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작가 조정래는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라고 했을까?

입력 2020.10.14 (17: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다룬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등으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작품 계획과 역사관 등을 밝혔습니다.

조 작가는 '친일파 단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정작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발언 해석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 혹은 "일본 유학생은 '무조건 친일파"라는 발언을 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섭니다.

진중권, 문 대통령 딸도 "처단 당하시겠다" 언급…. 민주당, 진 전 교수 비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라면서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다"고 썼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최소한의 인격은 남겨두라"며 비판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조 작가의 발언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제목을 달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조정래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 동아일보는 <조정래 "일본 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논란> 라는 제목들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각각 자신의 SNS에 조 작가의 실제 발언이라며 일간지들의 보도를 비교한 글을 게시했는데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일부 언론들이 조 작가의 발언을 자르거나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SNS 게시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조 작가는 실제 무엇이라 발언했을까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

조 작가, 소설 <아리랑> 설명하면서 '반민특위' 부활 강조

작가의 발언은 참뜻을 파악하려면 그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아리랑>에 대해 비난해온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질문과 함께 '소설 속 디테일과 실제 역사의 상관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습니다.

작가는 <태백산맥> 출간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가 11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말과 함께 소설 <아리랑>의 자료 조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제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책과, 진보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명확하게 쓴 이유는 우리의 수난이 얼마나 처절하고 일본놈들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 사실들은 명확한 것이고, 그 역사 사실들을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들은 전부 제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입니다. 그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고, 역사냐 묻지 마시고 두 번 세 번 읽어보시면 그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될 것입니다."

이어서 반민족특별행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밝힙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해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던 반민특위는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와 친일파 처벌에 반대하던 인사들에 의해 좌절된 바 있습니다. 이어진 발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제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을 헤아리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서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두 번째,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을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 자들은."

"반민특위 부활→친일파 단죄→토착왜구→일본 유학"

작가는 '친일파 단죄'를 언급한 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이라는 말과 함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작가는 '단죄' 대상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면서 '토착왜구'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유학을 갔다 온 사람들의 사례를 부연 설명한 뒤, 다시 소설 <아리랑>과 실제 역사와의 상관관계, 자신의 책무를 강조하며 말을 맺었습니다.
우선 표현으로만 본다면, 조 전 장관 등이 정확한 워딩이라며 인용한 것과는 달리, 조 작가는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따옴표로 전한 일부 언론 기사는 앞부분을 생략해 마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발언처럼 보도했습니다.

출판사 측 "작가, 친일청산 의지에 대한 호도·왜곡 엄중하게 생각"

조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을 낸 해냄출판사 관계자와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기자 등에 당시 분위기와 상황을 물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작가의 발언에 말들이 빠진 것이 있지만, 흐름을 볼 때 토착왜구 세력들, 예로부터 친일했던 사람들이 일본에 갔다 와 다 친일파가 되더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간담회 중 문제가 된 기사들이 보도됐고 이를 현장에서 접한 다수의 기자들도 "작가의 진의가 왜곡돼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출판사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출판사 측은 "조 작가도 역사 바로 세우기와 친일청산에 대한 것이 호도되고 왜곡 확대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팩트체크K] 작가 조정래는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라고 했을까?
    • 입력 2020-10-14 17:12:18
    팩트체크K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다룬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등으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작품 계획과 역사관 등을 밝혔습니다.

조 작가는 '친일파 단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정작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발언 해석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 혹은 "일본 유학생은 '무조건 친일파"라는 발언을 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섭니다.

진중권, 문 대통령 딸도 "처단 당하시겠다" 언급…. 민주당, 진 전 교수 비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라면서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다"고 썼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최소한의 인격은 남겨두라"며 비판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조 작가의 발언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제목을 달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조정래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 동아일보는 <조정래 "일본 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논란> 라는 제목들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각각 자신의 SNS에 조 작가의 실제 발언이라며 일간지들의 보도를 비교한 글을 게시했는데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일부 언론들이 조 작가의 발언을 자르거나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SNS 게시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조 작가는 실제 무엇이라 발언했을까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
조 작가, 소설 <아리랑> 설명하면서 '반민특위' 부활 강조

작가의 발언은 참뜻을 파악하려면 그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아리랑>에 대해 비난해온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질문과 함께 '소설 속 디테일과 실제 역사의 상관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습니다.

작가는 <태백산맥> 출간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가 11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말과 함께 소설 <아리랑>의 자료 조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제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책과, 진보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명확하게 쓴 이유는 우리의 수난이 얼마나 처절하고 일본놈들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 사실들은 명확한 것이고, 그 역사 사실들을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들은 전부 제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입니다. 그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고, 역사냐 묻지 마시고 두 번 세 번 읽어보시면 그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될 것입니다."

이어서 반민족특별행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밝힙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해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던 반민특위는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와 친일파 처벌에 반대하던 인사들에 의해 좌절된 바 있습니다. 이어진 발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제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을 헤아리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서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두 번째,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을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 자들은."

"반민특위 부활→친일파 단죄→토착왜구→일본 유학"

작가는 '친일파 단죄'를 언급한 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이라는 말과 함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작가는 '단죄' 대상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면서 '토착왜구'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유학을 갔다 온 사람들의 사례를 부연 설명한 뒤, 다시 소설 <아리랑>과 실제 역사와의 상관관계, 자신의 책무를 강조하며 말을 맺었습니다.
우선 표현으로만 본다면, 조 전 장관 등이 정확한 워딩이라며 인용한 것과는 달리, 조 작가는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따옴표로 전한 일부 언론 기사는 앞부분을 생략해 마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발언처럼 보도했습니다.

출판사 측 "작가, 친일청산 의지에 대한 호도·왜곡 엄중하게 생각"

조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을 낸 해냄출판사 관계자와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기자 등에 당시 분위기와 상황을 물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작가의 발언에 말들이 빠진 것이 있지만, 흐름을 볼 때 토착왜구 세력들, 예로부터 친일했던 사람들이 일본에 갔다 와 다 친일파가 되더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간담회 중 문제가 된 기사들이 보도됐고 이를 현장에서 접한 다수의 기자들도 "작가의 진의가 왜곡돼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출판사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출판사 측은 "조 작가도 역사 바로 세우기와 친일청산에 대한 것이 호도되고 왜곡 확대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