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달리는 ‘코로나 특별열차’…1천억 누가 갚나?

입력 2020.10.13 (15:04) 수정 2020.10.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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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오전 9시 15분, 인천국제공항에 방콕발 여객기가 도착했습니다. 출국장으로 나온 탑승객들은 각 자치단체에서 파견된 방역요원들로부터 버스, 자차, 콜밴, KTX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안내받습니다. 이 가운데 KTX를 선택한 사람들은 안내에 따라 버스정류장에 집결해 '특별수송버스'에 탑승합니다. 이들이 도착하는 곳은 광명역. 3층 버스정류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해외입국자들은 2층으로 내려가 '특별수송열차'를 기다립니다.

'특별수송열차'는 5개 노선에서 하루 45개 KTX 열차가 투입됩니다. 7월까지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이용했습니다. 18량 열차의 3칸을 이용하는데 한 칸은 비워놓아 일반 승객들과 분리하고, 나머지 두 칸에 해외입국자들이 탑승합니다. 8량 열차는 1칸을 비우고 1칸에 탑승하는 방식입니다.

버스도 열차도 공짜는 아닙니다. 탑승객들이 돈을 내지만, 문제는 비어있는 자리가 많다는 겁니다. 버스나 열차 전용칸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금을 받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코레일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한달 100억 원씩 비용 발생...연말까지 1천억 원 추산

3월 28일부터 7월 말까지 비용 계산을 해보니 KTX 전용칸 전세 요금이 445억 원 발생했는데, 요금 수입은 25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420억 원 손해입니다. 여기에 특별수송버스 비용 3억2천만 원, 광명역 전용창구 설치비 등으로 1억4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넉 달가량 424억6천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8월 말까지 합산하면 522억 원입니다. 한 달에 100억 원꼴입니다. 올 연말까지 1천억 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레일이 비용청구를 위해 복지부에 보낸 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코레일이 비용청구를 위해 복지부에 보낸 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

코레일은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 이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처음 특별수송 협조요청을 한 곳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KBS에 제공한 '해외입국 자가격리자의 국내이동 관련 교통편 협조요청' 공문을 보면 공항 리무진 증편과 열차 전용칸 마련 등의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이 요청은 다시 국토부를 거쳐 코레일로 전달됐습니다.

중수본이 국토부에 보낸 교통편 협조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중수본이 국토부에 보낸 교통편 협조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

국토부가 코레일에 보낸 교통편 협조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국토부가 코레일에 보낸 교통편 협조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

국토부·복지부 모두 "비용 부담 못해...예산 없어서"

하지만 수송 비용 부담에 대한 복지부의 대답은 "국토부 검토사항이다"였습니다. 코레일은 다시 국토부에 문의했지만, 국토부 역시 관련 예산 항목 자체가 없다며 난색을 보였습니다.

코레일은 다시 7월 복지부에 수송비용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양 기관 모두 비용 부담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추경' 예산이 4차까지 편성됐지만, 수송비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두 기관 모두 관련 예산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진이 수송비용부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문의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국토부와 협의 바란다."

국토부에 문의해봤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 (특별 수송을) 처음으로 요청한 것이 보건복지부였는데, 감염병예방법 등에 이를 보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계속 얘기를 하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국토부는 중간 다리 역할"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처에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지만, 저희 쪽도 비용지원 근거가 없으니까"라며 답답해했습니다.

국토부, 내년도 예산에서 대체 방안 찾는 중

국토부에서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예산 지원 항목이 없으니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이 매년 지급해야 하는 선로 사용료를 감면하고, 벽지 노선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없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올해 코레일의 적자를 내년에 보상해 주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올해 발생할 예정인 특별수송열차의 '외상값' 1천억 원은 고스란히 코레일의 빚으로 남게 됐습니다.

당시 대구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비용 문제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중간 다리' 역할만 하려 하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코레일은 코로나 19 여파로 승객이 줄어 올해 상반기 6천억 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올해 총 1조 원가량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본부를 통폐합하는 등 고강도 구조개편이 진행 중입니다.

김윤덕 "본질은 부처간 떠넘기기"...특별열차 전용칸 줄어

그렇다고 특별수송 규모를 당장 줄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외입국자 사이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들이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열차 간격도 고려해서 배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추석 연휴부터 코레일은 열차의 전용칸을 줄였습니다. 18량 열차의 경우 3칸에서 2칸만 전용칸으로, 8량 열차는 2칸에서 1칸만 전용칸으로 운영합니다. 일반 승객과 전용칸 사이에 철도 경찰을 배치해 서로 섞이지 않게 하는 방식입니다.

내년에도 코로나 19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 달에 100억 원씩 발생하는 '외상값'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도 어느 부처에서도 수송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수송열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옵니다.

김윤덕 의원은 "본질은 부처 간 떠넘기기"라며 "코로나 19 때문에 생긴 국가 긴급사태에서 국가적, 정부적 책임의 부재라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부처에서 500억 원(8월 말 현재 수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현재 진단키트 사용이나 다른 코로나 정책들이 정부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질병관리청이 주체해 관리해서 이상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기재부나 총리실에서 결정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각국의 귀빈들을 실어날랐던 특별열차 비용은 외교부가,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탑승했던 특별열차 비용은 통일부가 '깔끔하게' 부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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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상으로 달리는 ‘코로나 특별열차’…1천억 누가 갚나?
    • 입력 2020-10-13 15:04:12
    • 수정2020-10-13 15:05:12
    취재K
이달 8일 오전 9시 15분, 인천국제공항에 방콕발 여객기가 도착했습니다. 출국장으로 나온 탑승객들은 각 자치단체에서 파견된 방역요원들로부터 버스, 자차, 콜밴, KTX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안내받습니다. 이 가운데 KTX를 선택한 사람들은 안내에 따라 버스정류장에 집결해 '특별수송버스'에 탑승합니다. 이들이 도착하는 곳은 광명역. 3층 버스정류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해외입국자들은 2층으로 내려가 '특별수송열차'를 기다립니다.

'특별수송열차'는 5개 노선에서 하루 45개 KTX 열차가 투입됩니다. 7월까지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이용했습니다. 18량 열차의 3칸을 이용하는데 한 칸은 비워놓아 일반 승객들과 분리하고, 나머지 두 칸에 해외입국자들이 탑승합니다. 8량 열차는 1칸을 비우고 1칸에 탑승하는 방식입니다.

버스도 열차도 공짜는 아닙니다. 탑승객들이 돈을 내지만, 문제는 비어있는 자리가 많다는 겁니다. 버스나 열차 전용칸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금을 받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코레일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한달 100억 원씩 비용 발생...연말까지 1천억 원 추산

3월 28일부터 7월 말까지 비용 계산을 해보니 KTX 전용칸 전세 요금이 445억 원 발생했는데, 요금 수입은 25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420억 원 손해입니다. 여기에 특별수송버스 비용 3억2천만 원, 광명역 전용창구 설치비 등으로 1억4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넉 달가량 424억6천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8월 말까지 합산하면 522억 원입니다. 한 달에 100억 원꼴입니다. 올 연말까지 1천억 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코레일이 비용청구를 위해 복지부에 보낸 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
코레일은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 이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처음 특별수송 협조요청을 한 곳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KBS에 제공한 '해외입국 자가격리자의 국내이동 관련 교통편 협조요청' 공문을 보면 공항 리무진 증편과 열차 전용칸 마련 등의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이 요청은 다시 국토부를 거쳐 코레일로 전달됐습니다.

중수본이 국토부에 보낸 교통편 협조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
국토부가 코레일에 보낸 교통편 협조공문(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제공)
국토부·복지부 모두 "비용 부담 못해...예산 없어서"

하지만 수송 비용 부담에 대한 복지부의 대답은 "국토부 검토사항이다"였습니다. 코레일은 다시 국토부에 문의했지만, 국토부 역시 관련 예산 항목 자체가 없다며 난색을 보였습니다.

코레일은 다시 7월 복지부에 수송비용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양 기관 모두 비용 부담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추경' 예산이 4차까지 편성됐지만, 수송비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두 기관 모두 관련 예산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진이 수송비용부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문의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국토부와 협의 바란다."

국토부에 문의해봤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 (특별 수송을) 처음으로 요청한 것이 보건복지부였는데, 감염병예방법 등에 이를 보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계속 얘기를 하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국토부는 중간 다리 역할"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처에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지만, 저희 쪽도 비용지원 근거가 없으니까"라며 답답해했습니다.

국토부, 내년도 예산에서 대체 방안 찾는 중

국토부에서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예산 지원 항목이 없으니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이 매년 지급해야 하는 선로 사용료를 감면하고, 벽지 노선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없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올해 코레일의 적자를 내년에 보상해 주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올해 발생할 예정인 특별수송열차의 '외상값' 1천억 원은 고스란히 코레일의 빚으로 남게 됐습니다.

당시 대구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비용 문제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중간 다리' 역할만 하려 하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코레일은 코로나 19 여파로 승객이 줄어 올해 상반기 6천억 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올해 총 1조 원가량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본부를 통폐합하는 등 고강도 구조개편이 진행 중입니다.

김윤덕 "본질은 부처간 떠넘기기"...특별열차 전용칸 줄어

그렇다고 특별수송 규모를 당장 줄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외입국자 사이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들이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열차 간격도 고려해서 배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추석 연휴부터 코레일은 열차의 전용칸을 줄였습니다. 18량 열차의 경우 3칸에서 2칸만 전용칸으로, 8량 열차는 2칸에서 1칸만 전용칸으로 운영합니다. 일반 승객과 전용칸 사이에 철도 경찰을 배치해 서로 섞이지 않게 하는 방식입니다.

내년에도 코로나 19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 달에 100억 원씩 발생하는 '외상값'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도 어느 부처에서도 수송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수송열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옵니다.

김윤덕 의원은 "본질은 부처 간 떠넘기기"라며 "코로나 19 때문에 생긴 국가 긴급사태에서 국가적, 정부적 책임의 부재라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부처에서 500억 원(8월 말 현재 수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현재 진단키트 사용이나 다른 코로나 정책들이 정부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질병관리청이 주체해 관리해서 이상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기재부나 총리실에서 결정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각국의 귀빈들을 실어날랐던 특별열차 비용은 외교부가,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탑승했던 특별열차 비용은 통일부가 '깔끔하게' 부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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