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남의 돈’으로만 임대사업…공공성 ‘악화’

입력 2020.10.15 (21:47) 수정 2020.10.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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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입주한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분양시점'에 부적격자로 내몰리는 각종 의혹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해당 아파트를 매각한 임대사업자의 운영실태를 취재해보니 미심쩍인 정황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에 곽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분양시점에 맞딱뜨려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를 매매하고 임차인들을 부적격자로 내 몬 정기산업.

임대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 4년 간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수 천억원 규모의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자본금은 8억원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사업체가 본격적으로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를 사들인 건 지난 2017년과 2018년.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혜택 등을 확대할 땝니다.

정기산업이 수천억 원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었던 건 거래 건설사로부터 임대보증금과 더불어 주택도시기금도 승계받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적은 돈만 들이고도 승계받은 보증금 등으로 전국의 공공임대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내부거래 의혹도 제기된 상황.

지난해 정기산업 대표 한 모씨가 운영하는 자회사 3곳에 321억 원어치의 아파트를 매각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미수금으로 남아 있어섭니다.

[이헌/정기산업 전무 : "기존에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갖고 있던 자회사에 저희 물량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한 회사가 다 갖고 있는것도 부담이고 언젠가 다 팔아야 하는데 빨리 팔아야 하는데 나눠서 팔자, 그런 이유였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부실한 민간사업자가 수익만을 위해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임대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임차인들이 부적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주섭/광주경실련 사무처장 :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해서 장기간 재산세나 (주택도시기금) 이자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임대사업보다는 분양을 통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강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에는 건설단계부터 주택도시기금이라는 공적자금이 한 세대당 수천만원 투입됩니다.

한마디로 아파트를 짓는 비용의 1/3 가량을 정부지원으로 낮은 금리에 장기간 대출이 가능해 건설사가 책정한 우선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을 수 있는건데요.

그런데 이 공공임대 아파트가 임대사업자끼리 수차례 매매되는 동안 애초 목적과 달리 가격이 높아져도 당국의 감시망에는 벗어나 있었습니다.

공공임대아파트가 여러 임대 사업자들에게 수차례 매각되는 동안 주택도시기금은 상환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임대주택법에 매매시 종전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 승계' 할 수 있게 돼 있어섭니다.

문제는 공적자금을 포함해 여러단계의 매각을 거치면서 최초건설사가 임차인들에게 약속했던 분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광양시가 주택도시기금 지급 업무를 수탁받은 은행 측에 기금 상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은행 측은 정기산업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안된다며 담보권을 실행하면 다른 임차인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도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사업 등록과 신고는 지자체 관리사항이라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

임대사업자의 재정능력이나 매매 실태 또한 별도로 관리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임대사업자는) 신고 수리인데, 허가 사항은 아닌데... 모든 권한은 지자체에 위임돼 있으니까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공적자금이 투입되고도 공공기관의 관리 영역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오섭/더불어민주당 의원 : "은행이나 국토부에서 채무인수과정의 적정성 평가를 하게 돼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다 강화해서...."]

허술한 임대주택법과 관계당국의 무책임에 분양날만 기다려 온 임차인들은 높은 분양가를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조민웅/CG:조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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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5 21:47:50
    • 수정2020-10-15 21:54:01
    뉴스9(광주)
[앵커]

어제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입주한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분양시점'에 부적격자로 내몰리는 각종 의혹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해당 아파트를 매각한 임대사업자의 운영실태를 취재해보니 미심쩍인 정황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에 곽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분양시점에 맞딱뜨려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를 매매하고 임차인들을 부적격자로 내 몬 정기산업.

임대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 4년 간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수 천억원 규모의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자본금은 8억원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사업체가 본격적으로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를 사들인 건 지난 2017년과 2018년.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혜택 등을 확대할 땝니다.

정기산업이 수천억 원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었던 건 거래 건설사로부터 임대보증금과 더불어 주택도시기금도 승계받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적은 돈만 들이고도 승계받은 보증금 등으로 전국의 공공임대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내부거래 의혹도 제기된 상황.

지난해 정기산업 대표 한 모씨가 운영하는 자회사 3곳에 321억 원어치의 아파트를 매각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미수금으로 남아 있어섭니다.

[이헌/정기산업 전무 : "기존에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갖고 있던 자회사에 저희 물량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한 회사가 다 갖고 있는것도 부담이고 언젠가 다 팔아야 하는데 빨리 팔아야 하는데 나눠서 팔자, 그런 이유였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부실한 민간사업자가 수익만을 위해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임대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임차인들이 부적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주섭/광주경실련 사무처장 :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해서 장기간 재산세나 (주택도시기금) 이자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임대사업보다는 분양을 통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강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에는 건설단계부터 주택도시기금이라는 공적자금이 한 세대당 수천만원 투입됩니다.

한마디로 아파트를 짓는 비용의 1/3 가량을 정부지원으로 낮은 금리에 장기간 대출이 가능해 건설사가 책정한 우선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을 수 있는건데요.

그런데 이 공공임대 아파트가 임대사업자끼리 수차례 매매되는 동안 애초 목적과 달리 가격이 높아져도 당국의 감시망에는 벗어나 있었습니다.

공공임대아파트가 여러 임대 사업자들에게 수차례 매각되는 동안 주택도시기금은 상환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임대주택법에 매매시 종전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 승계' 할 수 있게 돼 있어섭니다.

문제는 공적자금을 포함해 여러단계의 매각을 거치면서 최초건설사가 임차인들에게 약속했던 분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광양시가 주택도시기금 지급 업무를 수탁받은 은행 측에 기금 상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은행 측은 정기산업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안된다며 담보권을 실행하면 다른 임차인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도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사업 등록과 신고는 지자체 관리사항이라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

임대사업자의 재정능력이나 매매 실태 또한 별도로 관리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임대사업자는) 신고 수리인데, 허가 사항은 아닌데... 모든 권한은 지자체에 위임돼 있으니까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공적자금이 투입되고도 공공기관의 관리 영역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오섭/더불어민주당 의원 : "은행이나 국토부에서 채무인수과정의 적정성 평가를 하게 돼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다 강화해서...."]

허술한 임대주택법과 관계당국의 무책임에 분양날만 기다려 온 임차인들은 높은 분양가를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조민웅/CG:조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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