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만 산다”, 1,300만 원 ‘짝퉁’ 가방…누가, 왜 샀나?

입력 2020.10.07 (14:00) 수정 2020.10.07 (14: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중 명품'…'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

명품(名品)은 본래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고가의 사치재를 뜻하는 말로 흔히 통용된다. 예전 드라마에서도 나왔듯이 "유럽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환상 때문일 것이다.

그런 명품 가운데 '명품 중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H'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버킨 백'이 영국 여배우의 이름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개당 가격이 기본 수천만 원을 호가하고 억대 가방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인기 제품의 경우 대기 명단이 워낙 길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으로도 불리는데, 이러다 보니 '뇌물' 사건에도 종종 이름을 올리곤 한다.

■ 짝퉁 가방이 1,300만 원…전문직·부유층 여성이 주 고객

명품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짝퉁'이 있다. 갖고 싶지만 비싸서 혹은 다른 이유로 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H 브랜드 짝퉁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착용하고 다녀도 사람들이 위조품인지 몰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짝퉁을 사는 것이라면, 일반인이 H 브랜드 짝퉁을 들고 다니는 것은 소위 말해 너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억' 소리 나다 보니 진품을 들고 다녀도 "이거 짝퉁 아냐?" 물어보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 H 브랜드 짝퉁은 전문직, 부유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유통된다. 이른바 '회원제 사이트'를 통해서다.


A 씨(38세) 남매도 이 경로를 충실히 따랐다. A 씨 남매는 2015년부터 위조품 판매 사이트를 회원제로 운영하며 선주문·결제 후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특송화물로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주요 고객은 현직 의사나 대학교수 등 전문직 그리고 부유층 여성이었다.

이들이 만든 짝퉁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진품과 다름없는 '특S급 짝퉁'을 자신했기 때문이다. 정품이 1억천만 원이나 하는 '버킨 와니' 가방은 1,300만 원에, 정품 시가 1,700만 원인 '버킨 백'과 '켈리 백'은 300만 원에 판매했다.

짝퉁 가격이 G사, P사 같은 보통의 명품 가격을 뛰어넘다 보니 AS도 철저했다.

이런 식으로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며 A 씨 남매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유명해졌고, 모두 시가 290억 원어치의 짝퉁을 국내 시장에 불법 유통할 수 있었다.



■ 짝퉁 판매업자의 명품 같은 삶…영원할 수는 없다.

짝퉁을 판매하지만 A 씨 남매의 삶은 짝퉁이 아니었다. 남들은 한 대도 갖기 어려운 고급 외제 차를 3대(포르쉐, 벤츠, 랜드로버)나 구매하며 화려한 삶을 살았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판매 대금을 받는 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반복적으로 현금을 출금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도 숨기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유명세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판매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A 씨 남매는 '관세법'과 '상표법',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본부세관에 검거됐다.

이제 해외 제조와 밀수, 국내 유통의 총책임자인 A 씨는 구속, A 씨를 도운 여동생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서울본부세관은 또, 모조품 제작 장비 등을 압수하고 위조품 판매에 따른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이들의 차량 3대와 은행 계좌도 몰수 보전 조치했다.

지금도 짝퉁을 통해 누군가는 대리 만족을 느끼고 누군가는 화려한 삶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짝퉁으로 만들어진 삶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A 씨 남매의 허무한 결말이 남기는 교훈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회원만 산다”, 1,300만 원 ‘짝퉁’ 가방…누가, 왜 샀나?
    • 입력 2020-10-07 14:00:38
    • 수정2020-10-07 14:13:21
    취재K

■ '명품 중 명품'…'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

명품(名品)은 본래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고가의 사치재를 뜻하는 말로 흔히 통용된다. 예전 드라마에서도 나왔듯이 "유럽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환상 때문일 것이다.

그런 명품 가운데 '명품 중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H'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버킨 백'이 영국 여배우의 이름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개당 가격이 기본 수천만 원을 호가하고 억대 가방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인기 제품의 경우 대기 명단이 워낙 길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으로도 불리는데, 이러다 보니 '뇌물' 사건에도 종종 이름을 올리곤 한다.

■ 짝퉁 가방이 1,300만 원…전문직·부유층 여성이 주 고객

명품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짝퉁'이 있다. 갖고 싶지만 비싸서 혹은 다른 이유로 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H 브랜드 짝퉁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착용하고 다녀도 사람들이 위조품인지 몰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짝퉁을 사는 것이라면, 일반인이 H 브랜드 짝퉁을 들고 다니는 것은 소위 말해 너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억' 소리 나다 보니 진품을 들고 다녀도 "이거 짝퉁 아냐?" 물어보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 H 브랜드 짝퉁은 전문직, 부유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유통된다. 이른바 '회원제 사이트'를 통해서다.


A 씨(38세) 남매도 이 경로를 충실히 따랐다. A 씨 남매는 2015년부터 위조품 판매 사이트를 회원제로 운영하며 선주문·결제 후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특송화물로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주요 고객은 현직 의사나 대학교수 등 전문직 그리고 부유층 여성이었다.

이들이 만든 짝퉁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진품과 다름없는 '특S급 짝퉁'을 자신했기 때문이다. 정품이 1억천만 원이나 하는 '버킨 와니' 가방은 1,300만 원에, 정품 시가 1,700만 원인 '버킨 백'과 '켈리 백'은 300만 원에 판매했다.

짝퉁 가격이 G사, P사 같은 보통의 명품 가격을 뛰어넘다 보니 AS도 철저했다.

이런 식으로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며 A 씨 남매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유명해졌고, 모두 시가 290억 원어치의 짝퉁을 국내 시장에 불법 유통할 수 있었다.



■ 짝퉁 판매업자의 명품 같은 삶…영원할 수는 없다.

짝퉁을 판매하지만 A 씨 남매의 삶은 짝퉁이 아니었다. 남들은 한 대도 갖기 어려운 고급 외제 차를 3대(포르쉐, 벤츠, 랜드로버)나 구매하며 화려한 삶을 살았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판매 대금을 받는 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반복적으로 현금을 출금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도 숨기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유명세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판매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A 씨 남매는 '관세법'과 '상표법',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본부세관에 검거됐다.

이제 해외 제조와 밀수, 국내 유통의 총책임자인 A 씨는 구속, A 씨를 도운 여동생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서울본부세관은 또, 모조품 제작 장비 등을 압수하고 위조품 판매에 따른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이들의 차량 3대와 은행 계좌도 몰수 보전 조치했다.

지금도 짝퉁을 통해 누군가는 대리 만족을 느끼고 누군가는 화려한 삶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짝퉁으로 만들어진 삶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A 씨 남매의 허무한 결말이 남기는 교훈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