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건양대 연구1동의 비밀과 노조 탄압

입력 2020.10.08 (07:01) 수정 2020.10.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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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에 본교인 제1캠퍼스, 대전에 의대인 제2캠퍼스를 둔 사립대‘건양대학교’가 요즘 극심해진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단과대 학장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노골적인 노조 탈퇴 강요가 이뤄지고, 행정부서를 중심으로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을 제한하려는 대학 측의 단체협상안이 제시되면서 건양대 노조는 대학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임금교섭이 시작됐는데 대학 측이 교섭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부터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성과급 지급을 돌연 중단했습니다.

대학이 내건 이유는 '재정 악화'였습니다. 등록금 수입 비율이 해마다 낮아지면서 2025학년도부터는 등록금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더 많아져 문제가 벌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재정이 어렵다는 대학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설립자 개인과 법인을 위한 호화 건물이 세워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건양대 직원들은 의과대학 건물을 마치 '그리스 신전'처럼 지어놓고선 설립자와 학교법인 건양학원이 쓰고 있다고 말을 꺼냅니다. 설립자와 학교법인이 쓰고 있는 건물, 알고 보니 의료시설이자 교육연구시설로 돼 있는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연구1동'이었습니다.

비정규직 A 씨, 노조 탈퇴 강요당한 상황 설명비정규직 A 씨, 노조 탈퇴 강요당한 상황 설명

■“정규직 되려면 노조 탈퇴”

지난 4월, 학과 행정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 직원 A 씨는 같은 단과대 학장 B 교수로부터 황당한 말을 듣습니다. 정규직이 되려면 노조를 탈퇴하라는 겁니다.

KBS가 입수한 B 교수의 대화 녹취록에는 탈퇴를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B 교수는 A 씨에게 “살벌하지 않아? 안 느껴봤어? 지금 노조가, 뭘 노조 속에 들어가 있으면 다 되는지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거기서 탈퇴해야 해 그건 그거고 업무는 업무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대학 적립금을 쓰자는 사람들은 "나쁜 놈들"이라고 칭합니다. 건양대가 쌓아 올린 적립금은 1,044억 원, 국내 대학 중 20위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B 교수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선 노조를 탈퇴하고 정신 차리고 일해라, 이런 식으로 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에는 노조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내세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인데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이기도 합니다.

건양대 측이 제안한 단체협상안. 7개 부서 노동자의 노조 활동 금지 내용 담겨건양대 측이 제안한 단체협상안. 7개 부서 노동자의 노조 활동 금지 내용 담겨

■7개 부서 노동자는 ‘노조 금지’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양대학교 단체교섭. 이 자리에서 대학은 팀장 등 관리 감독직뿐만 아니라, 기획과 인사, 노무, 경리, 회계, IT, 감사 등 7개 분야 행정부서 직원까지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단협안을 제시했습니다.

건양대 노동조합 조합원은 180여 명입니다. 대학의 단협안이 반영되면 최소 53명, 최대 80명 이상의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건양대 노동조합 측은 “조합원의 3분의 1, 크게는 절반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며 실질적으로 대학이 노조를 없애려는 상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더욱이 "대학 측이 인사발령을 통해 부서 조정을 한다면 인사이동 2번, 3번만 진행되면 노동조합은 말 그대로 없어질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습니다.

학교 측에 해당 단협안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최은규 건양대 부총장은 “대학은 현재의 단체협약이 사용자 측보다 노동조합에 유리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조합원의 자격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다른 곳에서도 사용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 기밀업무를 보는 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중지하거나 제한하는 단체협약이 있으며,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제한을 두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개정안을 내놨다”고 말했습니다.

최 부총장은 또 “파업을 했을 때 최소 업무 인원이 너무 적다며, 현재 98%에 달하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돼 있는데 전반적으로 학교가 운영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싶다”라고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많으면 학교가 운영이 안 되는 것일까요?

■‘급여성 성과급’ 지급 중단

노조 탄압 정황은 노동자에겐 목숨 줄과 마찬가지인 '월급봉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임금협상에서 호봉제 폐지, 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3월부터 직원들의 급여가 대폭 줄었습니다. 지난해 대학 측이 직원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주기로 약속했던 성과급 지급이 돌연 중단된 겁니다. 건양대 직원의 성과급은 급여의 15% 수준이며, 전체 직원들의 삭감액은 9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노동조합은 초기 임금교섭에서 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곧 철회하고 이례적으로 임금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직원들의 호봉 상승분도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대학 측에 제안했습니다.

노조는 학교 측이 뒤늦게 성과급을 삭감한 건 임금체불이자 노조 길들이기라고 주장합니다. 김민수 건양대 노조 지부장은 “사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연봉제가 아니면 되지 않는다는 답변뿐이었다. 현 상황까지 성과급에 대한 체불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노동조합은 상급단체 단체협상과 쟁의 등에 참석한 노조 간부들에게 건양대 측이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급여를 삭감했다고도 반발했습니다.

결국, 노조는 임금체불로 대학을 고발했고, 대전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건양대 논산캠퍼스에 주차된 차량.건양대 논산캠퍼스에 주차된 차량.

■주차장 입·출차 기록도 불법사찰?

건양대 감사실은 지난 6월 교직원 근태 및 관리 체계 실태를 점검한다며 교직원들의 개인별 주차장 입출차 기록을 살펴봅니다. 직원들이 차량으로 오간 모든 내역을 대학이 살펴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건양대 노조는 입출차 기록을 ‘근태’에 사용한다는 학교 측의 동의절차는 없었다고 말하며, 대학이 사찰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자기기를 통해 직원감시를 한다는 건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선 근로자 인권을 위해 ‘전자감시’는 극히 제한적으로 그리고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선 긴급구조요청이나 경찰관서의 요청을 제외하고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거나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차량 입출차 기록은 개인정보이자 ‘위치 정보’에 해당하는 데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용한다면 불법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건양대 측은 대학이 직접 주차장을 운영하는 논산캠퍼스의 주차장 입출차 기록을 확보한 뒤 위탁 운영을 하는 대전캠퍼스의 기록을 위탁사에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변호사 자문을 구한 결과 주차장입출차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위반 소지가 있어 이미 확보한 논산캠퍼스 직원 자료는 모두 파기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건양대학교 의대 연구1동’ 이지만, 건물 간판은 ‘건양역사관’으로 돼있어서류상으로는 ‘건양대학교 의대 연구1동’ 이지만, 건물 간판은 ‘건양역사관’으로 돼있어

■ '의과대학 연구1동'의 비밀

대학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노조는 탄압을 이유로 노사 간 갈등이 극심해진 건양대학교에서 설립자를 위한 호화로운 공간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학교 구성원을 위해 써야 할 공간을 설립자와 학교법인 건양학원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건양대 교직원 C 씨는 “학교가 사정이 어렵다는데 신전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며 “거기가 알고 보니까 설립자와 법인만 쓰는 건물이다. 학생이나 교직원들은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들어가려 하면 경비가 막는다”고 말합니다. C 씨는 이어 “직원들이 쉬쉬하며 그곳을 '설립자 신전'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건물을 취재진이 찾아가 봤습니다. 관할청에 신고된 건축물 현황에 해당 건물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연구1동'으로 나옵니다. 또 용도에는 '의료시설이자 교육연구시설'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간판은 ‘건양역사관’으로 붙어있고 내부에는 설립자와 학교 법인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1층은 설립자 기록관, 2층은 법인 사무실, 3층은 설립자실과 법인 이사장실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2018년 새로 지어진 의대 연구1동이 2년 넘게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쓰인 겁니다.

교지 위에 지어진 대학시설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용 용도가 규정되고,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건물은 당연히 학교 구성원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설립자나 법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쓰여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학교법인 건양학원 측은 지난해 4월 교육부에 기타시설로 공시하고 일부를 세미나실과 독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학교 구성원을 위해 쓰인 적은 없었습니다.

건양대 설립자는 2017년 직원들에게 갑질과 폭언, 폭행,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돌연 총장직을 사퇴한 인물로, 현재는 건양학원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재정이 어려운 대학에서 대학 건물의 일부분을 법인 사무실로 쓰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교육용 기본재산인 대학의 건물 전체를 설립자와 법인을 위해 쓰는 것은 부적절하며, 처분 등이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건양대학교가 5일 발표한 ‘언론 보도에 대한 건양대 설명문’.건양대학교가 5일 발표한 ‘언론 보도에 대한 건양대 설명문’.

■건양대학교의 ‘설명문’

KBS의 보도가 이어지자 건양대학교는 지난 5일 언론에 ‘설명문’을 공개했습니다. 대학 문제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보도할 때는 설명문을 참고하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건양대 측은 설명문을 통해 노조 탈퇴를 언급한 B 학장에게 총장 직권으로 학장 직무정지를 명령했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획과 인사, 노무 등 7개 부서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단체협상안에 대해선 "급변하는 대학환경과 코로나19 사태 등 다양한 위기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며 "노조와 협의해 노조 활동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합의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성과급 지급 중단에 대해선 "2020학년도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2019년 연봉총액’에 맞추느라 조정된 금액이 지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립자와 법인이 독차지한 의대 연구1동에 대해선 "설립자실의 경우 그간 ‘설립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운영했다며, 향후 다른 공간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교육부의 소명 요구

건양대학교에서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내일(8일)까지 대학 측에 소명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교육부의 요구는 법적 강제사항인데 대학은 학내 채용 문제부터 급여, 인사, 연구1동 등 교육용 기본재산의 부적절한 활용과 건축 목적 등 8가지의 문제점을 답변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건양대 측의 답변을 받은 뒤 법 위반 여부 검토를 벌인 후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입니다.

건양대학교가 공개한 ‘등록금 수입변화와 인건비 현황’ 자료.건양대학교가 공개한 ‘등록금 수입변화와 인건비 현황’ 자료.

■대학은 왜 그랬을까?

취재를 마치고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노사 간의 극심한 대립 배경에 대학이 줄기차게 꼽았던 원인은 '재정 악화'였습니다. 최은규 건양대 부총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임금협상 초기) 노동조합이 제시했던 4% 인상안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교수와 노조를 똑같은 조건으로 임금을 상승시켜주면 2024년에 등록금 대비 100%가 넘는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이 제공한 ‘등록금 수입변화와 인건비 현황’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2019학년도의 등록금 수입은 545억 원, 총인건비 지출은 440억 원으로 100억 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2025학년도가 되면 등록금 수입은 498억 원, 인건비는 524억 원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최 부총장은 "자율개선대학에 탈락해 해마다 신입생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대학의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말이 정말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건양대가 직접 작성한 ‘2019 하반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한 건양대학교 자체진단 평가보고서’를 입수해서 살펴봤습니다. 예산결산 현황에는 수입부문에 ‘등록금 및 수강료수입’이 562억 원, 지출부문의 ‘보수’ 항목에는 600억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의 종합평가 강점 항목에는‘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효과적인 예산 집행이 이뤄짐’이라고도 기술돼 있습니다.

다양한 재정확보 노력도 눈에 띕니다. 건양대의 2019년도 총예산은 1,280억 원입니다. 등록금은 이 중 40% 수준입니다. 미사용 이월자금도 138억 원이나 됩니다. 대학이 그동안 적립한 금액은 1,044억 원입니다. 전국 20위 수준의 적립금을 보유한 상탭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코로나19 비대면 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재정이 넉넉한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건양대학교 전경.건양대학교 전경.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대학은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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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건양대 연구1동의 비밀과 노조 탄압
    • 입력 2020-10-08 07:01:04
    • 수정2020-10-08 07:01:58
    취재후·사건후
충남 논산에 본교인 제1캠퍼스, 대전에 의대인 제2캠퍼스를 둔 사립대‘건양대학교’가 요즘 극심해진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단과대 학장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노골적인 노조 탈퇴 강요가 이뤄지고, 행정부서를 중심으로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을 제한하려는 대학 측의 단체협상안이 제시되면서 건양대 노조는 대학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임금교섭이 시작됐는데 대학 측이 교섭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부터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성과급 지급을 돌연 중단했습니다.

대학이 내건 이유는 '재정 악화'였습니다. 등록금 수입 비율이 해마다 낮아지면서 2025학년도부터는 등록금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더 많아져 문제가 벌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재정이 어렵다는 대학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설립자 개인과 법인을 위한 호화 건물이 세워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건양대 직원들은 의과대학 건물을 마치 '그리스 신전'처럼 지어놓고선 설립자와 학교법인 건양학원이 쓰고 있다고 말을 꺼냅니다. 설립자와 학교법인이 쓰고 있는 건물, 알고 보니 의료시설이자 교육연구시설로 돼 있는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연구1동'이었습니다.

비정규직 A 씨, 노조 탈퇴 강요당한 상황 설명
■“정규직 되려면 노조 탈퇴”

지난 4월, 학과 행정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 직원 A 씨는 같은 단과대 학장 B 교수로부터 황당한 말을 듣습니다. 정규직이 되려면 노조를 탈퇴하라는 겁니다.

KBS가 입수한 B 교수의 대화 녹취록에는 탈퇴를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B 교수는 A 씨에게 “살벌하지 않아? 안 느껴봤어? 지금 노조가, 뭘 노조 속에 들어가 있으면 다 되는지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거기서 탈퇴해야 해 그건 그거고 업무는 업무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대학 적립금을 쓰자는 사람들은 "나쁜 놈들"이라고 칭합니다. 건양대가 쌓아 올린 적립금은 1,044억 원, 국내 대학 중 20위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B 교수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선 노조를 탈퇴하고 정신 차리고 일해라, 이런 식으로 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에는 노조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내세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인데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이기도 합니다.

건양대 측이 제안한 단체협상안. 7개 부서 노동자의 노조 활동 금지 내용 담겨
■7개 부서 노동자는 ‘노조 금지’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양대학교 단체교섭. 이 자리에서 대학은 팀장 등 관리 감독직뿐만 아니라, 기획과 인사, 노무, 경리, 회계, IT, 감사 등 7개 분야 행정부서 직원까지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단협안을 제시했습니다.

건양대 노동조합 조합원은 180여 명입니다. 대학의 단협안이 반영되면 최소 53명, 최대 80명 이상의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건양대 노동조합 측은 “조합원의 3분의 1, 크게는 절반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며 실질적으로 대학이 노조를 없애려는 상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더욱이 "대학 측이 인사발령을 통해 부서 조정을 한다면 인사이동 2번, 3번만 진행되면 노동조합은 말 그대로 없어질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습니다.

학교 측에 해당 단협안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최은규 건양대 부총장은 “대학은 현재의 단체협약이 사용자 측보다 노동조합에 유리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조합원의 자격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다른 곳에서도 사용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 기밀업무를 보는 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중지하거나 제한하는 단체협약이 있으며,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제한을 두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개정안을 내놨다”고 말했습니다.

최 부총장은 또 “파업을 했을 때 최소 업무 인원이 너무 적다며, 현재 98%에 달하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돼 있는데 전반적으로 학교가 운영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싶다”라고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많으면 학교가 운영이 안 되는 것일까요?

■‘급여성 성과급’ 지급 중단

노조 탄압 정황은 노동자에겐 목숨 줄과 마찬가지인 '월급봉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임금협상에서 호봉제 폐지, 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3월부터 직원들의 급여가 대폭 줄었습니다. 지난해 대학 측이 직원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주기로 약속했던 성과급 지급이 돌연 중단된 겁니다. 건양대 직원의 성과급은 급여의 15% 수준이며, 전체 직원들의 삭감액은 9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노동조합은 초기 임금교섭에서 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곧 철회하고 이례적으로 임금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직원들의 호봉 상승분도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대학 측에 제안했습니다.

노조는 학교 측이 뒤늦게 성과급을 삭감한 건 임금체불이자 노조 길들이기라고 주장합니다. 김민수 건양대 노조 지부장은 “사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연봉제가 아니면 되지 않는다는 답변뿐이었다. 현 상황까지 성과급에 대한 체불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노동조합은 상급단체 단체협상과 쟁의 등에 참석한 노조 간부들에게 건양대 측이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급여를 삭감했다고도 반발했습니다.

결국, 노조는 임금체불로 대학을 고발했고, 대전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건양대 논산캠퍼스에 주차된 차량.
■주차장 입·출차 기록도 불법사찰?

건양대 감사실은 지난 6월 교직원 근태 및 관리 체계 실태를 점검한다며 교직원들의 개인별 주차장 입출차 기록을 살펴봅니다. 직원들이 차량으로 오간 모든 내역을 대학이 살펴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건양대 노조는 입출차 기록을 ‘근태’에 사용한다는 학교 측의 동의절차는 없었다고 말하며, 대학이 사찰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자기기를 통해 직원감시를 한다는 건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선 근로자 인권을 위해 ‘전자감시’는 극히 제한적으로 그리고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선 긴급구조요청이나 경찰관서의 요청을 제외하고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하거나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차량 입출차 기록은 개인정보이자 ‘위치 정보’에 해당하는 데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용한다면 불법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건양대 측은 대학이 직접 주차장을 운영하는 논산캠퍼스의 주차장 입출차 기록을 확보한 뒤 위탁 운영을 하는 대전캠퍼스의 기록을 위탁사에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변호사 자문을 구한 결과 주차장입출차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위반 소지가 있어 이미 확보한 논산캠퍼스 직원 자료는 모두 파기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건양대학교 의대 연구1동’ 이지만, 건물 간판은 ‘건양역사관’으로 돼있어
■ '의과대학 연구1동'의 비밀

대학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노조는 탄압을 이유로 노사 간 갈등이 극심해진 건양대학교에서 설립자를 위한 호화로운 공간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학교 구성원을 위해 써야 할 공간을 설립자와 학교법인 건양학원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건양대 교직원 C 씨는 “학교가 사정이 어렵다는데 신전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며 “거기가 알고 보니까 설립자와 법인만 쓰는 건물이다. 학생이나 교직원들은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들어가려 하면 경비가 막는다”고 말합니다. C 씨는 이어 “직원들이 쉬쉬하며 그곳을 '설립자 신전'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건물을 취재진이 찾아가 봤습니다. 관할청에 신고된 건축물 현황에 해당 건물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연구1동'으로 나옵니다. 또 용도에는 '의료시설이자 교육연구시설'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런데 간판은 ‘건양역사관’으로 붙어있고 내부에는 설립자와 학교 법인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1층은 설립자 기록관, 2층은 법인 사무실, 3층은 설립자실과 법인 이사장실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2018년 새로 지어진 의대 연구1동이 2년 넘게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쓰인 겁니다.

교지 위에 지어진 대학시설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용 용도가 규정되고,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건물은 당연히 학교 구성원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설립자나 법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쓰여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학교법인 건양학원 측은 지난해 4월 교육부에 기타시설로 공시하고 일부를 세미나실과 독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학교 구성원을 위해 쓰인 적은 없었습니다.

건양대 설립자는 2017년 직원들에게 갑질과 폭언, 폭행,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돌연 총장직을 사퇴한 인물로, 현재는 건양학원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재정이 어려운 대학에서 대학 건물의 일부분을 법인 사무실로 쓰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교육용 기본재산인 대학의 건물 전체를 설립자와 법인을 위해 쓰는 것은 부적절하며, 처분 등이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건양대학교가 5일 발표한 ‘언론 보도에 대한 건양대 설명문’.
■건양대학교의 ‘설명문’

KBS의 보도가 이어지자 건양대학교는 지난 5일 언론에 ‘설명문’을 공개했습니다. 대학 문제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보도할 때는 설명문을 참고하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건양대 측은 설명문을 통해 노조 탈퇴를 언급한 B 학장에게 총장 직권으로 학장 직무정지를 명령했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획과 인사, 노무 등 7개 부서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단체협상안에 대해선 "급변하는 대학환경과 코로나19 사태 등 다양한 위기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며 "노조와 협의해 노조 활동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합의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성과급 지급 중단에 대해선 "2020학년도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2019년 연봉총액’에 맞추느라 조정된 금액이 지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립자와 법인이 독차지한 의대 연구1동에 대해선 "설립자실의 경우 그간 ‘설립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운영했다며, 향후 다른 공간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교육부의 소명 요구

건양대학교에서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내일(8일)까지 대학 측에 소명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교육부의 요구는 법적 강제사항인데 대학은 학내 채용 문제부터 급여, 인사, 연구1동 등 교육용 기본재산의 부적절한 활용과 건축 목적 등 8가지의 문제점을 답변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건양대 측의 답변을 받은 뒤 법 위반 여부 검토를 벌인 후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입니다.

건양대학교가 공개한 ‘등록금 수입변화와 인건비 현황’ 자료.
■대학은 왜 그랬을까?

취재를 마치고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노사 간의 극심한 대립 배경에 대학이 줄기차게 꼽았던 원인은 '재정 악화'였습니다. 최은규 건양대 부총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임금협상 초기) 노동조합이 제시했던 4% 인상안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교수와 노조를 똑같은 조건으로 임금을 상승시켜주면 2024년에 등록금 대비 100%가 넘는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이 제공한 ‘등록금 수입변화와 인건비 현황’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2019학년도의 등록금 수입은 545억 원, 총인건비 지출은 440억 원으로 100억 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2025학년도가 되면 등록금 수입은 498억 원, 인건비는 524억 원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최 부총장은 "자율개선대학에 탈락해 해마다 신입생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대학의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말이 정말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건양대가 직접 작성한 ‘2019 하반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한 건양대학교 자체진단 평가보고서’를 입수해서 살펴봤습니다. 예산결산 현황에는 수입부문에 ‘등록금 및 수강료수입’이 562억 원, 지출부문의 ‘보수’ 항목에는 600억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의 종합평가 강점 항목에는‘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효과적인 예산 집행이 이뤄짐’이라고도 기술돼 있습니다.

다양한 재정확보 노력도 눈에 띕니다. 건양대의 2019년도 총예산은 1,280억 원입니다. 등록금은 이 중 40% 수준입니다. 미사용 이월자금도 138억 원이나 됩니다. 대학이 그동안 적립한 금액은 1,044억 원입니다. 전국 20위 수준의 적립금을 보유한 상탭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코로나19 비대면 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재정이 넉넉한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건양대학교 전경.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대학은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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