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버지·삼촌 밑에서 병역특례…교수의 불공정한 가족 사랑

입력 2020.10.07 (07:00) 수정 2020.10.07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병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나 친인척이 좀 더 수월하게 군 복무 혹은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공정으로 다가옵니다.

군 대체복무 가운데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습니다. 이공계 석·박사가 기업과 대학에서 계속 연구하면서도 군 복무를 인정 받습니다. 대체복무의 불공정 시비를 없애고자 여러 상피·회피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팔이 안으로 굽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병천 교수 조카, 군 대체복무도 삼촌 연구실에서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조카 A 씨는 2017년부터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조카 A 씨가 대체복무를 한 곳은 삼촌인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이 된 A 씨를 관리하는 책임자는 이병천 교수였습니다.

이병천 교수가 조카의 기본적인 출결부터 연구 실적까지 대체복무의 모든 사항을 관리하게 된 겁니다. 친인척이 관리하는 만큼 대체복무요원의 관리가 부실해질 가능성도 큽니다.


[연관기사][뉴스7] 대학원뿐 아니라 대체복무까지 편의…이병천 교수의 ‘조카 사랑’ (2020.10.06)

사실 이병천 교수와 같은 사례는 굉장히 드문 경우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탄희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서울대의 전문연구요원 1,629명 가운데 관리 책임자와 연구요원이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는 이병천 교수와 조카 A 씨뿐이었습니다.

조사 범위를 더 넓혀봤습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10개 대학원의 5년간 전문연구요원 2.965명 가운데 이병천 교수와 같은 사례는 경상대의 손 모 교수 사례가 있습니다. 손 모 교수는 아들이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병역법에는 친인척 제한은 '기업 대표이사'만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병역법에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병역법에는 기업 대표이사의 4촌 이내 친인척은 해당 기업에 전문연구요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는 별다른 조항이 없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지도교수를 대표이사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에선 전문연구요원의 관리 책임자가 4촌 이내 친인척인지 아닌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카이스트 대학원생 2명이 교수인 아버지 연구실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한 사실이 지적됐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원들은 지도교수 지침을 바꿔 4촌 이내 친인척이 전문연구요원을 관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관리하는 일반 대학원의 경우는 이 지침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병역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탄희 의원 / 국회 교육위원회
"비유하자면 군대에서 직속 상관이 아버지나 삼촌인 경우이거나, 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아버지나 삼촌인 경우와 같습니다. 공정성 시비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단 병역법을 개정해 4촌 이내 혈족이면 지도교수가 전문요원으로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병천 교수 조카의 관리 책임자, KBS 보도 이후 갑자기 바뀌어

이병천 교수는 조카의 전문연구요원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카 A 씨의 관리 책임자는 지난해 5월 이병천 교수에서 다른 교수로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KBS가 지난해 이병천 교수에 대한 여러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직후입니다.

[연관기사][뉴스9][단독] “아들에 조카들까지”…‘가족 연구실’ 만든 이병천 교수 (2019.05.22)

서울대 수의대 한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나중에 인식한 것 같다. 어떻게 진행된 건지는 우리가 파악이 잘 안 되고 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문제 파악과 적절한 회피 조처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경상대 손 모 교수는 "아들이 1년 반 정도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복무규정을 지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지도교수를 바꿀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해 전문연구요원은 총 2,200명 규모입니다. 그중 대학과 과학기술원에서 뽑는 전문연구요원은 1,000명 수준입니다.

이공계 석·박사 연구진들이 원하는 연구를 지속하면서 군 복무도 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친인척이 교수라는 이유로 손쉽게 병역특례까지 챙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법률 개정과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아버지·삼촌 밑에서 병역특례…교수의 불공정한 가족 사랑
    • 입력 2020-10-07 07:00:11
    • 수정2020-10-07 07:00:33
    취재후·사건후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병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나 친인척이 좀 더 수월하게 군 복무 혹은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공정으로 다가옵니다.

군 대체복무 가운데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습니다. 이공계 석·박사가 기업과 대학에서 계속 연구하면서도 군 복무를 인정 받습니다. 대체복무의 불공정 시비를 없애고자 여러 상피·회피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팔이 안으로 굽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병천 교수 조카, 군 대체복무도 삼촌 연구실에서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조카 A 씨는 2017년부터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조카 A 씨가 대체복무를 한 곳은 삼촌인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이 된 A 씨를 관리하는 책임자는 이병천 교수였습니다.

이병천 교수가 조카의 기본적인 출결부터 연구 실적까지 대체복무의 모든 사항을 관리하게 된 겁니다. 친인척이 관리하는 만큼 대체복무요원의 관리가 부실해질 가능성도 큽니다.


[연관기사][뉴스7] 대학원뿐 아니라 대체복무까지 편의…이병천 교수의 ‘조카 사랑’ (2020.10.06)

사실 이병천 교수와 같은 사례는 굉장히 드문 경우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탄희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서울대의 전문연구요원 1,629명 가운데 관리 책임자와 연구요원이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는 이병천 교수와 조카 A 씨뿐이었습니다.

조사 범위를 더 넓혀봤습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10개 대학원의 5년간 전문연구요원 2.965명 가운데 이병천 교수와 같은 사례는 경상대의 손 모 교수 사례가 있습니다. 손 모 교수는 아들이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병역법에는 친인척 제한은 '기업 대표이사'만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병역법에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병역법에는 기업 대표이사의 4촌 이내 친인척은 해당 기업에 전문연구요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는 별다른 조항이 없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지도교수를 대표이사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에선 전문연구요원의 관리 책임자가 4촌 이내 친인척인지 아닌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카이스트 대학원생 2명이 교수인 아버지 연구실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한 사실이 지적됐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원들은 지도교수 지침을 바꿔 4촌 이내 친인척이 전문연구요원을 관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관리하는 일반 대학원의 경우는 이 지침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병역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탄희 의원 / 국회 교육위원회
"비유하자면 군대에서 직속 상관이 아버지나 삼촌인 경우이거나, 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아버지나 삼촌인 경우와 같습니다. 공정성 시비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단 병역법을 개정해 4촌 이내 혈족이면 지도교수가 전문요원으로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병천 교수 조카의 관리 책임자, KBS 보도 이후 갑자기 바뀌어

이병천 교수는 조카의 전문연구요원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카 A 씨의 관리 책임자는 지난해 5월 이병천 교수에서 다른 교수로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KBS가 지난해 이병천 교수에 대한 여러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직후입니다.

[연관기사][뉴스9][단독] “아들에 조카들까지”…‘가족 연구실’ 만든 이병천 교수 (2019.05.22)

서울대 수의대 한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나중에 인식한 것 같다. 어떻게 진행된 건지는 우리가 파악이 잘 안 되고 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문제 파악과 적절한 회피 조처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경상대 손 모 교수는 "아들이 1년 반 정도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복무규정을 지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지도교수를 바꿀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해 전문연구요원은 총 2,200명 규모입니다. 그중 대학과 과학기술원에서 뽑는 전문연구요원은 1,000명 수준입니다.

이공계 석·박사 연구진들이 원하는 연구를 지속하면서 군 복무도 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친인척이 교수라는 이유로 손쉽게 병역특례까지 챙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법률 개정과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