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다시 먹구름…한·중·일 정상회의는?

입력 2020.10.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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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났습니다. 1년 3개월 만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경제 보복', 지소미아 종료 논란 등이 줄을 이은 뒤로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두 나라 사이의 입장 차는 여전했습니다. 수출 규제 문제와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일본은 기존 자신의 견해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양측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에만 뜻을 같이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만큼은 막았다는 것입니다. 두 나라 정상이 만났던 곳은 중국 청두. 계기는 바로 한·중·일 정상이 모이는 3개국 정상회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두보초당을 찾아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봉투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두보초당을 찾아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봉투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은 한국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은 한국입니다. 중국과 일본 정상들이 한국에 올 차례라는 뜻입니다. 지난해에는 중국 청두에서, 지난 2018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정부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면 방식의 모든 다자 정상회의가 멈춰 섰기 때문입니다.

꺼져가던 불씨는 한국과 중국이 살렸습니다. 지난 6월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화상 회의를 열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의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든 것에 힘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가 새 총리가 되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리더십에 변화가 생긴 만큼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이었습니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첫 상견례라는 좋은 명분도 있습니다.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 없이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처럼 만나기만 해도 그 자체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실제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부쩍 의사소통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5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지난 25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

■ 한일 관계에 다시 먹구름…도로 아베?

하지만 분위기는 최근 다시 급변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일본이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최근 독일 외무장관에게 직접 철거를 요구하는 등 외교력을 행사했습니다. 일본이 평소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예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가 총리 취임 직후 나온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스가 총리가 방한하기 위한 조건, 즉 한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제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법 판결에 따라 해당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에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한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했다는 내용입니다. 아베 총리에서 스가 총리로 바뀐 이후 새로운 분위기를 기대했던 한국으로서는 결국 '도로 아베'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외교 당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 이것은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라고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 때문인 듯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의사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관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으로 해를 넘겨서도 개최할 수도 있고, 굳이 대면 정상회의가 아닌 화상 회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연내 대면 회의'가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스가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에 모일 수 있을까요? 또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까요? 소녀상 문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한일 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관계 속에서 한 치 앞도 전망하기 힘든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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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관계 다시 먹구름…한·중·일 정상회의는?
    • 입력 2020-10-13 15:32:18
    취재K
지난해 12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났습니다. 1년 3개월 만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경제 보복', 지소미아 종료 논란 등이 줄을 이은 뒤로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두 나라 사이의 입장 차는 여전했습니다. 수출 규제 문제와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일본은 기존 자신의 견해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양측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에만 뜻을 같이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만큼은 막았다는 것입니다. 두 나라 정상이 만났던 곳은 중국 청두. 계기는 바로 한·중·일 정상이 모이는 3개국 정상회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두보초당을 찾아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봉투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은 한국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은 한국입니다. 중국과 일본 정상들이 한국에 올 차례라는 뜻입니다. 지난해에는 중국 청두에서, 지난 2018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각각 열렸습니다. 정부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면 방식의 모든 다자 정상회의가 멈춰 섰기 때문입니다.

꺼져가던 불씨는 한국과 중국이 살렸습니다. 지난 6월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화상 회의를 열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의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든 것에 힘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가 새 총리가 되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리더십에 변화가 생긴 만큼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이었습니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첫 상견례라는 좋은 명분도 있습니다.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 없이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처럼 만나기만 해도 그 자체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실제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부쩍 의사소통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5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
■ 한일 관계에 다시 먹구름…도로 아베?

하지만 분위기는 최근 다시 급변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일본이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최근 독일 외무장관에게 직접 철거를 요구하는 등 외교력을 행사했습니다. 일본이 평소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예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가 총리 취임 직후 나온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스가 총리가 방한하기 위한 조건, 즉 한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제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법 판결에 따라 해당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에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한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했다는 내용입니다. 아베 총리에서 스가 총리로 바뀐 이후 새로운 분위기를 기대했던 한국으로서는 결국 '도로 아베'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외교 당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 이것은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라고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 때문인 듯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의사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관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으로 해를 넘겨서도 개최할 수도 있고, 굳이 대면 정상회의가 아닌 화상 회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연내 대면 회의'가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스가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에 모일 수 있을까요? 또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까요? 소녀상 문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한일 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관계 속에서 한 치 앞도 전망하기 힘든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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