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자카르타는 왜 다시 봉쇄됐나?

입력 2020.10.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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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선 공동묘지 9월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새로 들어선 공동묘지 9월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의 사망자가 제일 많다. 인도네시아 사망자 수가 1만1천 명을 넘어섰다. 논란 끝에 도시는 다시 봉쇄됐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의미 없는 논쟁을 이어왔다. 정치가 소모적이면 국민이 소모된다. 지금도 하루 3, 4000명씩 확진자가 나온다. 하루에 100여 명씩 세상을 떠난다.

야산 하나가 새 묘비로 가득 찼다. 가족들은 통곡한다. 일간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카르타 공동묘지 르포기사에는 “하루 평균 2-30구의 시신이 들어오기 때문에 한 10명의 묘소를 미리 파놓는다”는 관리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반면 태국과 베트남은 확진자가 인도네시아의 1/100수준이다. 사망자는 59명과 35명에 머물고 있다. (정부 데이터를 100% 신뢰하지 못한다고 해도) 분명하게 선방하고 있다. 두 관광 국가는 7달째 외국인 관광객을 막고 있다. 관광수입이 GDP의 15%가 되는 나라들이 관광을 포기하고 방역에 매달린다.

태국은 지난 4월, 시민들의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강력한 락다운을 서서히 풀면서 방역 원칙들이 자리를 잡았다. 100일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던 태국에 지난달 초에 확진자가 1명 발생했다. 태국 정부는 확진자 동선의 589명을 격리 검사했다. 태국은 지금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생이 등교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학부모들은 매일 매일 자녀가 방과후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바일 앱으로 신고해야 한다.

베트남은 다낭을 중심으로 7월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강력한 방역조치와 광범위한 격리조치가 이뤄졌다. 베트남의 코로나 검사 누적 건수는 123만 건이나 된다(10월 4일까지)

인도네시아의 한 민영방송 앵커 Najwa Shihab이 수차례 섭외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장관이 출연하지 않자, 빈 의자를 상대로 정부의 대응책을 묻고 있다. (9월 28일)인도네시아의 한 민영방송 앵커 Najwa Shihab이 수차례 섭외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장관이 출연하지 않자, 빈 의자를 상대로 정부의 대응책을 묻고 있다. (9월 28일)

병상 수도 차이가 난다. 경제는 인도네시아가 제일 크지만, 인구 1만 명당 병상 수는 베트남의 1/3이다. 부족한 병상과 의료 인프라에 현장의 의료인들이 지쳐간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대학이 실시한 조사에서 의료인의 83%가‘번아웃(burnout)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리고 확진자 수가 의료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 사망자 수가 급증한다. 8월 중순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죽은 의사 수만 115명이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 현장의 의사들조차 코로나 검사비용 250만 루피아(168달러)를 스스로 결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남아는 기본적으로 선진국보다 의료 인프라나 방역의식이 떨어진다. 하지만 모든것이 다 불리한 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 대신 오토바이같은 1인 교통이 대부분이다. 고급식당이나 카페가 아니면 대부분 개방된 공간에서 식사와 차를 마신다. 이들 노상 가게들은 정말 환기가 잘된다. 워낙 더워서 기본적으로 밀집하고 밀폐된 환경이 적다.

대기오염에도 익숙하다 보니 (우리처럼) 마스크에 낯설지 않다. 그런데 동남아 경제 모범국가 인도네시아는 왜 무너졌을까.

자카르타 경찰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팔굽혀펴기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자카르타 경찰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팔굽혀펴기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가지 이유로 단정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국토가 거대하고(우리 19배다) 인구는 세계 4번째다. 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방역이 쉽지 않다. 정치권은 우왕좌왕. 정책은 급증하는 확진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테라반(Terawan Agus)보건부 장관은 코로나는 무서운 병이 아니라고 단언했었다. 애초에 이 감기바이러스를 쉽게 봤다.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에게 초과 수당조차 지급이 안 된다. 여기에 죽음(사후세계)을 상대적으로 덜 두려워하는 이슬람의 문화도 숨어있다.

오늘도 4,53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98명이 또 세상을 떠났다. 현지 자카르타포스트는 이웃 나라들은 일상을 찾아가고, 이 판데믹의 승리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유독 우리만 죽음 앞에 있다고 썼다. 거대한 나라 인도네시아의 위기는 어쩌면 방역 정책이나 개인위생의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이 감기바이러스는 이렇게 작은 틈을 노린다. 그렇게 순식간에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지난 3, 4월처럼. 지금 백악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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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8 11:28:08
    특파원 리포트

새로 들어선 공동묘지 9월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의 사망자가 제일 많다. 인도네시아 사망자 수가 1만1천 명을 넘어섰다. 논란 끝에 도시는 다시 봉쇄됐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의미 없는 논쟁을 이어왔다. 정치가 소모적이면 국민이 소모된다. 지금도 하루 3, 4000명씩 확진자가 나온다. 하루에 100여 명씩 세상을 떠난다.

야산 하나가 새 묘비로 가득 찼다. 가족들은 통곡한다. 일간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카르타 공동묘지 르포기사에는 “하루 평균 2-30구의 시신이 들어오기 때문에 한 10명의 묘소를 미리 파놓는다”는 관리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반면 태국과 베트남은 확진자가 인도네시아의 1/100수준이다. 사망자는 59명과 35명에 머물고 있다. (정부 데이터를 100% 신뢰하지 못한다고 해도) 분명하게 선방하고 있다. 두 관광 국가는 7달째 외국인 관광객을 막고 있다. 관광수입이 GDP의 15%가 되는 나라들이 관광을 포기하고 방역에 매달린다.

태국은 지난 4월, 시민들의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강력한 락다운을 서서히 풀면서 방역 원칙들이 자리를 잡았다. 100일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던 태국에 지난달 초에 확진자가 1명 발생했다. 태국 정부는 확진자 동선의 589명을 격리 검사했다. 태국은 지금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생이 등교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학부모들은 매일 매일 자녀가 방과후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바일 앱으로 신고해야 한다.

베트남은 다낭을 중심으로 7월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강력한 방역조치와 광범위한 격리조치가 이뤄졌다. 베트남의 코로나 검사 누적 건수는 123만 건이나 된다(10월 4일까지)

인도네시아의 한 민영방송 앵커 Najwa Shihab이 수차례 섭외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장관이 출연하지 않자, 빈 의자를 상대로 정부의 대응책을 묻고 있다. (9월 28일)
병상 수도 차이가 난다. 경제는 인도네시아가 제일 크지만, 인구 1만 명당 병상 수는 베트남의 1/3이다. 부족한 병상과 의료 인프라에 현장의 의료인들이 지쳐간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대학이 실시한 조사에서 의료인의 83%가‘번아웃(burnout)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리고 확진자 수가 의료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 사망자 수가 급증한다. 8월 중순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죽은 의사 수만 115명이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 현장의 의사들조차 코로나 검사비용 250만 루피아(168달러)를 스스로 결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남아는 기본적으로 선진국보다 의료 인프라나 방역의식이 떨어진다. 하지만 모든것이 다 불리한 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 대신 오토바이같은 1인 교통이 대부분이다. 고급식당이나 카페가 아니면 대부분 개방된 공간에서 식사와 차를 마신다. 이들 노상 가게들은 정말 환기가 잘된다. 워낙 더워서 기본적으로 밀집하고 밀폐된 환경이 적다.

대기오염에도 익숙하다 보니 (우리처럼) 마스크에 낯설지 않다. 그런데 동남아 경제 모범국가 인도네시아는 왜 무너졌을까.

자카르타 경찰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팔굽혀펴기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가지 이유로 단정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국토가 거대하고(우리 19배다) 인구는 세계 4번째다. 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방역이 쉽지 않다. 정치권은 우왕좌왕. 정책은 급증하는 확진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테라반(Terawan Agus)보건부 장관은 코로나는 무서운 병이 아니라고 단언했었다. 애초에 이 감기바이러스를 쉽게 봤다.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에게 초과 수당조차 지급이 안 된다. 여기에 죽음(사후세계)을 상대적으로 덜 두려워하는 이슬람의 문화도 숨어있다.

오늘도 4,53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98명이 또 세상을 떠났다. 현지 자카르타포스트는 이웃 나라들은 일상을 찾아가고, 이 판데믹의 승리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유독 우리만 죽음 앞에 있다고 썼다. 거대한 나라 인도네시아의 위기는 어쩌면 방역 정책이나 개인위생의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이 감기바이러스는 이렇게 작은 틈을 노린다. 그렇게 순식간에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지난 3, 4월처럼. 지금 백악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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