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진출’ 유명희,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 가능성은?

입력 2020.10.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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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끝내 최종 결선까지 올랐습니다. 한국인 최초 사무총장, 여성 최초의 사무총장까지 이제 남은 경쟁자는 단 1명입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선출(Selection) 이야기입니다.

출사표를 던졌던 후보들은 유 본부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두 8명. 이 가운데 1라운드를 통해 5명이 남았고, 2라운드를 통해 단 2명이 남았습니다. 유명희 본부장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입니다.


■ 남은 선발 절차는?

WTO의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특이합니다. WTO 내 3개 핵심 협의체 수장들이 이른바 '선호도 조사'라는 과정의 중심에 섭니다. 일반 위원회(GC), 분쟁해결기구(DSB), 무역정책 검토기구(TPRB)가 그 3곳으로 현재는 각각 뉴질랜드와 온두라스, 아이슬란드 출신이 수장을 맡고 있습니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들 3명의 수장이 모든 WTO 회원국들의 대사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합니다. 수장들은 이 자리에서 회원국들로부터 각각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를 듣고, 그 결과를 취합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후보자들의 국가 대사관에 알리면, 선호도 조사에서 뒤처진 후보들은 후보 자격을 '자진 사퇴'합니다. 결국, 선호도 조사 상위 후보들만 후보 자격을 유지하게 되고, WTO는 그 결과를 하루 정도 뒤에 공식 발표합니다.

이런 절차는 모두 3번 이뤄집니다. 1라운드에서는 8명 가운데 4명씩 선호 후보를 받은 뒤 3명을 탈락시켰고, 2라운드에서 남은 5명 가운데 각각 2명을 추천받아 3명을 낙마시켰습니다. 최종 결선에서는 당연히 단 하나의 후보자에게만 '선호도'를 표시합니다. WTO 회원국이 164개 나라인 것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 WTO 핵심 협의체 수장들은 5백여 번에 가까운 '면담'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유 본부장이 치를 마지막 라운드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10월 말 '선호도 조사'가 시작돼 11월 초에 끝납니다. 최종 후보자 한 명이 남게 되면 WTO는 일반 위원회를 개최하고, 후보자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할지를 놓고 다시 한번 협의합니다. 이 과정은 합의, 컨센서스라고 부르며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투표도 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론은 11월 7일까지는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 "차기 WTO 사무총장 자격 충분"

올해 8월 중순, 독일 베텔스만 재단의 GED(Global Economic Dynamics) 프로젝트팀은 WTO 사무총장 후보자로 나선 8명 가운데 적합한 후보자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3명, 즉 '톱3'를 꼽았습니다. 케냐, 몰도바 후보와 함께 유명희 본부장이 포함됐습니다. 유럽대학연구소가 WTO 회원국 대표단과 통상 관료 및 전문가 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 후보자들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이 조사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조직관리 경험과 정치적 경험, 경제학 교육 정도, WTO 협상 경험, 법학적 지식, 공직 경험 등 6개를 내세웠는데, 유 후보자는 이 가운데 경제학 교육 정도를 제외하고 5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GED는 유 본부장에 대해 "성과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GED가 꼽은 '톱3' 가운데 최종 결선에 오른 후보자는 유 후보자 단 한 명입니다. 몰도바 후보는 1라운드에서, 케냐 후보는 2라운드에서 각각 후보 자격을 철회했습니다. 후보자가 갖춘 자질 면으로 봤을 때, GED 평가로만 본다면 유 본부장이 가장 적합한 셈입니다. 최종 결선에 진출한 나이지리아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 가운데 4번째로 꼽혔습니다.


■ 유명희 후보자 강점은?

후보자의 자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역학 관계'입니다. 나이지리아 응고지 후보는 든든한 아프리카 회원국들이 있습니다. 대륙별로 보면 WTO 회원국 가운데 아프리카가 40여 개국으로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WTO 사무총장에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응고지 후보에게 유리한 점입니다.

유명희 본부장은 후보자 본인의 뛰어난 경쟁력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가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무역뿐 아니라 전 방위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동맹인 미국과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한국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한, 한국이 훌륭한 경제 발전 모델인 점, 신속하게 자본주의로 이행한 점 등이 높은 평가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꼽고 있습니다.

반면 수출 규제 등의 문제로 WTO 내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의 존재는 부담입니다. 또 한창 선호도 조사가 진행될 무렵인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한미 FTA를 바이든이 지지했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WTO 자체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 변수가 될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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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선 진출’ 유명희,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 가능성은?
    • 입력 2020-10-08 11:37:46
    취재K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끝내 최종 결선까지 올랐습니다. 한국인 최초 사무총장, 여성 최초의 사무총장까지 이제 남은 경쟁자는 단 1명입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선출(Selection) 이야기입니다.

출사표를 던졌던 후보들은 유 본부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두 8명. 이 가운데 1라운드를 통해 5명이 남았고, 2라운드를 통해 단 2명이 남았습니다. 유명희 본부장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입니다.


■ 남은 선발 절차는?

WTO의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특이합니다. WTO 내 3개 핵심 협의체 수장들이 이른바 '선호도 조사'라는 과정의 중심에 섭니다. 일반 위원회(GC), 분쟁해결기구(DSB), 무역정책 검토기구(TPRB)가 그 3곳으로 현재는 각각 뉴질랜드와 온두라스, 아이슬란드 출신이 수장을 맡고 있습니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들 3명의 수장이 모든 WTO 회원국들의 대사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합니다. 수장들은 이 자리에서 회원국들로부터 각각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를 듣고, 그 결과를 취합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후보자들의 국가 대사관에 알리면, 선호도 조사에서 뒤처진 후보들은 후보 자격을 '자진 사퇴'합니다. 결국, 선호도 조사 상위 후보들만 후보 자격을 유지하게 되고, WTO는 그 결과를 하루 정도 뒤에 공식 발표합니다.

이런 절차는 모두 3번 이뤄집니다. 1라운드에서는 8명 가운데 4명씩 선호 후보를 받은 뒤 3명을 탈락시켰고, 2라운드에서 남은 5명 가운데 각각 2명을 추천받아 3명을 낙마시켰습니다. 최종 결선에서는 당연히 단 하나의 후보자에게만 '선호도'를 표시합니다. WTO 회원국이 164개 나라인 것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 WTO 핵심 협의체 수장들은 5백여 번에 가까운 '면담'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유 본부장이 치를 마지막 라운드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10월 말 '선호도 조사'가 시작돼 11월 초에 끝납니다. 최종 후보자 한 명이 남게 되면 WTO는 일반 위원회를 개최하고, 후보자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할지를 놓고 다시 한번 협의합니다. 이 과정은 합의, 컨센서스라고 부르며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투표도 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론은 11월 7일까지는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 "차기 WTO 사무총장 자격 충분"

올해 8월 중순, 독일 베텔스만 재단의 GED(Global Economic Dynamics) 프로젝트팀은 WTO 사무총장 후보자로 나선 8명 가운데 적합한 후보자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3명, 즉 '톱3'를 꼽았습니다. 케냐, 몰도바 후보와 함께 유명희 본부장이 포함됐습니다. 유럽대학연구소가 WTO 회원국 대표단과 통상 관료 및 전문가 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 후보자들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이 조사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조직관리 경험과 정치적 경험, 경제학 교육 정도, WTO 협상 경험, 법학적 지식, 공직 경험 등 6개를 내세웠는데, 유 후보자는 이 가운데 경제학 교육 정도를 제외하고 5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GED는 유 본부장에 대해 "성과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GED가 꼽은 '톱3' 가운데 최종 결선에 오른 후보자는 유 후보자 단 한 명입니다. 몰도바 후보는 1라운드에서, 케냐 후보는 2라운드에서 각각 후보 자격을 철회했습니다. 후보자가 갖춘 자질 면으로 봤을 때, GED 평가로만 본다면 유 본부장이 가장 적합한 셈입니다. 최종 결선에 진출한 나이지리아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 가운데 4번째로 꼽혔습니다.


■ 유명희 후보자 강점은?

후보자의 자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역학 관계'입니다. 나이지리아 응고지 후보는 든든한 아프리카 회원국들이 있습니다. 대륙별로 보면 WTO 회원국 가운데 아프리카가 40여 개국으로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WTO 사무총장에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응고지 후보에게 유리한 점입니다.

유명희 본부장은 후보자 본인의 뛰어난 경쟁력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가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무역뿐 아니라 전 방위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동맹인 미국과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한국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한, 한국이 훌륭한 경제 발전 모델인 점, 신속하게 자본주의로 이행한 점 등이 높은 평가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꼽고 있습니다.

반면 수출 규제 등의 문제로 WTO 내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의 존재는 부담입니다. 또 한창 선호도 조사가 진행될 무렵인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한미 FTA를 바이든이 지지했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WTO 자체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 변수가 될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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