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정액수가제…요양병원, 치료 대신 장사 했나

입력 2020.10.13 (21:07) 수정 2020.10.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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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양의 약물을 처방하는 관행은 요양병원 수익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건강보험 수가는 보통 치료에 따라 정해지지만 요양병원에는 무조건 환자 1인당 정액을 지원하는데요.

이런 수가제 때문에 값싼 복제약 처방이 남발될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또 취재과정에서 요양병원을 상대로 한 약품 리베이트 실태도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홍혜림 기잡니다.

[리포트]

요양병원 여러 곳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도매업자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 넣어주고 결제 받고 마진 줄 건 주고, 서로 웃어가며 같이 밥도 먹고 계속 하는 거예요. 10년 그냥 가거든요."]

이런 끈끈한 관계는 어디서 나올까.

약품 공급량을 미리 정한 도매업체와 요양병원.

병원이 계약량을 모두 처방하면, 업체는 약값의 15%를 매달 되돌려준다는 겁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값) 쓰는 것은 전부 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들어오니까요. 한 달 약값이 2천만 원이라고 하면, 매달 3백만 원씩 (요양병원에) 갖다 드리는 거죠."]

리베이트로 얽힌 납품 구조는 약품 남용으로도 이어집니다.

[요양병원 前 원무과장 : "환자는 누워있고, 이 약이 많다고 거부하지도 않아요. 그냥 주는대로 먹고 안 먹더라도 버리면 돼요."]

리베이트 외에도, 병원이 약값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도매업체가 요양병원에 공급해온 약품 목록, 대부분이 값싼 복제약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오리지널 약은 제가 사와도 (이윤을)2~3%밖에 못 받거든요. 어떤 것은 104원, 92원. 다 차이 나거든요. 병원에서는 어떤 약이 좋겠습니까? 92원짜리가 좋겠죠. 싼 거."]

취재진은 지난 1년 6개월간 요양병원에 공급된 19개 항정신제 약품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전국 요양병원에서 한 달에 2백만 개 이상 처방되는 항정신병제 '쿠에티아핀'.

가장 비싼 오리지널 약의 경우 공급량은 0.6%, 5개 복제약들이 전체 공급량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요양병원 前 원무과장 : "복제약을 파는 도매상이거든요. 단가가 생각만큼 비싸지가 않아요. 약을 그만큼 써주면 리베이트를 주더라도 남는 거죠."]

요양병원의 건강보험 수가는 돌봄의 질이나 치료 종류와 상관 없이 '정액수가제', 즉 하루 환자 1인당 정가로 지급됩니다.

복제약 처방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액수가제에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값싼 복제약이 남발될 여지는 충분합니다.

[신현호/KBS 자문변호사/의료 전문 : "약에 관련된 리베이트 수익을 무시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점은 특정 약을 더 쓰고 덜 쓰고 있을 수 있지만, 이게 결국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거든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에 공급된 항정신병제는 한 달 평균 374만 개.

실제 처방량과는 다달이 87만 개나 차이가 나는데도 당국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간호사/음성변조 : "하루 권장되는 약물에 대한 용량이 따로 나와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거예요. 제일 문제되는 게 이렇게 약물을 써서 환자분들이 약간 혼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매년 요양병원에 대한 적정성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평가 대상에 약물 처방 항목은 없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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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당 정액수가제…요양병원, 치료 대신 장사 했나
    • 입력 2020-10-13 21:07:13
    • 수정2020-10-13 2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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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양의 약물을 처방하는 관행은 요양병원 수익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건강보험 수가는 보통 치료에 따라 정해지지만 요양병원에는 무조건 환자 1인당 정액을 지원하는데요.

이런 수가제 때문에 값싼 복제약 처방이 남발될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또 취재과정에서 요양병원을 상대로 한 약품 리베이트 실태도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홍혜림 기잡니다.

[리포트]

요양병원 여러 곳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도매업자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 넣어주고 결제 받고 마진 줄 건 주고, 서로 웃어가며 같이 밥도 먹고 계속 하는 거예요. 10년 그냥 가거든요."]

이런 끈끈한 관계는 어디서 나올까.

약품 공급량을 미리 정한 도매업체와 요양병원.

병원이 계약량을 모두 처방하면, 업체는 약값의 15%를 매달 되돌려준다는 겁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값) 쓰는 것은 전부 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들어오니까요. 한 달 약값이 2천만 원이라고 하면, 매달 3백만 원씩 (요양병원에) 갖다 드리는 거죠."]

리베이트로 얽힌 납품 구조는 약품 남용으로도 이어집니다.

[요양병원 前 원무과장 : "환자는 누워있고, 이 약이 많다고 거부하지도 않아요. 그냥 주는대로 먹고 안 먹더라도 버리면 돼요."]

리베이트 외에도, 병원이 약값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도매업체가 요양병원에 공급해온 약품 목록, 대부분이 값싼 복제약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오리지널 약은 제가 사와도 (이윤을)2~3%밖에 못 받거든요. 어떤 것은 104원, 92원. 다 차이 나거든요. 병원에서는 어떤 약이 좋겠습니까? 92원짜리가 좋겠죠. 싼 거."]

취재진은 지난 1년 6개월간 요양병원에 공급된 19개 항정신제 약품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전국 요양병원에서 한 달에 2백만 개 이상 처방되는 항정신병제 '쿠에티아핀'.

가장 비싼 오리지널 약의 경우 공급량은 0.6%, 5개 복제약들이 전체 공급량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요양병원 前 원무과장 : "복제약을 파는 도매상이거든요. 단가가 생각만큼 비싸지가 않아요. 약을 그만큼 써주면 리베이트를 주더라도 남는 거죠."]

요양병원의 건강보험 수가는 돌봄의 질이나 치료 종류와 상관 없이 '정액수가제', 즉 하루 환자 1인당 정가로 지급됩니다.

복제약 처방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액수가제에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값싼 복제약이 남발될 여지는 충분합니다.

[신현호/KBS 자문변호사/의료 전문 : "약에 관련된 리베이트 수익을 무시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점은 특정 약을 더 쓰고 덜 쓰고 있을 수 있지만, 이게 결국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거든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에 공급된 항정신병제는 한 달 평균 374만 개.

실제 처방량과는 다달이 87만 개나 차이가 나는데도 당국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간호사/음성변조 : "하루 권장되는 약물에 대한 용량이 따로 나와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거예요. 제일 문제되는 게 이렇게 약물을 써서 환자분들이 약간 혼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매년 요양병원에 대한 적정성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평가 대상에 약물 처방 항목은 없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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