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내도 되는 통신요금 年 1조 2천억 원…‘통신비 절감’ 손 놓은 과기부

입력 2020.10.06 (21:35) 수정 2020.10.0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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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선택 약정 할인'이라고 아시나요?

휴대전화를 살 때 단말기 값을 할인받는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한 제도로, 통신요금의 25%, 4분의 1을 깎아줍니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약정', 가입자가 약정 기간인 12개월 또는 24개월에 한 번씩 "요금 할인을 계속 받겠다"고 이동통신사에 알려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할인 혜택은 즉시 박탈되고, 안 내도 되는 요금을 다 내야 되는 겁니다.

KBS가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이런 가입자가 지난 8월 기준으로 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천 만 명이, 한 달 1만 원 가까이씩 아낄 수 있었던 것인데요,

오승목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달 받은 요금 고지서.

선택약정할인 대상이었는데, 한 푼도 할인받지 못했습니다.

1년 전, 재약정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 가입자 : "(기자가)지금 말씀해주시는 것을 듣고 나니까 (알게 됐어요.) 뭔가 제가 확인을 제대로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 같아요."]

6만 5천 원 요금제를 쓰고 있는 이 가입자가 1년간 할인 받지 못한 금액을 계산해보니 19만 5천 원가량, 석 달 치 요금을 더 낸 셈입니다.

이런 가입자들, 얼마나 될까.

이동통신 3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할인 못 받고 있는 가입자들, 모두 1,200만 명이었습니다.

전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10명 가운데 3명꼴인데, 특히 절반은 1년 이상 할인 못 받고 요금을 더 냈습니다.

이 1,200만 명이 8월 한 달 더 낸 요금은 모두 1,060억 원, 한 명당 월 만 원 가까이 더 낸 건데, 이대로 방치된다면, 이통사가 1년간, 추가로 거둬가는 요금은 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약정 할인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재약정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통사가 재약정 시기를 문자 등으로 알려와도, 광고 문자로 여겨 넘기기 일쑤.

지나가면 그뿐입니다.

[김기현/경기 성남시 분당구 : "이게 그때 이런 내용이었구나... 받을 수 있었는데 못 받은 거에 대해서 아쉬움이 좀 크죠. 사실은."]

요금 정책을 관할하는 과기부, 미래부였던 4년 전,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이런 '선택약정할인'의 맹점을 지적받았는데도,

[과기부 관계자/음성변조 : "(과기부가 왜 이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지..그게 좀 궁금해서) 네..."]

여전히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파악 못 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요. 서둘러서 현황파악도 하고 홍보를 제대로 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는 3년 전,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며 통신비 인하 대책의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이개호/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장/2017.6.22 : "요금 할인 가입자 증가에 따라서 연 1조 원의 추가적인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조 원 '절감 효과'는 커녕, 그만큼 국민들 지갑에서 돈이 더 나가는 셈입니다.

최근 4차 추경에 반영된 통신비 지원 예산은 4천억 원, 법에 규정된 혜택만 제대로 보장됐다면, 가계 통신비 부담은 더 낮출 수 있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강민수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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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내도 되는 통신요금 年 1조 2천억 원…‘통신비 절감’ 손 놓은 과기부
    • 입력 2020-10-06 21:35:24
    • 수정2020-10-06 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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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선택 약정 할인'이라고 아시나요?

휴대전화를 살 때 단말기 값을 할인받는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한 제도로, 통신요금의 25%, 4분의 1을 깎아줍니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약정', 가입자가 약정 기간인 12개월 또는 24개월에 한 번씩 "요금 할인을 계속 받겠다"고 이동통신사에 알려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할인 혜택은 즉시 박탈되고, 안 내도 되는 요금을 다 내야 되는 겁니다.

KBS가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이런 가입자가 지난 8월 기준으로 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천 만 명이, 한 달 1만 원 가까이씩 아낄 수 있었던 것인데요,

오승목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달 받은 요금 고지서.

선택약정할인 대상이었는데, 한 푼도 할인받지 못했습니다.

1년 전, 재약정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 가입자 : "(기자가)지금 말씀해주시는 것을 듣고 나니까 (알게 됐어요.) 뭔가 제가 확인을 제대로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 같아요."]

6만 5천 원 요금제를 쓰고 있는 이 가입자가 1년간 할인 받지 못한 금액을 계산해보니 19만 5천 원가량, 석 달 치 요금을 더 낸 셈입니다.

이런 가입자들, 얼마나 될까.

이동통신 3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할인 못 받고 있는 가입자들, 모두 1,200만 명이었습니다.

전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10명 가운데 3명꼴인데, 특히 절반은 1년 이상 할인 못 받고 요금을 더 냈습니다.

이 1,200만 명이 8월 한 달 더 낸 요금은 모두 1,060억 원, 한 명당 월 만 원 가까이 더 낸 건데, 이대로 방치된다면, 이통사가 1년간, 추가로 거둬가는 요금은 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약정 할인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재약정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통사가 재약정 시기를 문자 등으로 알려와도, 광고 문자로 여겨 넘기기 일쑤.

지나가면 그뿐입니다.

[김기현/경기 성남시 분당구 : "이게 그때 이런 내용이었구나... 받을 수 있었는데 못 받은 거에 대해서 아쉬움이 좀 크죠. 사실은."]

요금 정책을 관할하는 과기부, 미래부였던 4년 전,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이런 '선택약정할인'의 맹점을 지적받았는데도,

[과기부 관계자/음성변조 : "(과기부가 왜 이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지..그게 좀 궁금해서) 네..."]

여전히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의원 :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파악 못 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고요. 서둘러서 현황파악도 하고 홍보를 제대로 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는 3년 전,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며 통신비 인하 대책의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이개호/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장/2017.6.22 : "요금 할인 가입자 증가에 따라서 연 1조 원의 추가적인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조 원 '절감 효과'는 커녕, 그만큼 국민들 지갑에서 돈이 더 나가는 셈입니다.

최근 4차 추경에 반영된 통신비 지원 예산은 4천억 원, 법에 규정된 혜택만 제대로 보장됐다면, 가계 통신비 부담은 더 낮출 수 있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강민수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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