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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분 2.62%로 회장된 정의선…‘그룹 회장’ 실체는?
입력 2020.10.14 (16:09) 취재K
'그룹 회장'은 상법상 존재하지 않는 직책
일감 몰아주기로 막대한 이익 편취
정의선은 순환출자·일감 몰아주기 해결할 수 있나?
실체 모호한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현대자동차 홍보팀이 공식적으로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의선 씨는 '현대차 그룹 회장'이 맞을까요.

이런 질문을 '난센스'로 여기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 모비스라는 개별 상장사는 존재하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이라는 것은 적어도 주식회사로서의 실체는 없습니다.

현대차 홍보팀은 "오늘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회장의 취임을 지지하고 동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표현을 유심히 보면 정의선 씨가 이사회 투표로 선출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절차를 보면 각 사가 이사회에 선임 건을 '보고'하면 참석자들은 투표 없이 동의 의사를 밝히면 그만입니다. '그룹 회장'이라는 지위는 상법상 공식적인 직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라는 개념으로 재벌 그룹을 지정하고 규제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집단을 좌우하는 인물, 즉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합니다. 현재 정의선 씨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아들인 정의선 씨가 동일인 지위를 물려받는 것이 겉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이긴 합니다.


2.62% 지분으로 현대자동차를 장악하는 비결은?

하지만 정의선 씨가 가진 현대차 지분은 2.62%에 불과합니다. 그룹 지배에 핵심적인 모비스 지분도 0.32%뿐입니다. 물론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 지분 5.33%를 가졌기는 합니다. 그러나 60%까지 세금이 매겨지는 상속세를 내고 나면 실제로 상속이 이루어진 뒤 정의선 씨에게 얼마나 남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배가 가능한 것은 현대차 그룹의 4개의 커다란 순환출자 고리 때문입니다. 현대제철과 모비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서로의 주식을 많게는 수십 %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10%도 안 되는 작은 지분만으로 총수가 전체 그룹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 순환출자 구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회장 취임 선언한 이유는.

이렇게 아직 상속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낮은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법적 실체도 모호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고 굳이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차는 2년 전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정의선 씨로의 승계를 굳히기 위해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헤지펀드 엘리엇뿐 아니라 많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로 현대차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정의선 씨는 상속을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고도 지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각 회사를 분할 합병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지분을 인수해야 합니다. 일련의 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 오늘의 '회장 취임'이 있는 것이 아닐지 일각의 의심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계열사 부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력을 공고하기 위해 뭔가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현대차 계열사에 갔어야 할 이득을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몰아준 '일감몰아주기'를 적발한 바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와 순환출자라는 편법을 끊어내고 정의선 씨가 현대차그룹을 정상적인 회사로 돌려놓기를 기대합니다.
  • 현대차 지분 2.62%로 회장된 정의선…‘그룹 회장’ 실체는?
    • 입력 2020-10-14 16:09:55
    취재K
'그룹 회장'은 상법상 존재하지 않는 직책<br />일감 몰아주기로 막대한 이익 편취<br />정의선은 순환출자·일감 몰아주기 해결할 수 있나?
실체 모호한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현대자동차 홍보팀이 공식적으로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의선 씨는 '현대차 그룹 회장'이 맞을까요.

이런 질문을 '난센스'로 여기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 모비스라는 개별 상장사는 존재하지만 '현대자동차 그룹'이라는 것은 적어도 주식회사로서의 실체는 없습니다.

현대차 홍보팀은 "오늘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회장의 취임을 지지하고 동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표현을 유심히 보면 정의선 씨가 이사회 투표로 선출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절차를 보면 각 사가 이사회에 선임 건을 '보고'하면 참석자들은 투표 없이 동의 의사를 밝히면 그만입니다. '그룹 회장'이라는 지위는 상법상 공식적인 직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라는 개념으로 재벌 그룹을 지정하고 규제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집단을 좌우하는 인물, 즉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합니다. 현재 정의선 씨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아들인 정의선 씨가 동일인 지위를 물려받는 것이 겉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이긴 합니다.


2.62% 지분으로 현대자동차를 장악하는 비결은?

하지만 정의선 씨가 가진 현대차 지분은 2.62%에 불과합니다. 그룹 지배에 핵심적인 모비스 지분도 0.32%뿐입니다. 물론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 지분 5.33%를 가졌기는 합니다. 그러나 60%까지 세금이 매겨지는 상속세를 내고 나면 실제로 상속이 이루어진 뒤 정의선 씨에게 얼마나 남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배가 가능한 것은 현대차 그룹의 4개의 커다란 순환출자 고리 때문입니다. 현대제철과 모비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서로의 주식을 많게는 수십 %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10%도 안 되는 작은 지분만으로 총수가 전체 그룹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 순환출자 구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회장 취임 선언한 이유는.

이렇게 아직 상속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낮은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법적 실체도 모호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고 굳이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차는 2년 전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정의선 씨로의 승계를 굳히기 위해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헤지펀드 엘리엇뿐 아니라 많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로 현대차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정의선 씨는 상속을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그러고도 지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각 회사를 분할 합병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지분을 인수해야 합니다. 일련의 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 오늘의 '회장 취임'이 있는 것이 아닐지 일각의 의심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계열사 부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력을 공고하기 위해 뭔가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현대차 계열사에 갔어야 할 이득을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몰아준 '일감몰아주기'를 적발한 바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와 순환출자라는 편법을 끊어내고 정의선 씨가 현대차그룹을 정상적인 회사로 돌려놓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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