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나 기억하지”…다시 떠오른 7년 전 악몽

입력 2020.10.07 (15:58) 수정 2020.10.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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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기억하니. 나에게 사과할 거 있지 않냐"
지난 3월 고등학생인 A(18) 군은 친구 B 군 집을 찾아가 B 군에게 이같이 물었다.

하지만 B 군은 "무슨 일이냐"며 기억하지 못했다. B 군의 대답에 화가 난 A 군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B 군의 가슴과 복부 등 11곳을 찔렀다. 갑작스럽게 봉변을 당한 B 군은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직 미성년자인 A 군은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시간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같은 영어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 다니면서 A 군은 B 군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이후 인연이 끊어졌던 두 사람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만났고 A 군은 B 군을 보게 되자 그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에 A 군은 주변을 통해 B 군의 주소를 알아내 사과를 받기 위해 B 군 집을 찾았지만, B 군이 기억하지 못하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벌인 것이었다.

결국, A 군은 특수상해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A 군에게 "징역 장기 3년ㆍ단기 2년"을 선고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따라 A 군은 최소 2년은 반드시 징역형을 살아야 하고 수감 생활 태도 등에 따라 2~3년 사이에서 최종형이 결정된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찌른 부위 대부분이 일반적인 급소에 해당할 뿐 아니라 실제로 피해자는 폐가 찢어지고 심장 부근까지 상처를 입는 등 범행의 위험성이 매우 컸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A 군 측은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김대성 부장판사)는 1심의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A 군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군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함께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시절 받았던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우울증 등을 겪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인이 현관문을 열고 나온 피해자를 보자마자 상해를 가한 것은 아니고, 피해자에게 과거의 괴롭힘에 대해 사과를 먼저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자 이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후 B 군의 동생에게 119신고를 요청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이미 5개월이 넘는 기간 수감생활을 통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현재 병원에서 퇴원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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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나 기억하지”…다시 떠오른 7년 전 악몽
    • 입력 2020-10-07 15:58:33
    • 수정2020-10-07 20:10:26
    취재후·사건후
"너 나 기억하니. 나에게 사과할 거 있지 않냐"
지난 3월 고등학생인 A(18) 군은 친구 B 군 집을 찾아가 B 군에게 이같이 물었다.

하지만 B 군은 "무슨 일이냐"며 기억하지 못했다. B 군의 대답에 화가 난 A 군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B 군의 가슴과 복부 등 11곳을 찔렀다. 갑작스럽게 봉변을 당한 B 군은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직 미성년자인 A 군은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시간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같은 영어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 다니면서 A 군은 B 군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이후 인연이 끊어졌던 두 사람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만났고 A 군은 B 군을 보게 되자 그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에 A 군은 주변을 통해 B 군의 주소를 알아내 사과를 받기 위해 B 군 집을 찾았지만, B 군이 기억하지 못하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벌인 것이었다.

결국, A 군은 특수상해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A 군에게 "징역 장기 3년ㆍ단기 2년"을 선고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에 따라 A 군은 최소 2년은 반드시 징역형을 살아야 하고 수감 생활 태도 등에 따라 2~3년 사이에서 최종형이 결정된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찌른 부위 대부분이 일반적인 급소에 해당할 뿐 아니라 실제로 피해자는 폐가 찢어지고 심장 부근까지 상처를 입는 등 범행의 위험성이 매우 컸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A 군 측은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김대성 부장판사)는 1심의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A 군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군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함께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시절 받았던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우울증 등을 겪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인이 현관문을 열고 나온 피해자를 보자마자 상해를 가한 것은 아니고, 피해자에게 과거의 괴롭힘에 대해 사과를 먼저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자 이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후 B 군의 동생에게 119신고를 요청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이미 5개월이 넘는 기간 수감생활을 통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현재 병원에서 퇴원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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