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문닫고 소비 감소 ‘100년 역사 연탄’의 미래는?

입력 2020.10.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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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머니가 새벽마다 일어나신 건 연탄 때문이었습니다. ‘행여 연탄불이 꺼질까’ 밤새 깊은 잠이 들지 못하셨습니다.

‘국민 연료’로 사랑받던 이 연탄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올해 100년째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에는 아궁이에 넣는 나무 대신 ‘석탄’을 잘 뭉친 후 구멍을 뚫어 땔감으로 썼다고 합니다. 야릇한 냄새의 ‘연탄가스’ 위험도 있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연탄은 겨울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연료였습니다.

■ 외면받는 연탄…가격 급등에 소비 감소

이런 연탄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점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탄값을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2003년 한 장에 184원에서 20018년 639원으로 올렸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운송비 등이 더해지면 실제 가정이 부담하는 소비자 가격은 한 장에 800원을 웃도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빈곤층에는 부담이 큰 액수입니다.

이렇게 연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도 대폭 줄었습니다. 국내 연탄 소비량은 2005년만 해도 200만 톤이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3분의 1도 안 되는 64만 톤으로 감소했습니다.


■ 문 닫는 연탄공장…최근 6년 사이 10곳 폐업

연탄 소비가 줄면서, 연탄 공장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생산할수록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는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4년 46곳이던 국내 연탄공장은 경영난 등으로 현재 36곳으로 줄었습니다. 생산을 중단하고 폐업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연탄공장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연쇄적으로 소비자들도 부담이 커졌습니다. 가까운 공장이 문을 닫으면 멀리 다른 지역에서 연탄을 공급해야 하는데, 추가 운송비 등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에너지 빈곤층’ 이웃…100년 역사 연탄의 미래?

물론 연탄보일러 대신 기름보일러로 바꾸면 편하고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설비 비용과 기름값이 부담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을 쓰는 ‘에너지 빈곤층’이 많습니다.

물론 지자체나 관계기관이 연탄쿠폰 등을 지급한다고 해도 넉넉한 겨울을 나기엔 부족합니다. 더욱이 차량 접근이 어려운 고지대의 경우, 연탄값에 상당한 ‘운반비’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결국 연탄을 아끼고 아껴야 겨울을 날 수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이웃을 따뜻하게 해준 연탄. 아직 10만 가구 넘게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지만, 연탄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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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 문닫고 소비 감소 ‘100년 역사 연탄’의 미래는?
    • 입력 2020-10-15 07:01:11
    취재K
어릴 적 어머니가 새벽마다 일어나신 건 연탄 때문이었습니다. ‘행여 연탄불이 꺼질까’ 밤새 깊은 잠이 들지 못하셨습니다.

‘국민 연료’로 사랑받던 이 연탄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올해 100년째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에는 아궁이에 넣는 나무 대신 ‘석탄’을 잘 뭉친 후 구멍을 뚫어 땔감으로 썼다고 합니다. 야릇한 냄새의 ‘연탄가스’ 위험도 있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연탄은 겨울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연료였습니다.

■ 외면받는 연탄…가격 급등에 소비 감소

이런 연탄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점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탄값을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2003년 한 장에 184원에서 20018년 639원으로 올렸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운송비 등이 더해지면 실제 가정이 부담하는 소비자 가격은 한 장에 800원을 웃도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빈곤층에는 부담이 큰 액수입니다.

이렇게 연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도 대폭 줄었습니다. 국내 연탄 소비량은 2005년만 해도 200만 톤이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3분의 1도 안 되는 64만 톤으로 감소했습니다.


■ 문 닫는 연탄공장…최근 6년 사이 10곳 폐업

연탄 소비가 줄면서, 연탄 공장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생산할수록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는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4년 46곳이던 국내 연탄공장은 경영난 등으로 현재 36곳으로 줄었습니다. 생산을 중단하고 폐업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연탄공장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연쇄적으로 소비자들도 부담이 커졌습니다. 가까운 공장이 문을 닫으면 멀리 다른 지역에서 연탄을 공급해야 하는데, 추가 운송비 등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에너지 빈곤층’ 이웃…100년 역사 연탄의 미래?

물론 연탄보일러 대신 기름보일러로 바꾸면 편하고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설비 비용과 기름값이 부담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을 쓰는 ‘에너지 빈곤층’이 많습니다.

물론 지자체나 관계기관이 연탄쿠폰 등을 지급한다고 해도 넉넉한 겨울을 나기엔 부족합니다. 더욱이 차량 접근이 어려운 고지대의 경우, 연탄값에 상당한 ‘운반비’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결국 연탄을 아끼고 아껴야 겨울을 날 수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이웃을 따뜻하게 해준 연탄. 아직 10만 가구 넘게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지만, 연탄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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