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군사재판 무효화 어려우나, ‘일괄 재심청구’ 방법 될 수 있어”

입력 2020.10.07 (18:20) 수정 2020.10.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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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재심 청구를 정부가 맡는 방안이 추진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늘(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현재 국회에 상정된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핵심 개정 내용의 하나인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 방안으로 특별재심 조항 신설을 통한 4·3진상규명 명혜회복위원회에서의 일괄 재심청구 방안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제주4·3사건특별법 전부개정안'에는 제주4·3사건 당시에 이루어졌던 2,530명에 대한 군사재판은 합법적인 절차와 내용이 빠져 있는 불법적 군사재판인 만큼, 무효화해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에서는 정부부처 의견으로 재심절차를 통해 구제하자는 의견을 제출했었다.

(좌)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우)오영훈 국회의원, 오늘(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좌)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우)오영훈 국회의원, 오늘(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판결 무효화 어려워"…4·3위원회가 일괄재심 청구 검토

오늘(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안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오영훈 국회의원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4·3 당시 수형인 군사재판 희생자 2천5백 명 모두 희생자로 인정됐지만, 전과 기록이 남아 있고, 이를 삭제할 방법이 없어 무효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게 특별법 개정안의 취지이나 이에 행안부에서 무효화 어렵고 재심 절차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고령인 유족들이 대부분인 데다, 5백 명에서 천 명은 유족이 없다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물었다.

이에 진영 장관은 재판을 무효로 한다는 건 삼권분립상 어려울 것 같고, 재심청구의 경우 유족이 없으면 검사가 한다든지 법에서 유연하게 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했고, 4·3진상규명 명예회복위원회가 재심을 청구하도록 법을 만들면 어떠냐는 오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법을 만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오영훈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진 장관의 답변은 부마항쟁특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특별재심조항을 원용하되, 유족이 없는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방안으로 검사가 일괄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가 일괄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안에 명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법률논의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4·3사건 불법 군사재판 해결 실마리 될까?

제주4·3 당시 군법회의란 이름의 군사재판으로 공소장이나 판결문조차 없이 전국의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거나 숨진 수형인은 2천 5백여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 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생존수형인 18명의 재심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99살 임창의 씨 등 제주4·3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모든 공소를 기각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고, 당시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공소기각이란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재심을 청구한 수형인들이 무죄를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제주4·3사건으로 수형 생활을 한 2천5백여 명 가운데, 행방을 알 수 없는 수형인은 2천 명을 넘는다는 것.

결국, 불법군사재판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당시 군사재판 무효로 하자는 내용이 현재 국회에 상정된 4·3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것인데, 법무부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법적 판결을 입법적으로 무력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난관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번에 정부가 나서는 '특별재심 조항' 신설 방안을 놓고 행안부에서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법무부에 대한 설득도 당면 과제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소속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 사유를 청구인이 입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며, "특별재심 규정을 추가하면 규정에 의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현행법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법무부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발굴하고 피해자를 위해서 재심을 청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 정의할 수 있다.…잠정적으로 4·3사건 인명피해를 25,000~30,000명으로 추정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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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군사재판 무효화 어려우나, ‘일괄 재심청구’ 방법 될 수 있어”
    • 입력 2020-10-07 18:20:28
    • 수정2020-10-07 18:34:50
    취재K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재심 청구를 정부가 맡는 방안이 추진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늘(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현재 국회에 상정된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핵심 개정 내용의 하나인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 방안으로 특별재심 조항 신설을 통한 4·3진상규명 명혜회복위원회에서의 일괄 재심청구 방안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제주4·3사건특별법 전부개정안'에는 제주4·3사건 당시에 이루어졌던 2,530명에 대한 군사재판은 합법적인 절차와 내용이 빠져 있는 불법적 군사재판인 만큼, 무효화해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에서는 정부부처 의견으로 재심절차를 통해 구제하자는 의견을 제출했었다.

(좌)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우)오영훈 국회의원, 오늘(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판결 무효화 어려워"…4·3위원회가 일괄재심 청구 검토

오늘(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안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오영훈 국회의원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4·3 당시 수형인 군사재판 희생자 2천5백 명 모두 희생자로 인정됐지만, 전과 기록이 남아 있고, 이를 삭제할 방법이 없어 무효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게 특별법 개정안의 취지이나 이에 행안부에서 무효화 어렵고 재심 절차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고령인 유족들이 대부분인 데다, 5백 명에서 천 명은 유족이 없다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물었다.

이에 진영 장관은 재판을 무효로 한다는 건 삼권분립상 어려울 것 같고, 재심청구의 경우 유족이 없으면 검사가 한다든지 법에서 유연하게 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했고, 4·3진상규명 명예회복위원회가 재심을 청구하도록 법을 만들면 어떠냐는 오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법을 만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오영훈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진 장관의 답변은 부마항쟁특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특별재심조항을 원용하되, 유족이 없는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방안으로 검사가 일괄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가 일괄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안에 명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법률논의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4·3사건 불법 군사재판 해결 실마리 될까?

제주4·3 당시 군법회의란 이름의 군사재판으로 공소장이나 판결문조차 없이 전국의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거나 숨진 수형인은 2천 5백여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초 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생존수형인 18명의 재심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99살 임창의 씨 등 제주4·3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모든 공소를 기각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고, 당시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공소기각이란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재심을 청구한 수형인들이 무죄를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제주4·3사건으로 수형 생활을 한 2천5백여 명 가운데, 행방을 알 수 없는 수형인은 2천 명을 넘는다는 것.

결국, 불법군사재판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당시 군사재판 무효로 하자는 내용이 현재 국회에 상정된 4·3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것인데, 법무부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법적 판결을 입법적으로 무력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난관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번에 정부가 나서는 '특별재심 조항' 신설 방안을 놓고 행안부에서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법무부에 대한 설득도 당면 과제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소속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 사유를 청구인이 입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며, "특별재심 규정을 추가하면 규정에 의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현행법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법무부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발굴하고 피해자를 위해서 재심을 청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 정의할 수 있다.…잠정적으로 4·3사건 인명피해를 25,000~30,000명으로 추정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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