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올랐는데 실수령액은 줄었다? 을지대병원의 ‘조삼모사 임금’

입력 2020.10.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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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지대학교병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병원이 지난해 간호사 처우개선을 해준다고 하면서 임금인상을 할 때 간호사는 추가로 더 인상해줬어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인수인계 수당을 갑자기 삭감했어요. 그러다 보니 임금이 올라간 금액보다 월급이 더 줄어들었습니다.”

을지대병원 간호사 정 모 씨.을지대병원 간호사 정 모 씨.

대전을지대학교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정 모 씨 이야기입니다.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직원 임금인상을 결정하며 간호사에게 추가로 2.28%의 월급을 더 주기로 했습니다. 간호사 1명당 월평균 8만 2,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월급이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뿐이었습니다. 돌연 병원 측이 지난해 11월부터 3교대 간호사 중 야간근무자들이 교대근무를 위해 1시간 더 일한 ‘시간 외 수당’을 삭감해버립니다.
이 시간 외 수당은 간호사 1명당 월 13만 1,000원가량에 달합니다. 월급이 5만 원씩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인수인계 1시간 수당

인수인계 수당이 갑자기 사라진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들은 304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월급이 적게는 10여만 원에서 많게는 17만 원까지 줄었다고 말합니다.
이 수당, 병원 측이 10년 동안 인정해온 시간 외 수당입니다.

병원은 24시간 돌아갑니다. 마찬가지로 간호사들도 24시간 병원에 있어야 합니다. 을지대병원은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8시간씩 일하는 건데,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인수인계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야간 근무 간호사들은 1시간 더 일하고 병원도 이를 인정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간호사 임금이 올라갔다고 이 시간 외 수당을 갑자기 삭감해 버렸습니다.
간호사들은 이 같은 처우에 반발하며 노동조합에 사실을 알렸고, 해결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시간 외 수당 삭감이 열 달 넘게 이어지자 간호사들은 지난 8월 대전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고발을 하게 이르렀습니다. 처음 고발을 한 간호사는 17명, 그런데 노동청 조사 결과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한 간호사들이 300여 명으로 불어나고, 임금체불 신고액만 4억 5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합의했지만 최종 합의문에는 없다?

노동조합은 삭감된 인수인계 시간 외 수당은 10년 넘도록 ‘관행적’으로 지급된 임금인데 병원 측이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을 중단했다고 주장합니다.

관행적으로 주던 급여는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이나 그간 법원 판례상 ‘관행화된 근로조건’에 해당합니다. 사업주의 지급 의무가 있는 사안입니다.

을지대병원 측은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간호사에게 2.28%의 추가 임금 인상을 하면서 조건으로 ‘3교대 간호 근무자에게 시간 외 추가 1시간을 없애는 데 동의하고, 시간 외 수당을 현재보다 30% 줄이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노동조합에 제시했고 별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노사의 ‘임금인상 최종 합의서’에는 삭감 내용을 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윤표 을지대병원 인사팀장.이윤표 을지대병원 인사팀장.

이에 대해 이윤표 을지대병원 인사팀장은 “아쉽게도 (시간 외 수당)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서에 그 내용을 못 넣은 부분은 인정한다”며 “다만 교대근무 수당 등에 대해 추가 인상한 2.28%가 대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합의는 했지만, 합의문에는 없다는 겁니다.

■병원의 내용증명… 노조 '공문서 위조다' 반발

노동조합은 간호사들의 인수인계 시간 외 수당 삭감이 병원이 일방적으로 진행했으며, 임금체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12월 27일 노동조합으로 ‘EUL-JI AGORA 31호에 대한 병원의 입장’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을지대병원이 노동조합으로 보낸 내용증명.을지대병원이 노동조합으로 보낸 내용증명.

내용증명은 시간 외 수당을 없앤 것은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고 최종 조정안에 노동조합 지부장이 자필로 ‘간호사 처우개선은 병원에 일임한다’고 서명했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을지대병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무시함은 물론 더 나아가 을지가족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배신의 행위”라며 “노조에서 말하고 있는 '간호사 임금 추가인상으로 생색은 다 내고 뒤로는 임금삭감'이라는 선전 문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장인지 알 수 있다”고도 표현합니다.

이에 대해 을지대병원 노동조합은 시간 외 수당을 없애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는 병원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협의한 것이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노사 최종합의서에 해당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허위사실을 통해 노조가 배신했다는 표현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신문수 을지대병원 노조지부장.신문수 을지대병원 노조지부장.

신문수 을지대병원 노조지부장은 “황당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공문서위조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지난 6월 중순부터 교섭하면서 임금체불과 임금체계 문제에 대한 해결을 병원이 하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노동청에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노사 임금인상 최종합의서’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해당 내용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은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간호사들로부터 고발장을 건네받은 대전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인수인계는 ‘공짜 노동’?…을지대병원 간호사 300여 명 임금 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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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여 올랐는데 실수령액은 줄었다? 을지대병원의 ‘조삼모사 임금’
    • 입력 2020-10-15 07:01:10
    취재K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병원이 지난해 간호사 처우개선을 해준다고 하면서 임금인상을 할 때 간호사는 추가로 더 인상해줬어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인수인계 수당을 갑자기 삭감했어요. 그러다 보니 임금이 올라간 금액보다 월급이 더 줄어들었습니다.”

을지대병원 간호사 정 모 씨.
대전을지대학교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정 모 씨 이야기입니다.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직원 임금인상을 결정하며 간호사에게 추가로 2.28%의 월급을 더 주기로 했습니다. 간호사 1명당 월평균 8만 2,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월급이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뿐이었습니다. 돌연 병원 측이 지난해 11월부터 3교대 간호사 중 야간근무자들이 교대근무를 위해 1시간 더 일한 ‘시간 외 수당’을 삭감해버립니다.
이 시간 외 수당은 간호사 1명당 월 13만 1,000원가량에 달합니다. 월급이 5만 원씩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인수인계 1시간 수당

인수인계 수당이 갑자기 사라진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들은 304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월급이 적게는 10여만 원에서 많게는 17만 원까지 줄었다고 말합니다.
이 수당, 병원 측이 10년 동안 인정해온 시간 외 수당입니다.

병원은 24시간 돌아갑니다. 마찬가지로 간호사들도 24시간 병원에 있어야 합니다. 을지대병원은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8시간씩 일하는 건데,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인수인계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야간 근무 간호사들은 1시간 더 일하고 병원도 이를 인정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간호사 임금이 올라갔다고 이 시간 외 수당을 갑자기 삭감해 버렸습니다.
간호사들은 이 같은 처우에 반발하며 노동조합에 사실을 알렸고, 해결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시간 외 수당 삭감이 열 달 넘게 이어지자 간호사들은 지난 8월 대전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고발을 하게 이르렀습니다. 처음 고발을 한 간호사는 17명, 그런데 노동청 조사 결과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한 간호사들이 300여 명으로 불어나고, 임금체불 신고액만 4억 5천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합의했지만 최종 합의문에는 없다?

노동조합은 삭감된 인수인계 시간 외 수당은 10년 넘도록 ‘관행적’으로 지급된 임금인데 병원 측이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을 중단했다고 주장합니다.

관행적으로 주던 급여는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이나 그간 법원 판례상 ‘관행화된 근로조건’에 해당합니다. 사업주의 지급 의무가 있는 사안입니다.

을지대병원 측은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간호사에게 2.28%의 추가 임금 인상을 하면서 조건으로 ‘3교대 간호 근무자에게 시간 외 추가 1시간을 없애는 데 동의하고, 시간 외 수당을 현재보다 30% 줄이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노동조합에 제시했고 별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노사의 ‘임금인상 최종 합의서’에는 삭감 내용을 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윤표 을지대병원 인사팀장.
이에 대해 이윤표 을지대병원 인사팀장은 “아쉽게도 (시간 외 수당)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서에 그 내용을 못 넣은 부분은 인정한다”며 “다만 교대근무 수당 등에 대해 추가 인상한 2.28%가 대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합의는 했지만, 합의문에는 없다는 겁니다.

■병원의 내용증명… 노조 '공문서 위조다' 반발

노동조합은 간호사들의 인수인계 시간 외 수당 삭감이 병원이 일방적으로 진행했으며, 임금체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12월 27일 노동조합으로 ‘EUL-JI AGORA 31호에 대한 병원의 입장’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을지대병원이 노동조합으로 보낸 내용증명.
내용증명은 시간 외 수당을 없앤 것은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고 최종 조정안에 노동조합 지부장이 자필로 ‘간호사 처우개선은 병원에 일임한다’고 서명했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을지대병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무시함은 물론 더 나아가 을지가족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배신의 행위”라며 “노조에서 말하고 있는 '간호사 임금 추가인상으로 생색은 다 내고 뒤로는 임금삭감'이라는 선전 문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장인지 알 수 있다”고도 표현합니다.

이에 대해 을지대병원 노동조합은 시간 외 수당을 없애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는 병원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협의한 것이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노사 최종합의서에 해당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허위사실을 통해 노조가 배신했다는 표현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신문수 을지대병원 노조지부장.
신문수 을지대병원 노조지부장은 “황당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공문서위조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지난 6월 중순부터 교섭하면서 임금체불과 임금체계 문제에 대한 해결을 병원이 하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노동청에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노사 임금인상 최종합의서’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해당 내용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은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간호사들로부터 고발장을 건네받은 대전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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