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정액수가제…치료 대신 장사 했나

입력 2020.10.14 (07:20) 수정 2020.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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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환자의 존엄성을 해치는 다량의 약물 처방 관행은 요양병원의 수익 구조와 직접 연관됩니다.

건강보험 수가는 보통 치료에 따라 정해지지만 요양병원에는 환자 1인당 '정액'을 지원하는데요.

이런 수가제가 값싼 복제약 남발로 이어질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홍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요양병원 여러 곳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도매업자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 넣어주고 결제받고 마진 줄 건 주고, 서로 웃어가며 같이 밥도 먹고 계속 하는 거예요. 10년 그냥 가거든요."]

이런 끈끈한 관계는 어디서 나올까.

약품 공급량을 미리 정한 도매업체와 요양병원.

병원이 계약량을 모두 처방하면, 업체는 약값의 15%를 매달 되돌려준다는 겁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값) 쓰는 것은 전부 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들어오니까요. 한달 약값이 2천만 원이라고 하면, 매달 3백만 원씩 (요양병원에) 갖다 드리는 거죠."]

리베이트로 얽힌 납품 구조는 약품 남용으로도 이어집니다.

[요양병원/前 원무과장 : "환자는 누워있고, 이 약이 많다고 거부하지도 않아요. 그냥 주는대로 먹고 안 먹더라도 버리면 돼요."]

리베이트 외에도, 병원이 약값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도매업체가 요양병원에 공급해온 약품 목록, 대부분이 값싼 복제약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오리지널 약은 제가 사와도 (이윤을)2~3%밖에 못 받거든요. 어떤 것은 104원, 92원.다 차이 나거든요. 병원에서는 어떤 약이 좋겠습니까? 92원짜리가 좋겠죠. 싼 거."]

취재진은 지난 1년 6개월간 요양병원에 공급된 19개 항정신제 약품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전국 요양병원에서 한 달에 2백만 개 이상 처방되는 항정신병제 '쿠에티아핀'.

가장 비싼 오리지널 약의 경우 공급량은 0.6%, 5개 복제약들이 전체 공급량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요양병원/前 원무과장 : "복제약을 파는 도매상이거든요. 단가가 생각만큼 비싸지가 않아요. 약을 그만큼 써주면 리베이트를 주더라도 남는 거죠."]

요양병원의 건강보험 수가는 돌봄의 질이나 치료 종류와 상관 없이 '정액수가제', 즉 하루 환자 1인당 정가로 지급됩니다.

복제약 처방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액수가제에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값싼 복제약이 남발될 여지는 충분합니다.

[신현호/KBS 자문변호사/의료 전문 : "약에 관련된 리베이트 수익을 무시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점은 특정 약을 더 쓰고 덜 쓰고 있을 수 있지만, 이게 결국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거든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에 공급된 항정신병제는 한 달 평균 374만 개.

실제 처방량과는 다달이 87만 개나 차이가 나는데도 당국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간호사/음성변조 : "하루 권장되는 약물에 대한 용량이 따로 나와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거예요. 제일 문제되는 게 이렇게 약물을 써서 환자분들이 약간 혼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매년 요양병원에 대한 적정성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평가 대상에 약물 처방 항목은 없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영상편집: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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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4 07:20:25
    • 수정2020-10-14 08: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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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환자의 존엄성을 해치는 다량의 약물 처방 관행은 요양병원의 수익 구조와 직접 연관됩니다.

건강보험 수가는 보통 치료에 따라 정해지지만 요양병원에는 환자 1인당 '정액'을 지원하는데요.

이런 수가제가 값싼 복제약 남발로 이어질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홍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요양병원 여러 곳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도매업자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 넣어주고 결제받고 마진 줄 건 주고, 서로 웃어가며 같이 밥도 먹고 계속 하는 거예요. 10년 그냥 가거든요."]

이런 끈끈한 관계는 어디서 나올까.

약품 공급량을 미리 정한 도매업체와 요양병원.

병원이 계약량을 모두 처방하면, 업체는 약값의 15%를 매달 되돌려준다는 겁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약값) 쓰는 것은 전부 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들어오니까요. 한달 약값이 2천만 원이라고 하면, 매달 3백만 원씩 (요양병원에) 갖다 드리는 거죠."]

리베이트로 얽힌 납품 구조는 약품 남용으로도 이어집니다.

[요양병원/前 원무과장 : "환자는 누워있고, 이 약이 많다고 거부하지도 않아요. 그냥 주는대로 먹고 안 먹더라도 버리면 돼요."]

리베이트 외에도, 병원이 약값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도매업체가 요양병원에 공급해온 약품 목록, 대부분이 값싼 복제약입니다.

[의약품 도매상/음성변조 : "오리지널 약은 제가 사와도 (이윤을)2~3%밖에 못 받거든요. 어떤 것은 104원, 92원.다 차이 나거든요. 병원에서는 어떤 약이 좋겠습니까? 92원짜리가 좋겠죠. 싼 거."]

취재진은 지난 1년 6개월간 요양병원에 공급된 19개 항정신제 약품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전국 요양병원에서 한 달에 2백만 개 이상 처방되는 항정신병제 '쿠에티아핀'.

가장 비싼 오리지널 약의 경우 공급량은 0.6%, 5개 복제약들이 전체 공급량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요양병원/前 원무과장 : "복제약을 파는 도매상이거든요. 단가가 생각만큼 비싸지가 않아요. 약을 그만큼 써주면 리베이트를 주더라도 남는 거죠."]

요양병원의 건강보험 수가는 돌봄의 질이나 치료 종류와 상관 없이 '정액수가제', 즉 하루 환자 1인당 정가로 지급됩니다.

복제약 처방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액수가제에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값싼 복제약이 남발될 여지는 충분합니다.

[신현호/KBS 자문변호사/의료 전문 : "약에 관련된 리베이트 수익을 무시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점은 특정 약을 더 쓰고 덜 쓰고 있을 수 있지만, 이게 결국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거든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에 공급된 항정신병제는 한 달 평균 374만 개.

실제 처방량과는 다달이 87만 개나 차이가 나는데도 당국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간호사/음성변조 : "하루 권장되는 약물에 대한 용량이 따로 나와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거예요. 제일 문제되는 게 이렇게 약물을 써서 환자분들이 약간 혼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매년 요양병원에 대한 적정성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평가 대상에 약물 처방 항목은 없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영상편집: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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