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조성길 전 北대사대리 ‘망명’…파장은?

입력 2020.10.10 (08:33) 수정 2020.10.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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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 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잠적했던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여름 한국에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망명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건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공무원 피살 사건에 이어 남북관계에 민감한 사안이 잇따라 불거지자 정부는 공개 대응을 자제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군 주요 인물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발렌티노 페린/이탈리아 전 상원의원/2019년 1월 :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를 지난해 9월 5일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관 리셉션에서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태영호/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2019년 1월 : "친구로서 성길아, 걱정하지 말라. 북한을 외교했던 너나 나한테 있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 정치적 망명자로서의 신변 안전이 제공되도록 우리가 적극 노력해 줄게."]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보도된 이후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은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왔다며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다는 겁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11월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한 뒤 이탈리아에 남아있던 그의 딸은 북으로 송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고위급 외교관 망명 사례는 태영호 전 주영 공사입니다.

[태영호/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2017년 1월 2일, KBS 특별대담 : "(김정은 위원장이) 장성택을 치지 않았어요? 그걸 친 다음에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 장성택 같은 거를 다 치는데, 제 고모부도 처내는데 모든 간부들이 공포에 눌려서 결국은 설설 길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입니다."]

1등 서기관인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경우 직급은 태 전 공사보다는 낮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관장으로는 첫 번째 망명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진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남북간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태영호 전 공사 등 탈북 인사들이 한국에서 본격 활동하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8년 5월 :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다만 조 전 대사대리가 북송된 딸의 안위를 고려해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신범철/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조성길 대사 대리가 한국 사회에 와서 특별한 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죠? 조성길 대사 대리의 활동을 한국 정부가 뒤로는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요. 일단 조성길 대사 대리 본인이 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북한에 의해서 이 문제가 확대 재생산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남북관계가 잘 되고 있는데 지금 갑자기 고위급 인사가 탈북했다고 하면 굉장히 큰 변수가 되겠지만, 지금 남북관계가 어쨌든 정체돼 있는 상태에서 조성길 대리대사의 시일이 많이 지난 이 망명 사실, 탈북 사실이라고 하는 게 크게 남북관계를 더 훼손할 만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의원/10월 7일/외교부 국정감사 : "우리 정보당국이 의도적으로 공개한 셈이 됐거든요. 이렇게 공개된 것을 당사자인 조성길 대사대리도 원치 않았던 것일 거예요."]


[강경화/외교부 장관/10월 7일/외교부 국정감사 : "정부가 의도를 갖고 그렇게 했다는 건 너무 넘겨짚으신 것 같고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이 공개될지 여부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정부는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성길 대사대리의 아내 이 모씨가 북송된 딸을 걱정해 북한으로 보내달라는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소식은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남북 관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전해져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앞서 청와대는 공무원 피살 사건을 북측에 함께 조사하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최대 쟁점은 연평도 공무원 피살 사건이었습니다.

야당은 숨진 공무원 형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고, 여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이채익/국민의힘 의원 :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하는데 한 명도 지금 증인, 참고인 동의를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과연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 국회의 또 국방위원회의 모습인가."]

[황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이 나오면) 한미 간 공동 첩보자산인 SI(특별취급 정보)에서 노출을 안 시킬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정확하게 속 시원히 답을 못 들으실 거 아닙니까?"]

앞서 청와대는 남북 당국이 파악한 사건 경위에 차이가 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를 북측에 요구했습니다.

공무원 피살 사건에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하고 남북 정상의 친서가 공개되면서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여상기/통일부 대변인/10월 5일 : "저희도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이고 북한이 하루 빨리 호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우리의 공동조사 요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핫라인 복원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남북은 과거에도 각각 공동조사를 제안한 적이 있지만 실제 성사된 적은 없습니다.

북한이 공동조사를 요청한 사례는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한미 합동조사단이 북측 소행이라고 발표하자 북한은 날조극이라며 외신 인터뷰까지 동원해 반발했고,

[박인호/당시 북한 해군 대변인/2010년 5월 : "우리가 왜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천안호와 같은 배를 공격하겠습니까? 공격할 필요도 없고, 정치적 의의도 없습니다."]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0년 5월 : "남측의 말대로 조사 결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우리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못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2014년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북한 것이라는 우리 측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북측은 공동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4년 5월 :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북의 것이라는 것을 비롯하여 ‘북소행설’을 들고 나오려면 우리가 제기한 공동조사 요구를 군말 없이 받아 물고 응해 나오라는 것이다."]

남측이 공동조사를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 그리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 당시 우리가 제안한 공동조사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습니다.

[신범철/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아마 북한은 이 사안을 넘어서 미국 대선 이후에 북미 대화의 재개 그리고 그것과 연계한 한국 정부와의 접촉 그런 방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고 UN이라든가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지 북한이 압박을 느껴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핵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던 군 간부 두 명을 원수로 승격시켰습니다.

그런가하면 내년 초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80일 전투’도 결정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얼싸안는 것은 물론, 함께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총애를 받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국정원이 지난 8월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전략무기 개발 담당으로 밝힌 인물이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 권력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됐고, 이번에는 군 원수란 칭호도 받았습니다.

포병 사령관 출신으로 전략무기 배치와 운용을 맡아왔던 박정천 총참모장도 원수로 승진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6일 : "공동 결정서를 전달하시고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 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당부하시며 그들을 축하하셨습니다.]

인민군 원수는 북한 군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으로 김 씨 일가를 제외하고는 역대 5명에 불과합니다.

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고속 승진을 단행한 건데, 당장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이 나오는 이윱니다.

[신범철/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군부의 힘을 실어주는 모습은 북한 정권이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 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특히 리병철과 박정천 같은 경우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이라고 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하는 어쨌든 국방력이라는 한 축을 완성하는 데 큰 성과를 낸 사람들을 높여줄 수 있는 최고의 칭호를 안기고, 그러면 아직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그 경제부문에서의 일꾼들에 대한 독려도 되는 것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라고 지시했습니다.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노력동원 운동을 벌이겠단 건데,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믿을 것은 노동력뿐이라는 반증으로 해석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이후 보름 만에 종전선언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합니다."]

공무원 피살 사건과 조성길 대사대리 망명 등 남북관계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촉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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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0 08:33:40
    • 수정2020-10-10 09:01:18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 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잠적했던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여름 한국에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망명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왜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건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공무원 피살 사건에 이어 남북관계에 민감한 사안이 잇따라 불거지자 정부는 공개 대응을 자제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군 주요 인물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발렌티노 페린/이탈리아 전 상원의원/2019년 1월 :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를 지난해 9월 5일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관 리셉션에서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태영호/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2019년 1월 : "친구로서 성길아, 걱정하지 말라. 북한을 외교했던 너나 나한테 있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 정치적 망명자로서의 신변 안전이 제공되도록 우리가 적극 노력해 줄게."]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보도된 이후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은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왔다며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다는 겁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11월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한 뒤 이탈리아에 남아있던 그의 딸은 북으로 송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고위급 외교관 망명 사례는 태영호 전 주영 공사입니다.

[태영호/前 영국주재 북한 공사/2017년 1월 2일, KBS 특별대담 : "(김정은 위원장이) 장성택을 치지 않았어요? 그걸 친 다음에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 장성택 같은 거를 다 치는데, 제 고모부도 처내는데 모든 간부들이 공포에 눌려서 결국은 설설 길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입니다."]

1등 서기관인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경우 직급은 태 전 공사보다는 낮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관장으로는 첫 번째 망명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진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남북간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태영호 전 공사 등 탈북 인사들이 한국에서 본격 활동하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8년 5월 :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다만 조 전 대사대리가 북송된 딸의 안위를 고려해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신범철/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조성길 대사 대리가 한국 사회에 와서 특별한 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죠? 조성길 대사 대리의 활동을 한국 정부가 뒤로는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요. 일단 조성길 대사 대리 본인이 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북한에 의해서 이 문제가 확대 재생산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남북관계가 잘 되고 있는데 지금 갑자기 고위급 인사가 탈북했다고 하면 굉장히 큰 변수가 되겠지만, 지금 남북관계가 어쨌든 정체돼 있는 상태에서 조성길 대리대사의 시일이 많이 지난 이 망명 사실, 탈북 사실이라고 하는 게 크게 남북관계를 더 훼손할 만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의원/10월 7일/외교부 국정감사 : "우리 정보당국이 의도적으로 공개한 셈이 됐거든요. 이렇게 공개된 것을 당사자인 조성길 대사대리도 원치 않았던 것일 거예요."]


[강경화/외교부 장관/10월 7일/외교부 국정감사 : "정부가 의도를 갖고 그렇게 했다는 건 너무 넘겨짚으신 것 같고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이 공개될지 여부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정부는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성길 대사대리의 아내 이 모씨가 북송된 딸을 걱정해 북한으로 보내달라는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소식은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남북 관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전해져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앞서 청와대는 공무원 피살 사건을 북측에 함께 조사하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최대 쟁점은 연평도 공무원 피살 사건이었습니다.

야당은 숨진 공무원 형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고, 여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이채익/국민의힘 의원 :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하는데 한 명도 지금 증인, 참고인 동의를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과연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 국회의 또 국방위원회의 모습인가."]

[황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이 나오면) 한미 간 공동 첩보자산인 SI(특별취급 정보)에서 노출을 안 시킬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정확하게 속 시원히 답을 못 들으실 거 아닙니까?"]

앞서 청와대는 남북 당국이 파악한 사건 경위에 차이가 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를 북측에 요구했습니다.

공무원 피살 사건에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하고 남북 정상의 친서가 공개되면서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여상기/통일부 대변인/10월 5일 : "저희도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이고 북한이 하루 빨리 호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우리의 공동조사 요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핫라인 복원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남북은 과거에도 각각 공동조사를 제안한 적이 있지만 실제 성사된 적은 없습니다.

북한이 공동조사를 요청한 사례는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한미 합동조사단이 북측 소행이라고 발표하자 북한은 날조극이라며 외신 인터뷰까지 동원해 반발했고,

[박인호/당시 북한 해군 대변인/2010년 5월 : "우리가 왜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천안호와 같은 배를 공격하겠습니까? 공격할 필요도 없고, 정치적 의의도 없습니다."]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0년 5월 : "남측의 말대로 조사 결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우리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못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2014년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북한 것이라는 우리 측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북측은 공동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4년 5월 :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북의 것이라는 것을 비롯하여 ‘북소행설’을 들고 나오려면 우리가 제기한 공동조사 요구를 군말 없이 받아 물고 응해 나오라는 것이다."]

남측이 공동조사를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 그리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 당시 우리가 제안한 공동조사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습니다.

[신범철/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아마 북한은 이 사안을 넘어서 미국 대선 이후에 북미 대화의 재개 그리고 그것과 연계한 한국 정부와의 접촉 그런 방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고 UN이라든가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지 북한이 압박을 느껴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핵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던 군 간부 두 명을 원수로 승격시켰습니다.

그런가하면 내년 초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80일 전투’도 결정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얼싸안는 것은 물론, 함께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총애를 받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국정원이 지난 8월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전략무기 개발 담당으로 밝힌 인물이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 권력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됐고, 이번에는 군 원수란 칭호도 받았습니다.

포병 사령관 출신으로 전략무기 배치와 운용을 맡아왔던 박정천 총참모장도 원수로 승진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6일 : "공동 결정서를 전달하시고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 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당부하시며 그들을 축하하셨습니다.]

인민군 원수는 북한 군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으로 김 씨 일가를 제외하고는 역대 5명에 불과합니다.

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고속 승진을 단행한 건데, 당장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이 나오는 이윱니다.

[신범철/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군부의 힘을 실어주는 모습은 북한 정권이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 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특히 리병철과 박정천 같은 경우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이라고 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하는 어쨌든 국방력이라는 한 축을 완성하는 데 큰 성과를 낸 사람들을 높여줄 수 있는 최고의 칭호를 안기고, 그러면 아직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그 경제부문에서의 일꾼들에 대한 독려도 되는 것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라고 지시했습니다.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노력동원 운동을 벌이겠단 건데,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믿을 것은 노동력뿐이라는 반증으로 해석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이후 보름 만에 종전선언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합니다."]

공무원 피살 사건과 조성길 대사대리 망명 등 남북관계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촉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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