칙은 변화무쌍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며 재정 악화를 막는 치료제가 될 것이고, 반대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유연성을 휘두르면 분란만 일으키는 고무줄이 될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브리핑에서 유연성을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재정은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로서 늘 국민 곁에서, 그리고 국가 경제 옆에서 그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그러면서도 우리의 재정 여력을 탄탄하게 축적해 우리의 아들딸에게, 미래세대에게 든든한 재정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정부는 또한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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