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 깨서 마스크 기부한 4남매마저…안타까움 더한 ‘양지마을 집단감염’

입력 2020.10.07 (14:32) 수정 2020.10.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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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 정우면 양지마을

전북 정읍 정우면 양지마을

■ ‘저금통 깨서 마스크 기부’ 4남매의 안타까운 코로나 감염

코로나 19 확산이 계속되던 올해 4월, 전북 정읍의 한 농촌 마을에 살던 어린이들이 면사무소를 찾았습니다. 4남매인 이 어린이들은 면사무소에 마스크 500장을 기부했습니다. ‘자금의 출처’는 저금통. 그동안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을 ‘마스크 기부’에 쓰기 위해 저금통을 깼습니다. 공무원 등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모든 사람과 마을 어르신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4남매의 마음 따뜻한 기부였습니다.

그리고 6개월 가까이 흘렀습니다. 추석 연휴 다음 날인 5일, 이 농촌 마을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전북 133번째 확진자인 이 30대 여성은 다름 아니라 마스크를 기부한 이 4남매의 엄마입니다.

전북 133번 확진자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일부터 이틀에 걸쳐 시댁, 친정식구 등을 만났고 방역 당국의 검사 결과 이 가운데 7명이 확진자 명단에 추가됐습니다. 133번 확진자의 자녀인 4남매도 코로나 19 확진자에 포함됐습니다. 방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아끼던 저금통을 깼던 고사리손마저 코로나 19에 감염된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어려움 드려 죄송합니다.”

확진자가 연이어 나와 이동 통제된 양지마을확진자가 연이어 나와 이동 통제된 양지마을

지금 전북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에서는 확진자 8명이 나온 가족 간 감염에 이어 주민들도 연이어 양성 판정을 받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보건당국이 가족 내 최초 확진자로 추정하는 사람은 전북 140번째 확진자로, 앞서 확진된 133번째 확진자의 친정오빠입니다. 보건당국은 친정오빠도 그동안 같은 정읍에 살고 있었는데, 최근 서울에 잠시 거주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는 이 마을에 대해 정읍시는 이동 제한조치를 내렸습니다. 이곳에 사는 마을 주민 100여 명은 당분간 이웃과 접촉할 수 없고, 마을 밖 이동도 금지됩니다. 마을로 통하는 도로 5곳은 통제됐고 공무원들이 계속 상주하며 상황을 관리합니다.

정읍시 공무원과 A 씨의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정읍시 공무원과 A 씨의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이런 가운데 정읍시 소속 공무원이 6일 아침, 평소 알고 지내던 이 마을의 한 남성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남성은 133번 확진자의 남편이자 ‘마스크 기부’ 4남매의 아빠이기도 한 A 씨입니다.

가족들의 잇따른 감염으로 상심한 A 씨에게 이 공무원은 “얼마나 고생이 많냐. 힘내라”고 위로합니다. A 씨는 도리어 마을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답했습니다. “세심하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행정에 어려움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확진자가 더 안 나오도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모님과 아들·딸을 비롯해 일가족의 건강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지역 사회에 확진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 유례없는 가족 간 감염에 마을 주민도 “안타깝고 걱정된다”

굳게 닫혀 있는 양지마을 경로당굳게 닫혀 있는 양지마을 경로당

전북 정읍 양지마을은 특정 성씨가 많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느 농촌 마을의 모습처럼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주로 살고 주민들은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133번 확진자인 30대 여성과 남편 A 씨는 이 마을의 유일한 ‘젊은이’라고 합니다. 귀농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마을 행사가 있으면 흔쾌히 나서 일손을 더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사소한 일도 도와 많은 이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마을 주민과 정읍시 공무원은 전했습니다.

“그 집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어. 많이 걱정되지, 바로 옆집인데.” 평화로웠던 양지마을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유례없는 이동제한 조치까지 내려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 가족을 원망하지 않고 그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 같은 집안이나 마찬가지라 명절에도 서로 다 인사 다니는 마을이거든.” 마을 주민들은 이 가족들이 겪을 고통에 비한다면 자신들의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일가족의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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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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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7 14: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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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 정우면 양지마을

■ ‘저금통 깨서 마스크 기부’ 4남매의 안타까운 코로나 감염

코로나 19 확산이 계속되던 올해 4월, 전북 정읍의 한 농촌 마을에 살던 어린이들이 면사무소를 찾았습니다. 4남매인 이 어린이들은 면사무소에 마스크 500장을 기부했습니다. ‘자금의 출처’는 저금통. 그동안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을 ‘마스크 기부’에 쓰기 위해 저금통을 깼습니다. 공무원 등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모든 사람과 마을 어르신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4남매의 마음 따뜻한 기부였습니다.

그리고 6개월 가까이 흘렀습니다. 추석 연휴 다음 날인 5일, 이 농촌 마을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전북 133번째 확진자인 이 30대 여성은 다름 아니라 마스크를 기부한 이 4남매의 엄마입니다.

전북 133번 확진자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일부터 이틀에 걸쳐 시댁, 친정식구 등을 만났고 방역 당국의 검사 결과 이 가운데 7명이 확진자 명단에 추가됐습니다. 133번 확진자의 자녀인 4남매도 코로나 19 확진자에 포함됐습니다. 방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아끼던 저금통을 깼던 고사리손마저 코로나 19에 감염된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어려움 드려 죄송합니다.”

확진자가 연이어 나와 이동 통제된 양지마을
지금 전북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에서는 확진자 8명이 나온 가족 간 감염에 이어 주민들도 연이어 양성 판정을 받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보건당국이 가족 내 최초 확진자로 추정하는 사람은 전북 140번째 확진자로, 앞서 확진된 133번째 확진자의 친정오빠입니다. 보건당국은 친정오빠도 그동안 같은 정읍에 살고 있었는데, 최근 서울에 잠시 거주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는 이 마을에 대해 정읍시는 이동 제한조치를 내렸습니다. 이곳에 사는 마을 주민 100여 명은 당분간 이웃과 접촉할 수 없고, 마을 밖 이동도 금지됩니다. 마을로 통하는 도로 5곳은 통제됐고 공무원들이 계속 상주하며 상황을 관리합니다.

정읍시 공무원과 A 씨의 카카오톡 대화 재구성
이런 가운데 정읍시 소속 공무원이 6일 아침, 평소 알고 지내던 이 마을의 한 남성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남성은 133번 확진자의 남편이자 ‘마스크 기부’ 4남매의 아빠이기도 한 A 씨입니다.

가족들의 잇따른 감염으로 상심한 A 씨에게 이 공무원은 “얼마나 고생이 많냐. 힘내라”고 위로합니다. A 씨는 도리어 마을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답했습니다. “세심하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행정에 어려움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확진자가 더 안 나오도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모님과 아들·딸을 비롯해 일가족의 건강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지역 사회에 확진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 유례없는 가족 간 감염에 마을 주민도 “안타깝고 걱정된다”

굳게 닫혀 있는 양지마을 경로당
전북 정읍 양지마을은 특정 성씨가 많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느 농촌 마을의 모습처럼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주로 살고 주민들은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133번 확진자인 30대 여성과 남편 A 씨는 이 마을의 유일한 ‘젊은이’라고 합니다. 귀농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마을 행사가 있으면 흔쾌히 나서 일손을 더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사소한 일도 도와 많은 이들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마을 주민과 정읍시 공무원은 전했습니다.

“그 집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어. 많이 걱정되지, 바로 옆집인데.” 평화로웠던 양지마을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유례없는 이동제한 조치까지 내려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 가족을 원망하지 않고 그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 같은 집안이나 마찬가지라 명절에도 서로 다 인사 다니는 마을이거든.” 마을 주민들은 이 가족들이 겪을 고통에 비한다면 자신들의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일가족의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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