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그때는 ‘특공’받고 지금은 세종에 없다?…‘뒷북 행정’에 환수도 불가

입력 2020.10.09 (13:39) 수정 2020.10.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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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직원에게 '공무원 특별공급'이란 혜택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주거 안정을 보장해 줄 테니 세종에서 업무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세종시로 이전하기 위해 청사 부지를 매입하면 바로 '특공' 대상 기관으로 선정해 줍니다. 특공 대상 기관이 되면 직원들은 세종시 특공 아파트 분양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완공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수년. 미리 분양을 받아 이전 시점에 맞춰 이주하라는 의미로 부지 매입 단계부터 특별공급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특공 대상이 됐는데 이전하지 않은 기관, 세종으로 이전해 특공 대상 기관이 됐다가 바로 세종을 떠나버린 기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공을 통해 주거 안정 목적과 무관하게 부동산 증식만 하게 됐다면, 바로잡을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에 살라고(live) 했더니 세종을 사버린(buy), 그때는 특공 대상이라더니 지금은 세종에서 찾을 수 없는 공공기관, KBS 탐사보도부가 확인해봤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됩니다.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돼 2016년 세종으로 이전합니다. 그런데 2년여 뒤, 정부 조직개편으로 해경은 다시 부활합니다. 그리고 2018년 세종을 떠나 인천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세종에 머물렀던 2년 3개월 동안, 세종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해경 직원은 158명. 특히 인천 복귀가 사실상 결정돼 특공 대상 기관에서 제외되기 한 달 전인 2018년 1월. 한 달 동안에만 24명이 세종 아파트 특별공급 확인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세종에서 일할 일이 없는 직원들이 무더기로 특공 혜택을 받고, 세종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겁니다.

해경 측은 "2018년 1월은 해양경찰청을 인천으로 환원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던 2018년 2월 2일 이전 시점"이라면서 "특별분양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경 부활은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습니다. 2017년 9월에는 세종으로 이전하는 부처에 대한 내용을 담은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개정됐는데 당시 해경의 인천 복귀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공식 발표 전이라도 2018년 1월, 해경은 인천 복귀가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고 이전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잠시 세종에 머문 뒤 이전 계획을 갖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을 한 것은 집 사서 돈 벌라는 이야기와 다름없어 보인다"며 "세종에 짧게 머물고 가는 기관에 특별공급 혜택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 소담동에 한국전력이 매입한 16,836㎡ 청사 부지세종시 소담동에 한국전력이 매입한 16,836㎡ 청사 부지

한국전력공사는 2017년 11월 한전 중부건설본부, 세종지사, 세종전력지사가 함께 일하는 세종통합사옥을 짓겠다며 세종시 소담동에 만 6천8백여㎡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부지매입계약일 또는 이전계획 고시일을 이전이 확정된 시점으로 본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주택 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에 따라 세 곳은 2017년 12월부터 특공 대상기관이 됐습니다.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 세종통합사옥에 한전 직원들이 입주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지에는 아직 땅파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축 공사 입찰 과정에서 한 업체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결정이 언제 나올지, 청사는 언제 들어설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청사는 공사 시작도 안 했는데, 한전 직원 188명은 특공으로 세종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퇴직까지 했습니다. 세종 통합사옥이 언젠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근무할 일이 없습니다.

한전 측은 "직원 개개인이 기준에 맞춰 신청한 것"이라며 특별 공급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법원에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고,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바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해왔습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만 분양받게 돼 있어, 이전을 전제로 분양한 것"이라며 "만일 이전하지 않았다면 원인 무효가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분양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BS의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연속 보도 뒤 정부는 공공기관이 특공 대상 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시점을 부지 매입일에서 실제 착공일로 바꾸는 안을 행정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경우에는 환수할 방법은 없습니다.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현재 세종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은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399명입니다.

세종에서 일하겠다며 '특공'을 받고 세종엔 오지 않은 공공기관, '특공'만 받고 세종을 떠나 지금 세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공공기관. 오늘(9일) 밤 KBS 뉴스9에서 전해드립니다.

공직자 주거 안정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와 허술한 관리 실태는 내일(10일) 밤 8시 5분 <시사기획 창, '행복도시'…내 집 마련의 비밀> 편을 통해 자세히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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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9 13:39:05
    • 수정2020-10-09 15:56:33
    탐사K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직원에게 '공무원 특별공급'이란 혜택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주거 안정을 보장해 줄 테니 세종에서 업무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세종시로 이전하기 위해 청사 부지를 매입하면 바로 '특공' 대상 기관으로 선정해 줍니다. 특공 대상 기관이 되면 직원들은 세종시 특공 아파트 분양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완공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수년. 미리 분양을 받아 이전 시점에 맞춰 이주하라는 의미로 부지 매입 단계부터 특별공급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특공 대상이 됐는데 이전하지 않은 기관, 세종으로 이전해 특공 대상 기관이 됐다가 바로 세종을 떠나버린 기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공을 통해 주거 안정 목적과 무관하게 부동산 증식만 하게 됐다면, 바로잡을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에 살라고(live) 했더니 세종을 사버린(buy), 그때는 특공 대상이라더니 지금은 세종에서 찾을 수 없는 공공기관, KBS 탐사보도부가 확인해봤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됩니다.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돼 2016년 세종으로 이전합니다. 그런데 2년여 뒤, 정부 조직개편으로 해경은 다시 부활합니다. 그리고 2018년 세종을 떠나 인천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세종에 머물렀던 2년 3개월 동안, 세종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해경 직원은 158명. 특히 인천 복귀가 사실상 결정돼 특공 대상 기관에서 제외되기 한 달 전인 2018년 1월. 한 달 동안에만 24명이 세종 아파트 특별공급 확인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세종에서 일할 일이 없는 직원들이 무더기로 특공 혜택을 받고, 세종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겁니다.

해경 측은 "2018년 1월은 해양경찰청을 인천으로 환원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던 2018년 2월 2일 이전 시점"이라면서 "특별분양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경 부활은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습니다. 2017년 9월에는 세종으로 이전하는 부처에 대한 내용을 담은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개정됐는데 당시 해경의 인천 복귀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공식 발표 전이라도 2018년 1월, 해경은 인천 복귀가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고 이전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잠시 세종에 머문 뒤 이전 계획을 갖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을 한 것은 집 사서 돈 벌라는 이야기와 다름없어 보인다"며 "세종에 짧게 머물고 가는 기관에 특별공급 혜택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 소담동에 한국전력이 매입한 16,836㎡ 청사 부지
한국전력공사는 2017년 11월 한전 중부건설본부, 세종지사, 세종전력지사가 함께 일하는 세종통합사옥을 짓겠다며 세종시 소담동에 만 6천8백여㎡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부지매입계약일 또는 이전계획 고시일을 이전이 확정된 시점으로 본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주택 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에 따라 세 곳은 2017년 12월부터 특공 대상기관이 됐습니다.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 세종통합사옥에 한전 직원들이 입주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지에는 아직 땅파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축 공사 입찰 과정에서 한 업체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결정이 언제 나올지, 청사는 언제 들어설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청사는 공사 시작도 안 했는데, 한전 직원 188명은 특공으로 세종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퇴직까지 했습니다. 세종 통합사옥이 언젠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근무할 일이 없습니다.

한전 측은 "직원 개개인이 기준에 맞춰 신청한 것"이라며 특별 공급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법원에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고,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바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해왔습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만 분양받게 돼 있어, 이전을 전제로 분양한 것"이라며 "만일 이전하지 않았다면 원인 무효가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분양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BS의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연속 보도 뒤 정부는 공공기관이 특공 대상 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시점을 부지 매입일에서 실제 착공일로 바꾸는 안을 행정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경우에는 환수할 방법은 없습니다.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현재 세종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은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399명입니다.

세종에서 일하겠다며 '특공'을 받고 세종엔 오지 않은 공공기관, '특공'만 받고 세종을 떠나 지금 세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공공기관. 오늘(9일) 밤 KBS 뉴스9에서 전해드립니다.

공직자 주거 안정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와 허술한 관리 실태는 내일(10일) 밤 8시 5분 <시사기획 창, '행복도시'…내 집 마련의 비밀> 편을 통해 자세히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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