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최고존엄의 눈물’…새 통치기법?

입력 2020.10.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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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새벽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던 중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새벽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던 중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눈물'이 화제입니다. 지난 10일 북한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28분 간의 육성 연설 도중 눈물을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 속 고백은 '고맙습니다' 한마디뿐"이라며 연거푸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목소리가 떨리더니 급기야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주민과 군인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김일성 광장에 모인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일성 광장에 모인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공개석상 첫 눈물…'감성정치'로 민심 달래기?

김정은의 눈물,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감성주의 리더십'이라는 평가입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오늘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 존엄도 눈물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원장은 "최근 스트롱맨들이 강력한 권위주의를 보이는 것 같지만 반대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성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감성에 호소하는 세계 지도자들의 유형을 따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대중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제스처이자 고도의 통치기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 교수는 "지금 김정은에게 있어 인민들의 헌신과 노력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감성적인 접근은 최고 지도자가 인민들의 헌신을 알아준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총을 든 사열대 앞을 지나며 오른손을 들어 경례하고 있다.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총을 든 사열대 앞을 지나며 오른손을 들어 경례하고 있다.

■ "면목없다" 자책도…北 지도자 '무결성' 이미지 고려하면 이례적

김 위원장은 연설 중 국가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면목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지만 부족해서 인민들이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 번 보담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무결성' 이미지를 추구하는 북한 최고존엄의 지위를 고려할 때 잔뜩 자세를 낮춘 모습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16년 제시한 경제개발 계획에 '편향'과 '결함'이 있다고 자인했습니다. 실패를 딛고 내년 1월 당 대회 때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보겠다고 제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확실히 김일성-김정일 선대처럼 완전무결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리더십을 채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면서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영도자"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정치권에선 '악어의 눈물' 비판도

오늘 정치권에서도 '김정은의 눈물'이 키워드였습니다. 그러나 열병식 때 보여준 눈물과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해 야당은 위선적인 눈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남녘 동포를 운운하는 악어의 눈물에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열병식 때 보인 눈물은 철저한 쇼맨십이자 이중성이라는 인식입니다.

여당은 진정성을 아예 무시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위원장의 열병식 메시지에 대해 "남북관계의 숨통을 틀 수 있는 긍정적인 발언이라고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것을 두고 "내년 이후의 남북관계를 고려한 일종의 복선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인사 중에서 김 위원장 연설 메시지의 의도를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3월과 9월에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에 나온 표현과 비슷하다"며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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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열병식 ‘최고존엄의 눈물’…새 통치기법?
    • 입력 2020-10-12 15:20:36
    취재K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새벽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던 중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눈물'이 화제입니다. 지난 10일 북한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28분 간의 육성 연설 도중 눈물을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 속 고백은 '고맙습니다' 한마디뿐"이라며 연거푸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목소리가 떨리더니 급기야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주민과 군인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김일성 광장에 모인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공개석상 첫 눈물…'감성정치'로 민심 달래기?

김정은의 눈물,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감성주의 리더십'이라는 평가입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오늘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 존엄도 눈물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원장은 "최근 스트롱맨들이 강력한 권위주의를 보이는 것 같지만 반대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성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감성에 호소하는 세계 지도자들의 유형을 따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대중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제스처이자 고도의 통치기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 교수는 "지금 김정은에게 있어 인민들의 헌신과 노력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감성적인 접근은 최고 지도자가 인민들의 헌신을 알아준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총을 든 사열대 앞을 지나며 오른손을 들어 경례하고 있다.
■ "면목없다" 자책도…北 지도자 '무결성' 이미지 고려하면 이례적

김 위원장은 연설 중 국가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면목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지만 부족해서 인민들이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 번 보담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무결성' 이미지를 추구하는 북한 최고존엄의 지위를 고려할 때 잔뜩 자세를 낮춘 모습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16년 제시한 경제개발 계획에 '편향'과 '결함'이 있다고 자인했습니다. 실패를 딛고 내년 1월 당 대회 때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보겠다고 제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확실히 김일성-김정일 선대처럼 완전무결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리더십을 채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면서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영도자"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정치권에선 '악어의 눈물' 비판도

오늘 정치권에서도 '김정은의 눈물'이 키워드였습니다. 그러나 열병식 때 보여준 눈물과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해 야당은 위선적인 눈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남녘 동포를 운운하는 악어의 눈물에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열병식 때 보인 눈물은 철저한 쇼맨십이자 이중성이라는 인식입니다.

여당은 진정성을 아예 무시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위원장의 열병식 메시지에 대해 "남북관계의 숨통을 틀 수 있는 긍정적인 발언이라고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것을 두고 "내년 이후의 남북관계를 고려한 일종의 복선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인사 중에서 김 위원장 연설 메시지의 의도를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3월과 9월에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에 나온 표현과 비슷하다"며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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