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결국 사퇴…국민의힘 내홍 깊어지나

입력 2020.10.1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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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서두르는 국민의힘, 그러나 잡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선 준비위원으로 임명됐던 김선동 사무총장이 오늘(14일) 사퇴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공정성 시비' 김선동 사퇴

김 사무총장의 사퇴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총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면서 "사무총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으니,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겠냐"라고 말했습니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과 함께 당 업무 전반에 관여하는 요직입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경선준비위원회 위원장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추천하고 위원 인선에도 깊게 관여했습니다.

경선준비위원에는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는데, 김 전 사무총장 본인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는 점이 뒷말을 낳았습니다. 잠재 후보가 당무를 총괄하며 경선준비위원까지 맡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온 겁니다.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은 "서울시장을 하려는 분 중에 어떻게 하면 꽃가마를 탈 수 있을까 하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보였다"면서 준비위원들의 보궐선거 불출마를 촉구하는 SNS 글을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역시 준비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어제(13일) 준비위원 사퇴를 선언하면서 김 전 사무총장을 향한 압박이 커졌습니다. 지 원장은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만큼 오해를 피하고 싶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오늘 사퇴를 표명한 후 KBS 기자에게, 전후 사정은 너무 정치적이라 말할 수 없지만 일단은 쉬면서 앞일을 구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김종인 리더십에 대한 당 안팎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선준비위원회가 드러낸 지도부 갈등

앞서 어제(13일) 경선준비위원장을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에서 대구 3선 김상훈 의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관련 링크 : "이런 식으로 선거 이기겠나"…시험대 선 '김종인 리더십')

이후 김종인 위원장이 김상훈 의원을 선임하며 주호영 원내대표와 따로 상의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유일호 전 부총리 내정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새 위원장이 김상훈 의원이라는 건 사후에 통보받았다는 겁니다.

유일호 전 부총리 내정에 대해 당 내부에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유 전 부총리가 '친박' 색채가 남아있는 인물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현직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맞는 것이 적절하다는 기류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이 이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새 위원장 인선을 하는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습니다.

주 원내대표도 대구·경북지역 최다선인 자신과 논의 없이 대구 지역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발탁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유 전 부총리와 준비위원 인선을 주도한 김 전 사무총장과도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는 해석입니다.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지도부 온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현재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재협상해,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기류가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과 참고인이 거의 채택되지 않는 등, 상임위원장 포기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주장인데, 주 원내대표도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확보를 재협상 전제조건으로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김종인 위원장은 재협상 가능성을 아예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공개회의에서 "이런 식이면 선거에서 이기겠느냐"(지난 12일),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 (어제)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고삐를 죄는 모습입니다.


■갈등 없다는데… 당 내부 반발 커져

언론에서 지도부 내홍을 본격적으로 보도하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갈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갈등이라고 붙일 만한 상황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런 식으론 비대위를 더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초기에 가졌던 혁신이나 이런 것들이 조금 낮아지는 것 아니냐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들었다"며 "지극히 건강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주 원내대표도 김종인 위원장의 '소통 부족'을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은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비판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 "당원 중에 장 의원 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다"며 "비대위의 리더십에 관해서 소통 부족 문제를 제기하는 문제도 없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을 비판하며 새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KBS에 "국감이 끝나면 김종인 위원장은 집에 보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해서 당을 일신하자는 격앙된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싸운다는 소리가 들리면 둘 다 내보내던지, 찬바람 불기 전에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정도 갈등은 갈등도 아니다."라면서도 "내년에 김종인 위원장이 떠나면 당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나서야 하는데, 비대위 체제는 시간 뺏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를 위한 판짜기를 한다면 모를까, 자기가 사람을 발탁하려고 하니까 문제"라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진석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하단 이유로 김종인 위원장을 흔드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구태는 답습해서는 안 된다. 내년 선거까지 맡겼으면 힘을 실어줘야지 대안도 없이 자꾸 흔들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 의원은 "선거 직전에 전당대회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분열로 패배했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제는 당원들도 전략적으로 생각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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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동 결국 사퇴…국민의힘 내홍 깊어지나
    • 입력 2020-10-14 21:14:59
    취재K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서두르는 국민의힘, 그러나 잡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선 준비위원으로 임명됐던 김선동 사무총장이 오늘(14일) 사퇴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공정성 시비' 김선동 사퇴

김 사무총장의 사퇴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총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면서 "사무총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으니,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겠냐"라고 말했습니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과 함께 당 업무 전반에 관여하는 요직입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경선준비위원회 위원장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추천하고 위원 인선에도 깊게 관여했습니다.

경선준비위원에는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는데, 김 전 사무총장 본인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는 점이 뒷말을 낳았습니다. 잠재 후보가 당무를 총괄하며 경선준비위원까지 맡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온 겁니다.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은 "서울시장을 하려는 분 중에 어떻게 하면 꽃가마를 탈 수 있을까 하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보였다"면서 준비위원들의 보궐선거 불출마를 촉구하는 SNS 글을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역시 준비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어제(13일) 준비위원 사퇴를 선언하면서 김 전 사무총장을 향한 압박이 커졌습니다. 지 원장은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만큼 오해를 피하고 싶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오늘 사퇴를 표명한 후 KBS 기자에게, 전후 사정은 너무 정치적이라 말할 수 없지만 일단은 쉬면서 앞일을 구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김종인 리더십에 대한 당 안팎의 견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선준비위원회가 드러낸 지도부 갈등

앞서 어제(13일) 경선준비위원장을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에서 대구 3선 김상훈 의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관련 링크 : "이런 식으로 선거 이기겠나"…시험대 선 '김종인 리더십')

이후 김종인 위원장이 김상훈 의원을 선임하며 주호영 원내대표와 따로 상의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유일호 전 부총리 내정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새 위원장이 김상훈 의원이라는 건 사후에 통보받았다는 겁니다.

유일호 전 부총리 내정에 대해 당 내부에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유 전 부총리가 '친박' 색채가 남아있는 인물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현직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맞는 것이 적절하다는 기류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이 이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새 위원장 인선을 하는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습니다.

주 원내대표도 대구·경북지역 최다선인 자신과 논의 없이 대구 지역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발탁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유 전 부총리와 준비위원 인선을 주도한 김 전 사무총장과도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는 해석입니다.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지도부 온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현재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재협상해,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기류가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과 참고인이 거의 채택되지 않는 등, 상임위원장 포기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주장인데, 주 원내대표도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확보를 재협상 전제조건으로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김종인 위원장은 재협상 가능성을 아예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공개회의에서 "이런 식이면 선거에서 이기겠느냐"(지난 12일),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 (어제)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고삐를 죄는 모습입니다.


■갈등 없다는데… 당 내부 반발 커져

언론에서 지도부 내홍을 본격적으로 보도하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갈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갈등이라고 붙일 만한 상황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런 식으론 비대위를 더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초기에 가졌던 혁신이나 이런 것들이 조금 낮아지는 것 아니냐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들었다"며 "지극히 건강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주 원내대표도 김종인 위원장의 '소통 부족'을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은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비판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 "당원 중에 장 의원 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다"며 "비대위의 리더십에 관해서 소통 부족 문제를 제기하는 문제도 없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을 비판하며 새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KBS에 "국감이 끝나면 김종인 위원장은 집에 보내고, 조기 전당대회를 해서 당을 일신하자는 격앙된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싸운다는 소리가 들리면 둘 다 내보내던지, 찬바람 불기 전에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정도 갈등은 갈등도 아니다."라면서도 "내년에 김종인 위원장이 떠나면 당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나서야 하는데, 비대위 체제는 시간 뺏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를 위한 판짜기를 한다면 모를까, 자기가 사람을 발탁하려고 하니까 문제"라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진석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하단 이유로 김종인 위원장을 흔드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구태는 답습해서는 안 된다. 내년 선거까지 맡겼으면 힘을 실어줘야지 대안도 없이 자꾸 흔들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 의원은 "선거 직전에 전당대회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분열로 패배했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제는 당원들도 전략적으로 생각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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