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미국은 징역 600년인데…“조주빈과 손정우는?”

입력 2020.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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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0대 남성이 상습적으로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징역 7,200개월, 60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매슈 타일러 밀러(32)는 5살 이하 아동 2명 등을 상대로 성 착취물 백여 개를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밀러의 범행에 대해 미FBI 수사당국은 "충격적이고 끔찍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유년 시절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수사관은 밀러를 아동 포식자(Child predators)라 부르며 600년형을 환영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미국 법원이 부럽다", "조주빈과 손정우가 미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등등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미국에선 인간의 수명보다 많은 징역 600년 선고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영미법, 죄에 따른 형량 '누적'…. 상한선 없어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에서는 피고인이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각 형량을 합산해 선고할 수 있습니다.

소지했거나 제작한 아동 성 착취물도 건별로 형량을 모두 더 해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독일 등 유럽 대륙의 법체계는 피고인이 여러 죄를 저질렀더라도 가장 무거운 형량을 중심으로 선고합니다. 경합범이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도 이 부분에서는 대륙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형법에 따라 가중되는 형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 비교를 해보자면 형량이 최대 1년인 범죄 2건, 3년인 범죄 1건을 저질렀다면 한국에서는 가장 중한 형량인 3년을 기준으로 그 절반 정도까지 가중됩니다. 그러니까 4.5년 정도입니다. 미국이라면 각 범죄 형량이 합산돼 1+1+3 = 최대 5년으로 늘게 되는 셈입니다.

같은 범죄라도 각 국가의 법 체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법 체계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양형기준 강화했지만…."온정적 판결이 문제"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 영상물 사이트'를 다크웹에서 운영한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미국 송환이 불허되면서 만기 출소했습니다.

당시 손정우가 송환돼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공유방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 사건도 여론을 들끓게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29년 3개월까지 선고하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했는데요. 오는 12월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기징역' 보다 '600년 형'을 선고한 이유는

사실 우리의 현 청소년성보호법에는 이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있습니다. 법률은 엄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선고형량은 취지를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등 범죄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심 판사 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211명(31.6%)이 기본 양형으로 '3년형'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현백 김보람 변호사는 "성 착취물 제작과 같은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 온정적인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확정 판결로 인해 범죄자가 형기를 채운 뒤에도 사회적 격리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정우도 현재 사회에 복귀한 상태이며, 조두순도 두 달 뒤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과도 맞닿는 설명입니다. 현재 조두순도 피해자가 거주하던 안산 복귀 뜻을 밝혀 피해자가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김보람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징역 600년을 선고한 것은 일정 형기를 채운 뒤 가석방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 것이며, 아동 성범죄와 같은 범죄자에 대해서는 선처하지 않고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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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6 05:00:42
    팩트체크K
미국의 30대 남성이 상습적으로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징역 7,200개월, 60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매슈 타일러 밀러(32)는 5살 이하 아동 2명 등을 상대로 성 착취물 백여 개를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밀러의 범행에 대해 미FBI 수사당국은 "충격적이고 끔찍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유년 시절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수사관은 밀러를 아동 포식자(Child predators)라 부르며 600년형을 환영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미국 법원이 부럽다", "조주빈과 손정우가 미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등등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미국에선 인간의 수명보다 많은 징역 600년 선고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영미법, 죄에 따른 형량 '누적'…. 상한선 없어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에서는 피고인이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각 형량을 합산해 선고할 수 있습니다.

소지했거나 제작한 아동 성 착취물도 건별로 형량을 모두 더 해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독일 등 유럽 대륙의 법체계는 피고인이 여러 죄를 저질렀더라도 가장 무거운 형량을 중심으로 선고합니다. 경합범이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도 이 부분에서는 대륙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형법에 따라 가중되는 형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 비교를 해보자면 형량이 최대 1년인 범죄 2건, 3년인 범죄 1건을 저질렀다면 한국에서는 가장 중한 형량인 3년을 기준으로 그 절반 정도까지 가중됩니다. 그러니까 4.5년 정도입니다. 미국이라면 각 범죄 형량이 합산돼 1+1+3 = 최대 5년으로 늘게 되는 셈입니다.

같은 범죄라도 각 국가의 법 체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법 체계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양형기준 강화했지만…."온정적 판결이 문제"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 영상물 사이트'를 다크웹에서 운영한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미국 송환이 불허되면서 만기 출소했습니다.

당시 손정우가 송환돼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공유방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 사건도 여론을 들끓게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29년 3개월까지 선고하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했는데요. 오는 12월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기징역' 보다 '600년 형'을 선고한 이유는

사실 우리의 현 청소년성보호법에는 이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있습니다. 법률은 엄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선고형량은 취지를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등 범죄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심 판사 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211명(31.6%)이 기본 양형으로 '3년형'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현백 김보람 변호사는 "성 착취물 제작과 같은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 온정적인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확정 판결로 인해 범죄자가 형기를 채운 뒤에도 사회적 격리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정우도 현재 사회에 복귀한 상태이며, 조두순도 두 달 뒤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과도 맞닿는 설명입니다. 현재 조두순도 피해자가 거주하던 안산 복귀 뜻을 밝혀 피해자가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김보람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징역 600년을 선고한 것은 일정 형기를 채운 뒤 가석방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 것이며, 아동 성범죄와 같은 범죄자에 대해서는 선처하지 않고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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