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⑤ 전 세계 산불 ‘불쏘시개’ 폭염…한반도는 괜찮을까?

입력 2020.10.07 (21:27) 수정 2020.10.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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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3년, 여름의 경고' 오늘(7일) 세 번째 순서로 기후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신호, '폭염' 문제를 짚어봅니다.

2018년 여름, 강원도 홍천의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올라 '1942년 대구 40도' 기록을 76년 만에 깼습니다.

그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31.4일로 한 달 넘게 폭염에 시달렸죠.

올해는 춥기로 유명한 러시아 시베리아 기온이 최고 38도로 1885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은 54.4도까지 올라갔는데 공식 기록으로 지구상 최고 기온이었다고 합니다.

이 폭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세계 곳곳 유례 없는 대형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한반도는 괜찮을까요?

이정훈 기상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특수 소방차량이 산불에 휩싸인 도로를 뚫고 지나 갑니다.

마을에 도착했지만, 화염이 집어삼킨 가옥은 손 쓸 수 없는 상탭니다.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니키 코난트/산불 이재민 : "폐허가 됐어요. 모든 것을 잃었어요."]

미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남한 면적의 16%를 태웠지만, 지역을 옮겨가며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조나단 콕스/캘리포니아 산림보호국 : "올해 캘리포니아에서 4백만 에이커(약 1만 6천㎢)가 불탔습니다.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사상 최악의 산불 이전엔, 생전 처음 겪는 폭염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16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기온은 54.4도를 기록했습니다.

[노아 디펜바우/스탠포드대 숲연구소 : "지구 온난화가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을 낼 수 있는 '극단적인 날씨'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매우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름에도 서늘하던 시베리아에 지난 6월, 38도의 폭염이 발생하더니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른 겁니다.

올 초까지 9개월 동안 이어진 호주 산불의 원인도 뜨겁고 건조했던 날씨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온난화의 결과로 늘어난 대형 산불은 또다시 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실제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어오른 연기가 계속 퍼져나가 태평양 동부까지 뒤덮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인 탄소를 흡수하던 산림을, 산불이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바꾼 겁니다.

[클레어 널리스/세계기상기구 대변인 : "산불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마저 태워 없애버립니다."]

우리나라도 폭염과 산불,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먼지가 이렇게 나요.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거거든요."]

건조한 봄철도 아닌데 나무 사이에 쌓여 있는 낙엽과 잔가지들이 바짝 말랐습니다.

[권춘근/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 "폭염이 지속하면서 폭염으로 인해서 산림 내에 있는 가연물, 저희는 연료라고 하는데요. 이 연료가 건조하다 보니까 산불의 발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름 산불이 늘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1990년대 연평균 6건 정도에 불과했던 6월 산불은, 2010년대는 30건 가까이 늘었습니다.

주로 초봄에 집중되던 산불이 거의 여름까지, 더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철에도 폭염 수준의 고온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나면서, 대형 산불이 날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이명인/UNIST 폭염연구센터장 : "올해 폭염이 안 나타났다고 해서 폭염에 대해 준비를 덜 해야 하는 건 아니고요.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의 배경(평균)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에 2018년같이 좀 더 강력한 폭염이 올 가능성은 그대로 있습니다."]

강력한 폭염 뒤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산불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미리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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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⑤ 전 세계 산불 ‘불쏘시개’ 폭염…한반도는 괜찮을까?
    • 입력 2020-10-07 21:27:52
    • 수정2020-10-08 1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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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3년, 여름의 경고' 오늘(7일) 세 번째 순서로 기후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신호, '폭염' 문제를 짚어봅니다.

2018년 여름, 강원도 홍천의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올라 '1942년 대구 40도' 기록을 76년 만에 깼습니다.

그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31.4일로 한 달 넘게 폭염에 시달렸죠.

올해는 춥기로 유명한 러시아 시베리아 기온이 최고 38도로 1885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은 54.4도까지 올라갔는데 공식 기록으로 지구상 최고 기온이었다고 합니다.

이 폭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세계 곳곳 유례 없는 대형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한반도는 괜찮을까요?

이정훈 기상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특수 소방차량이 산불에 휩싸인 도로를 뚫고 지나 갑니다.

마을에 도착했지만, 화염이 집어삼킨 가옥은 손 쓸 수 없는 상탭니다.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니키 코난트/산불 이재민 : "폐허가 됐어요. 모든 것을 잃었어요."]

미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남한 면적의 16%를 태웠지만, 지역을 옮겨가며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조나단 콕스/캘리포니아 산림보호국 : "올해 캘리포니아에서 4백만 에이커(약 1만 6천㎢)가 불탔습니다.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사상 최악의 산불 이전엔, 생전 처음 겪는 폭염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16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기온은 54.4도를 기록했습니다.

[노아 디펜바우/스탠포드대 숲연구소 : "지구 온난화가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을 낼 수 있는 '극단적인 날씨'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매우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름에도 서늘하던 시베리아에 지난 6월, 38도의 폭염이 발생하더니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른 겁니다.

올 초까지 9개월 동안 이어진 호주 산불의 원인도 뜨겁고 건조했던 날씨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온난화의 결과로 늘어난 대형 산불은 또다시 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실제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어오른 연기가 계속 퍼져나가 태평양 동부까지 뒤덮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인 탄소를 흡수하던 산림을, 산불이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바꾼 겁니다.

[클레어 널리스/세계기상기구 대변인 : "산불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마저 태워 없애버립니다."]

우리나라도 폭염과 산불,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먼지가 이렇게 나요.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거거든요."]

건조한 봄철도 아닌데 나무 사이에 쌓여 있는 낙엽과 잔가지들이 바짝 말랐습니다.

[권춘근/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 "폭염이 지속하면서 폭염으로 인해서 산림 내에 있는 가연물, 저희는 연료라고 하는데요. 이 연료가 건조하다 보니까 산불의 발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름 산불이 늘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1990년대 연평균 6건 정도에 불과했던 6월 산불은, 2010년대는 30건 가까이 늘었습니다.

주로 초봄에 집중되던 산불이 거의 여름까지, 더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철에도 폭염 수준의 고온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나면서, 대형 산불이 날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이명인/UNIST 폭염연구센터장 : "올해 폭염이 안 나타났다고 해서 폭염에 대해 준비를 덜 해야 하는 건 아니고요.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의 배경(평균)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에 2018년같이 좀 더 강력한 폭염이 올 가능성은 그대로 있습니다."]

강력한 폭염 뒤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산불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미리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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