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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은 더 허약할까?…5배 넘는 ‘청원휴가’의 비밀
입력 2020.10.10 (14:25) 취재K
기사 제목이 좀 황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팬들이라면 불쾌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국방부 자료를 보면 '연예인들은 일반 병사들보다 더 자주 아프고, 허약한가?'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KBS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과 함께 매년 문제가 됐던 연예인들 휴가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 일반 병사 3일, 연예인 병사는 17일…5배 ↑

올해 전역한 일반 병사가 군 생활 내내 쓴 '청원 휴가'는 며칠이었을까요? 평균 2.9일, 반올림해서 딱 3일이었습니다. 이 청원 휴가엔 '병가'가 포함되는데, 평균적으로 일반 병사들은 아파서 낸 휴가가 짧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연예인 병사들은 달랐습니다. 올해 전역한 연예인들 11명이 쓴 청원 휴가는 평균 17일. 일반 병사들보다 5배 넘게 길었습니다. 다들 치료나 수술 등의 이유였습니다. 2AM 출신 진운의 청원 휴가는 46일, 샤이니 온유는 37일, 비투비 서은광 30일, 샤이니 키는 27일, 아직 군 복무가 끝나지 않은 전 하이라이트 멤버 용준형은 지금까지 33일을 썼습니다.

아프면 병가를 내는 게 당연합니다. 나라를 위해서 복무하는 병사들의 권리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일반 병사들은 그 권리를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시절에 썼던 23일 연속 휴가에 대해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병사들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3명은 '몸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부나 선임병 눈치가 보이고, 꾀병이라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中국가인권위원회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中

■ 국방부 "연예인들 청원 휴가 적법한 절차 거쳐"

국방부는 연예인 병사들의 청원 휴가가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반 병사는 평균 3일인데, 연예인 병사는 왜 17일이냐' 이 질문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따로 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반복되는 연예인들 휴가 문제, '특혜 논란'에 대해 국방부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건 연예인 병사들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그 대가로 주는 '위로 휴가'였습니다. 지휘관의 재량에만 맡겨놓다 보니 원칙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는데요. 그래서 국방부가 '병 인사 관리 훈령'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행사에 동원돼 받는 '위로 휴가'도 최대 10일을 넘지 못하게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규정을 만든 겁니다. 이대로라면 특혜 논란은 훨씬 줄어들 수 있죠. 그러나 이 훈령에도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다만 (휴가를) 10일을 초과해서 시행하는 경우엔 근무 피로도를 고려하여 장성급 지휘관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 국가 행사 같은 경우 장관이나 각 군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국방부/ 병 인사관리 훈령)

■ 일반 병사 56일 < 연예인 병사 82일…한 달 더?

그래서일까요? 올해 전역한 연예인 11명이 군 생활 내내 쓴 휴가도 일반 병사들보다 많았습니다. 연예인들은 평균 82일, 일반 병사들은 56일. 연예인들이 평균적으로 한 달 더 휴가를 쓴 셈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뒤 입대한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가수 정준영이 보낸 불법 촬영 성관계 영상을 보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주고받아 물의를 일으킨 전 씨엔블루 멤버 종현은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 총 81일의 휴가를 썼고요. 역시 불법 촬영 영상을 받아본 가수 용준형도 그룹 하이라이트를 탈퇴하고 입대했는데 지금까지 64일의 휴가를 썼습니다.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돼 아직 복무 중인데 벌써 일반 병사 평균 휴가일을 넘어선 겁니다.


최근 만기 전역한 인기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69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민석 88일, 비투비의 서은광은 무려 108일이나 됐습니다.

연예인들이 일반 병사들보다 더 허약하고, 자주 아픈 게 아니라면 이제 '청원 휴가'도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할 겁니다. 매년 반복되는 '특혜 논란'은 연예인들에게도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병사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래픽: 이희문
  • 연예인들은 더 허약할까?…5배 넘는 ‘청원휴가’의 비밀
    • 입력 2020-10-10 14:25:23
    취재K
기사 제목이 좀 황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팬들이라면 불쾌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국방부 자료를 보면 '연예인들은 일반 병사들보다 더 자주 아프고, 허약한가?'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KBS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과 함께 매년 문제가 됐던 연예인들 휴가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 일반 병사 3일, 연예인 병사는 17일…5배 ↑

올해 전역한 일반 병사가 군 생활 내내 쓴 '청원 휴가'는 며칠이었을까요? 평균 2.9일, 반올림해서 딱 3일이었습니다. 이 청원 휴가엔 '병가'가 포함되는데, 평균적으로 일반 병사들은 아파서 낸 휴가가 짧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연예인 병사들은 달랐습니다. 올해 전역한 연예인들 11명이 쓴 청원 휴가는 평균 17일. 일반 병사들보다 5배 넘게 길었습니다. 다들 치료나 수술 등의 이유였습니다. 2AM 출신 진운의 청원 휴가는 46일, 샤이니 온유는 37일, 비투비 서은광 30일, 샤이니 키는 27일, 아직 군 복무가 끝나지 않은 전 하이라이트 멤버 용준형은 지금까지 33일을 썼습니다.

아프면 병가를 내는 게 당연합니다. 나라를 위해서 복무하는 병사들의 권리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일반 병사들은 그 권리를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시절에 썼던 23일 연속 휴가에 대해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병사들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3명은 '몸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부나 선임병 눈치가 보이고, 꾀병이라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中국가인권위원회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中

■ 국방부 "연예인들 청원 휴가 적법한 절차 거쳐"

국방부는 연예인 병사들의 청원 휴가가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반 병사는 평균 3일인데, 연예인 병사는 왜 17일이냐' 이 질문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따로 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반복되는 연예인들 휴가 문제, '특혜 논란'에 대해 국방부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건 연예인 병사들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그 대가로 주는 '위로 휴가'였습니다. 지휘관의 재량에만 맡겨놓다 보니 원칙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는데요. 그래서 국방부가 '병 인사 관리 훈령'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행사에 동원돼 받는 '위로 휴가'도 최대 10일을 넘지 못하게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규정을 만든 겁니다. 이대로라면 특혜 논란은 훨씬 줄어들 수 있죠. 그러나 이 훈령에도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다만 (휴가를) 10일을 초과해서 시행하는 경우엔 근무 피로도를 고려하여 장성급 지휘관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 국가 행사 같은 경우 장관이나 각 군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국방부/ 병 인사관리 훈령)

■ 일반 병사 56일 < 연예인 병사 82일…한 달 더?

그래서일까요? 올해 전역한 연예인 11명이 군 생활 내내 쓴 휴가도 일반 병사들보다 많았습니다. 연예인들은 평균 82일, 일반 병사들은 56일. 연예인들이 평균적으로 한 달 더 휴가를 쓴 셈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뒤 입대한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가수 정준영이 보낸 불법 촬영 성관계 영상을 보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주고받아 물의를 일으킨 전 씨엔블루 멤버 종현은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 총 81일의 휴가를 썼고요. 역시 불법 촬영 영상을 받아본 가수 용준형도 그룹 하이라이트를 탈퇴하고 입대했는데 지금까지 64일의 휴가를 썼습니다.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돼 아직 복무 중인데 벌써 일반 병사 평균 휴가일을 넘어선 겁니다.


최근 만기 전역한 인기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69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민석 88일, 비투비의 서은광은 무려 108일이나 됐습니다.

연예인들이 일반 병사들보다 더 허약하고, 자주 아픈 게 아니라면 이제 '청원 휴가'도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할 겁니다. 매년 반복되는 '특혜 논란'은 연예인들에게도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병사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래픽: 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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