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찾아 삼만리? 어린이 독감 백신은 왜 동 났을까…

입력 2020.10.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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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인플루엔자(독감)의 동시 유행 일명 '트윈데믹' 우려로 최근 예년보다 많은 분들이 병원을 찾아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도 이런 국민 우려를 고려해 예년보다 많은 1,900만 명에 대해 국가 무료예방접종을 하기로 계획하고 현재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가 조달 백신의 상온노출 의혹 등으로 인해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잠시 차질을 빚기는 했지만, 만 13세에서 18세 중고등학생 대상 접종은 지난 13일부터 재개됐고, 만 70세 이상은 오는 19일부터, 만 62세에서 69세는 오는 26일부터 무료접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만 12세 이하와 임신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접종을 우선 재개했는데요. 그런데 일선 소아과를 중심으로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 동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백신 찾아다니는 엄마들

이런 소식을 듣고 취재팀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소아과를 찾아갔습니다. 예년 같으면 예방 접종을 하려는 아동들로 붐볐을 텐데 제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날은 병원이 아예 텅 비어 있었습니다. 만 12세 이하 백신이 지난달 말쯤 이미 동나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병원 관계자와 함께 백신을 보관 중인 냉장고를 살펴보니, 13일부터 시작된 만 13세에서 18세를 위해 보건소에서 공급받은 백신은 3백 명 분량 이상 확보돼 있었지만, 생후 6개월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제약사에 일부 추가로 받아야 할 물량이 있지만, 공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현재로써는 언제 해당 물량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처럼 이미 소아청소년과에서 백신이 소진된 병원들이 나오면서, 일부 백신 남아있는 소아청소년과에는 아이의 예방접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목동의 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백신이 남아 있다는 소식에 온종일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5살 딸을 둔 고민주 씨(서울 양천구)는 "여러 병원에 전화했는데 백신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맘카페 같은 데 가서 물어보고, 그리고 아는 친구 엄마한테도 물어봐서 여기 있을 거라고 해서 이 병원에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3살 아이를 둔 이지은 씨(서울 양천구)도 "이 병원은 그래도 한 7개 정도 남았다고 그래서 10분 안에 오라고 그래 가지고 택시 타고 급하게 왔다"며 "원래는 이번 주 말이나 이럴 때 맞추려고 했었는데, 다른 병원에서 백신이 없다고 하고 그래 가지고 좀 많이 당황해서 막 헐레벌떡 뛰어왔다"며 접종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중 백신이 소진되면서 병원을 찾았다가 접종이 마감됐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여러 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어린이용 백신 부족 원인은?

제가 만난 소아청소년과 원장들은 예년 같으면 적어도 11월 말까지 접종을 해왔는데 올해는 백신 소진이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올해 무료예방접종 중 청소년과 어르신 대상 백신은 정부가 조달계약 맺어 보건소를 통해 일선 의료기관으로 공급하는데 반해, 만 12세 이하가 맞는 백신은 일선 병원에서 제약사를 통해 직접 공급 받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일반 유료접종용 백신을 사용해 접종한 뒤 비용을 정부에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코로나 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우려로 인해 백신 자체의 수요가 매우 증가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백신을 맞지 않았을 사람들도 소아청소년과 등 병원을 찾아 접종을 받는 겁니다.

거기다 상온노출이나 백색입자 의혹이 불거져 국가 조달 백신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일부 무료접종자 가운데는 돈을 내고 유료접종분을 맞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게 일선 소아청소년과 원장들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제(14일) 0시를 기준으로 만 13세에서 18세의 경우 12만 4천여 명이 유료접종을 받았고, 만 12세 이하에서도 12만여 명이 유료접종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일부 의사들은 정부가 국가 무료접종용 백신에 대한 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해 제약사들이 단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일반 접종으로 백신 공급을 늘리면서 소아청소년과에는 평년보다 적은 양이 공급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질병관리청 "백신조달 과정에서 기관별 편차가 발생"

정부는 만 12세 이하 대상 백신이 일선 소아청소년과에서 부족해지는 현 상황과 관련해 백신 조달 과정에서 기관별 편차가 발생한 것 같다며 상당수 물량이 의료기관에 공급됐고 이번 주까진 대부분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질병청의 예비 확보 물량 34만 도즈를 내일까지 민간 의료기관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만 13세~18세 대상 백신 15%를 지자체별 사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12세 이하 부족분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백신에는 앞서 상온 노출이 의심돼 공급이 지연됐던 물량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김명준 원장은 "청소년 접종의 물량의 15%만 어린이용으로 변환하는 것으로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물량이 너무 부족해서 지금은 더 공급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고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학술이사는 "이대로 가다가는 12월, 1월에 6개월이 되는 아이들은 맞을 수 있는 접종이 없다"면서 "정부가 내년 봄 트윈데믹을 걱정을 하는데 그때 가장 고위험군인 만 2세 아이들이 독감 접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사실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로서는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 독감 백신에 대한 불신 해소가 먼저

가장 큰 문제는 백신에 대한 불신입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백색입자 발견 백신 접종자는 1만 8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 신고는 지난 12일 18시 기준 55건으로 접종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의 국소반응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발열이 14건, 알레르기 1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 흰색 소변과 관절염을 호소한 사람도 각각 1건씩 발생했고, 그 외에는 복통이 2건, 경련·어지러움·두통 등이 각 1건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예방 접종 후에 발생하는 증상이나 질환을 신고한 것으로, 신고한 이상 반응과 백신 간의 연관성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역당국은 문제의 백신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온노출 의심에 이어 백색입자 검출까지 독감 백신에 대해 불신이 심해지면서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백신 제조사와 로트번호(동일한 조건에서 제조나 조립을 해 동일한 특성을 갖는 것으로 판단되는 제품군에 붙이는 고유 기호)까지 확인해가며 무료접종을 마다하고 해외 백신을 찾아 유료접종을 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공급도 공급이지만 이런 불신을 먼저 해소해야 지금의 백신 부족 현상과 시민 불안을 조금씩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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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백신 찾아 삼만리? 어린이 독감 백신은 왜 동 났을까…
    • 입력 2020-10-15 14:41:04
    취재K
코로나 19와 인플루엔자(독감)의 동시 유행 일명 '트윈데믹' 우려로 최근 예년보다 많은 분들이 병원을 찾아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도 이런 국민 우려를 고려해 예년보다 많은 1,900만 명에 대해 국가 무료예방접종을 하기로 계획하고 현재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가 조달 백신의 상온노출 의혹 등으로 인해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잠시 차질을 빚기는 했지만, 만 13세에서 18세 중고등학생 대상 접종은 지난 13일부터 재개됐고, 만 70세 이상은 오는 19일부터, 만 62세에서 69세는 오는 26일부터 무료접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만 12세 이하와 임신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접종을 우선 재개했는데요. 그런데 일선 소아과를 중심으로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 동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백신 찾아다니는 엄마들

이런 소식을 듣고 취재팀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소아과를 찾아갔습니다. 예년 같으면 예방 접종을 하려는 아동들로 붐볐을 텐데 제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날은 병원이 아예 텅 비어 있었습니다. 만 12세 이하 백신이 지난달 말쯤 이미 동나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병원 관계자와 함께 백신을 보관 중인 냉장고를 살펴보니, 13일부터 시작된 만 13세에서 18세를 위해 보건소에서 공급받은 백신은 3백 명 분량 이상 확보돼 있었지만, 생후 6개월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제약사에 일부 추가로 받아야 할 물량이 있지만, 공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현재로써는 언제 해당 물량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처럼 이미 소아청소년과에서 백신이 소진된 병원들이 나오면서, 일부 백신 남아있는 소아청소년과에는 아이의 예방접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목동의 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백신이 남아 있다는 소식에 온종일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5살 딸을 둔 고민주 씨(서울 양천구)는 "여러 병원에 전화했는데 백신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맘카페 같은 데 가서 물어보고, 그리고 아는 친구 엄마한테도 물어봐서 여기 있을 거라고 해서 이 병원에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3살 아이를 둔 이지은 씨(서울 양천구)도 "이 병원은 그래도 한 7개 정도 남았다고 그래서 10분 안에 오라고 그래 가지고 택시 타고 급하게 왔다"며 "원래는 이번 주 말이나 이럴 때 맞추려고 했었는데, 다른 병원에서 백신이 없다고 하고 그래 가지고 좀 많이 당황해서 막 헐레벌떡 뛰어왔다"며 접종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중 백신이 소진되면서 병원을 찾았다가 접종이 마감됐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여러 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어린이용 백신 부족 원인은?

제가 만난 소아청소년과 원장들은 예년 같으면 적어도 11월 말까지 접종을 해왔는데 올해는 백신 소진이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올해 무료예방접종 중 청소년과 어르신 대상 백신은 정부가 조달계약 맺어 보건소를 통해 일선 의료기관으로 공급하는데 반해, 만 12세 이하가 맞는 백신은 일선 병원에서 제약사를 통해 직접 공급 받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일반 유료접종용 백신을 사용해 접종한 뒤 비용을 정부에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코로나 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우려로 인해 백신 자체의 수요가 매우 증가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백신을 맞지 않았을 사람들도 소아청소년과 등 병원을 찾아 접종을 받는 겁니다.

거기다 상온노출이나 백색입자 의혹이 불거져 국가 조달 백신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일부 무료접종자 가운데는 돈을 내고 유료접종분을 맞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게 일선 소아청소년과 원장들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제(14일) 0시를 기준으로 만 13세에서 18세의 경우 12만 4천여 명이 유료접종을 받았고, 만 12세 이하에서도 12만여 명이 유료접종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일부 의사들은 정부가 국가 무료접종용 백신에 대한 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해 제약사들이 단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일반 접종으로 백신 공급을 늘리면서 소아청소년과에는 평년보다 적은 양이 공급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질병관리청 "백신조달 과정에서 기관별 편차가 발생"

정부는 만 12세 이하 대상 백신이 일선 소아청소년과에서 부족해지는 현 상황과 관련해 백신 조달 과정에서 기관별 편차가 발생한 것 같다며 상당수 물량이 의료기관에 공급됐고 이번 주까진 대부분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질병청의 예비 확보 물량 34만 도즈를 내일까지 민간 의료기관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만 13세~18세 대상 백신 15%를 지자체별 사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12세 이하 부족분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백신에는 앞서 상온 노출이 의심돼 공급이 지연됐던 물량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김명준 원장은 "청소년 접종의 물량의 15%만 어린이용으로 변환하는 것으로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물량이 너무 부족해서 지금은 더 공급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고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학술이사는 "이대로 가다가는 12월, 1월에 6개월이 되는 아이들은 맞을 수 있는 접종이 없다"면서 "정부가 내년 봄 트윈데믹을 걱정을 하는데 그때 가장 고위험군인 만 2세 아이들이 독감 접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사실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로서는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 독감 백신에 대한 불신 해소가 먼저

가장 큰 문제는 백신에 대한 불신입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백색입자 발견 백신 접종자는 1만 8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 신고는 지난 12일 18시 기준 55건으로 접종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의 국소반응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발열이 14건, 알레르기 1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 흰색 소변과 관절염을 호소한 사람도 각각 1건씩 발생했고, 그 외에는 복통이 2건, 경련·어지러움·두통 등이 각 1건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예방 접종 후에 발생하는 증상이나 질환을 신고한 것으로, 신고한 이상 반응과 백신 간의 연관성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역당국은 문제의 백신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온노출 의심에 이어 백색입자 검출까지 독감 백신에 대해 불신이 심해지면서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백신 제조사와 로트번호(동일한 조건에서 제조나 조립을 해 동일한 특성을 갖는 것으로 판단되는 제품군에 붙이는 고유 기호)까지 확인해가며 무료접종을 마다하고 해외 백신을 찾아 유료접종을 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공급도 공급이지만 이런 불신을 먼저 해소해야 지금의 백신 부족 현상과 시민 불안을 조금씩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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