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성매매 알선’ 장애인 국가대표, 징계는 견책?…식구 먼저 챙긴 ‘골볼협회’

입력 2020.10.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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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성매매 알선 2회 적발' 장애인 전 국가대표…협회 징계는 '견책'
'셀프 징계 감경' 가능한 시스템·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원인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골볼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A 선수. 시각 장애를 딛고 수십 년째 골볼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의 스토리는 언론을 통해 전해져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A 선수의 충격적인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A 선수는 2017년부터 서울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면서 여성과 손님 간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선수는 2009년에도 동종 범죄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후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A 선수는 징계를 받았다.

■ 골볼협회의 징계는 '견책'…'제 식구 감싸기 문화'·'셀프 감경 가능한 구조'가 원인

장애인 체육회의 상벌위 규정에 따르면 위반 행위를 불문하고 2회 위반자에게 해당 징계기준의 2배 이상 가중 처분하게 돼 있어 A 선수의 중징계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장애인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제26조 2항)

그러나 A 선수가 받은 징계는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견책'이었다. 견책은 협회가 피징계자의 비위행위를 꾸짖고 경위서나 반성문 등을 제출하게 해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징계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골볼협회 상벌위원회의 의결 내용의 배경엔 '제 식구 감싸기 문화'와 '셀프 징계 감경'이 가능한 구조가 있었다.

다음은 당시 상벌위원회의 회의록 중 일부 내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정주 의원실 제공)


위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상벌위원들은 A 선수를 불러 성매매를 알선하게 된 이유와 잘못을 추궁하기보다는 생계를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농담을 하고 다 같이 웃는 등 엄숙한 분위기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A 선수에게 경징계인 견책을 내리면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문제 삼을 것을 우려하면서도 상벌위원회는 결국 견책을 의결했다. A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올린 공적과 생계 문제, 그리고 사법부로부터도 이미 처벌을 받았다는 점 등이 이유다. 그러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징계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징계위 시스템도 비상식적인 징계 의결이 가능한 배경이 됐다. 골볼협회 등 산하 협회 및 단체가 징계위 1심과 재심 모두 진행하고, 의결 내용을 장애인체육회에 보고하면 된다. 단, 장애인체육회는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해당 단체에 요구할 수 있는데 이번 A 선수 사건의 경우엔 골볼협회의 견책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골볼협회는 "A 선수가 법원으로부터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그 기간인 2021년 말까지 국가대표는 물론, 국내 대회 선수등록을 할 수 없는 처분을 이미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A 선수가 모 지자체의 직장인 운동부에 소속돼 있었는데, 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만 두게 됐다면서 "추가로 징계를 내린다면 A 선수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무관용 원칙' 지켜지지 않는 상벌위…'셀프 재심' 철저히 감독해야

다음은 국회 문체위 소속 유정주 의원이 제공한 장애인 체육회의 징계 현황이다.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5년간 199건의 징계처분(징계 87건, 중징계 104건)을 의결했다. 특히 경징계 87건 중 약 24%인 21건이 '심판의 품위손상(향응제공)',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각종 대회 심판 배정 시 연맹 임직원에 의한 임의배정(승부조작) 등 월권행위' 등의 비위 행위였다. 그러나 이 같은 비위 행위는 장애인 체육회「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제31조5항에 따라 징계를 감경, 사면할 수 없도록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결국,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급 단체인 장애인체육회는 골볼협회처럼 산하 단체의 비상식적인 징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묵인한 셈이다.

규정에는 산하 협회 및 단체의 법제 상벌위원회는 엄격하고 공정한 의결을 위해 법률전문가와 체육전문가, 권익보호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결사항을 감시하고 감독할 기관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또 법제 상벌위원회 구성원 중 법률전문가 참석 없이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품위 유지 의무를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은 장애인체육계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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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습 ‘성매매 알선’ 장애인 국가대표, 징계는 견책?…식구 먼저 챙긴 ‘골볼협회’
    • 입력 2020-10-14 16:31:17
    스포츠K
'성매매 알선 2회 적발' 장애인 전 국가대표…협회 징계는 '견책'<br />'셀프 징계 감경' 가능한 시스템·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원인<br />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골볼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A 선수. 시각 장애를 딛고 수십 년째 골볼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의 스토리는 언론을 통해 전해져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A 선수의 충격적인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A 선수는 2017년부터 서울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면서 여성과 손님 간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선수는 2009년에도 동종 범죄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후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A 선수는 징계를 받았다.

■ 골볼협회의 징계는 '견책'…'제 식구 감싸기 문화'·'셀프 감경 가능한 구조'가 원인

장애인 체육회의 상벌위 규정에 따르면 위반 행위를 불문하고 2회 위반자에게 해당 징계기준의 2배 이상 가중 처분하게 돼 있어 A 선수의 중징계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장애인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제26조 2항)

그러나 A 선수가 받은 징계는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견책'이었다. 견책은 협회가 피징계자의 비위행위를 꾸짖고 경위서나 반성문 등을 제출하게 해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징계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골볼협회 상벌위원회의 의결 내용의 배경엔 '제 식구 감싸기 문화'와 '셀프 징계 감경'이 가능한 구조가 있었다.

다음은 당시 상벌위원회의 회의록 중 일부 내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정주 의원실 제공)


위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상벌위원들은 A 선수를 불러 성매매를 알선하게 된 이유와 잘못을 추궁하기보다는 생계를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농담을 하고 다 같이 웃는 등 엄숙한 분위기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A 선수에게 경징계인 견책을 내리면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문제 삼을 것을 우려하면서도 상벌위원회는 결국 견책을 의결했다. A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올린 공적과 생계 문제, 그리고 사법부로부터도 이미 처벌을 받았다는 점 등이 이유다. 그러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징계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징계위 시스템도 비상식적인 징계 의결이 가능한 배경이 됐다. 골볼협회 등 산하 협회 및 단체가 징계위 1심과 재심 모두 진행하고, 의결 내용을 장애인체육회에 보고하면 된다. 단, 장애인체육회는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해당 단체에 요구할 수 있는데 이번 A 선수 사건의 경우엔 골볼협회의 견책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골볼협회는 "A 선수가 법원으로부터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그 기간인 2021년 말까지 국가대표는 물론, 국내 대회 선수등록을 할 수 없는 처분을 이미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A 선수가 모 지자체의 직장인 운동부에 소속돼 있었는데, 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만 두게 됐다면서 "추가로 징계를 내린다면 A 선수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무관용 원칙' 지켜지지 않는 상벌위…'셀프 재심' 철저히 감독해야

다음은 국회 문체위 소속 유정주 의원이 제공한 장애인 체육회의 징계 현황이다.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5년간 199건의 징계처분(징계 87건, 중징계 104건)을 의결했다. 특히 경징계 87건 중 약 24%인 21건이 '심판의 품위손상(향응제공)',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각종 대회 심판 배정 시 연맹 임직원에 의한 임의배정(승부조작) 등 월권행위' 등의 비위 행위였다. 그러나 이 같은 비위 행위는 장애인 체육회「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제31조5항에 따라 징계를 감경, 사면할 수 없도록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결국,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급 단체인 장애인체육회는 골볼협회처럼 산하 단체의 비상식적인 징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묵인한 셈이다.

규정에는 산하 협회 및 단체의 법제 상벌위원회는 엄격하고 공정한 의결을 위해 법률전문가와 체육전문가, 권익보호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결사항을 감시하고 감독할 기관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또 법제 상벌위원회 구성원 중 법률전문가 참석 없이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품위 유지 의무를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은 장애인체육계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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