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돈 써도 버티는 유치원들…“검찰 솜방망이 처분 탓”

입력 2020.10.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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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어제(14일), 이른바 '유치원 3법' 통과 이후에도 상당수 사립 유치원들이 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른 행정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태를 [뉴스9]에서 집중 보도했다.

[연관기사①] 유치원비로 ‘性 박물관’을?…감사 적발에도 회수된 돈 ‘0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5470
[연관기사②] 유치원 3법 마련됐다지만…감사 거부해도 벌금 ‘100만 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5471

이와 함께 부당 사용한 유치원비 275억 원을 반납하지 않고 있는 전국 186곳의 유치원 명단도 KBS 뉴스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아래 기사 링크를 가보면 지역별로 확인 가능하다.

[연관기사] 유치원비로 ‘性 박물관’을?…‘미이행’ 유치원 186곳은 어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5249

그렇다면 이렇게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무시하는 유치원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까?

방법이 없지는 않다. 감사를 거부하거나 비위가 드러난 유치원을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립자 곽 모 씨가 유치원 돈으로 2014년 4월부터 1년 동안 개인 소유 외제 차량 3대의 자동차 보험료 천 4백만 원을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부모 선물용이라며 도자기 수천만 원어치를 구입하는 등 유치원 돈 2억 3천만 원을 증빙자료 없이 사용한 사실 등도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상적인 유치원 운영에서는 볼 수 없는 비위 의혹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설립자 곽 씨에 대해 사기, 횡령, 배임, 그리고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년 동안 수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결론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곽 씨가 돈을 빼 쓴 유치원 계좌엔 곽 씨 개인 돈이 섞여 들어가 있고, 교비 유용으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시각이 깔린 결론이었다.

KBS 취재 결과, 지난 7년 동안 유치원에 대한 125건의 교육청 고발·수사의뢰 중 60건(48%)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봐도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거부 시 사법기관의 기소율은 52%, 비위 사실에 대한 기소율은 30%에 불과하고, 형 부과는 벌금 2백만 원 가량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조차 비리 유치원의 수사기관 고발·수사 의뢰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판단하는 게 현실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로 비판 여론이 들끓었던 2018년 10월,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이 "사립유치원은 개인 사업이며 사법부 판단까지 가면 무혐의가 나온다"라며 호언장담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유치원 돈을 운영자가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썼다가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한 유치원 운영자 A 씨는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데 유치원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을 사용하는 등 2014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유치원 돈 10억 원을 사적으로 쓴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대구지법 형사4단독은 A 씨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곽 씨 사례와 비슷한데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처벌이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들쭉날쭉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좌측)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우측)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좌측)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우측)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늘(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질의에서 "교육청이 비리 유치원을 고발해도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유치원의 퇴로를 열어주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비리 유치원) 고발과 수사 단계에서 교육청이 철저히 자료 준비를 하고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문제점 많은 유치원을 관계 당국에 고발하고 조치를 기다렸는데 이런 비위 사실에 대해 사법기관이 기소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러면 실효성을 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벌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걸로 해결되지 않아 검찰청을 찾아가서 부탁도 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라며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분'을 유치원 비리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로 꼽았다.

유치원 비리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 대표도 "유치원 비리는 부실 교육과 부실 급식, 부실한 인건비 지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사들이 2차 피해를 본다"라며 "유치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비리는 일반 기업 비리보다 훨씬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특히 교육청 감사를 통해 유치원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검찰이 무혐의·불기소 같은 '솜방망이 처분'을 하는 탓에 일부 유치원이 교육청의 행정 조치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법당국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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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5 16: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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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어제(14일), 이른바 '유치원 3법' 통과 이후에도 상당수 사립 유치원들이 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른 행정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태를 [뉴스9]에서 집중 보도했다.

[연관기사①] 유치원비로 ‘性 박물관’을?…감사 적발에도 회수된 돈 ‘0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5470
[연관기사②] 유치원 3법 마련됐다지만…감사 거부해도 벌금 ‘100만 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5471

이와 함께 부당 사용한 유치원비 275억 원을 반납하지 않고 있는 전국 186곳의 유치원 명단도 KBS 뉴스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아래 기사 링크를 가보면 지역별로 확인 가능하다.

[연관기사] 유치원비로 ‘性 박물관’을?…‘미이행’ 유치원 186곳은 어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5249

그렇다면 이렇게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무시하는 유치원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까?

방법이 없지는 않다. 감사를 거부하거나 비위가 드러난 유치원을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립자 곽 모 씨가 유치원 돈으로 2014년 4월부터 1년 동안 개인 소유 외제 차량 3대의 자동차 보험료 천 4백만 원을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부모 선물용이라며 도자기 수천만 원어치를 구입하는 등 유치원 돈 2억 3천만 원을 증빙자료 없이 사용한 사실 등도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상적인 유치원 운영에서는 볼 수 없는 비위 의혹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설립자 곽 씨에 대해 사기, 횡령, 배임, 그리고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년 동안 수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결론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곽 씨가 돈을 빼 쓴 유치원 계좌엔 곽 씨 개인 돈이 섞여 들어가 있고, 교비 유용으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시각이 깔린 결론이었다.

KBS 취재 결과, 지난 7년 동안 유치원에 대한 125건의 교육청 고발·수사의뢰 중 60건(48%)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봐도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거부 시 사법기관의 기소율은 52%, 비위 사실에 대한 기소율은 30%에 불과하고, 형 부과는 벌금 2백만 원 가량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조차 비리 유치원의 수사기관 고발·수사 의뢰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판단하는 게 현실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로 비판 여론이 들끓었던 2018년 10월,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이 "사립유치원은 개인 사업이며 사법부 판단까지 가면 무혐의가 나온다"라며 호언장담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유치원 돈을 운영자가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썼다가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한 유치원 운영자 A 씨는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데 유치원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을 사용하는 등 2014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유치원 돈 10억 원을 사적으로 쓴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대구지법 형사4단독은 A 씨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곽 씨 사례와 비슷한데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처벌이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들쭉날쭉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좌측)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우측)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늘(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질의에서 "교육청이 비리 유치원을 고발해도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유치원의 퇴로를 열어주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비리 유치원) 고발과 수사 단계에서 교육청이 철저히 자료 준비를 하고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문제점 많은 유치원을 관계 당국에 고발하고 조치를 기다렸는데 이런 비위 사실에 대해 사법기관이 기소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러면 실효성을 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벌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걸로 해결되지 않아 검찰청을 찾아가서 부탁도 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라며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분'을 유치원 비리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로 꼽았다.

유치원 비리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 대표도 "유치원 비리는 부실 교육과 부실 급식, 부실한 인건비 지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사들이 2차 피해를 본다"라며 "유치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비리는 일반 기업 비리보다 훨씬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특히 교육청 감사를 통해 유치원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검찰이 무혐의·불기소 같은 '솜방망이 처분'을 하는 탓에 일부 유치원이 교육청의 행정 조치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법당국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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