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공사 훈련기 KT-100의 논바닥 불시착…“엔진이 멈췄다”

입력 2020.10.16 (07:00) 수정 2020.10.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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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날던 '훈련기', 왜 갑자기 엔진이 멈췄을까?

지난 6월 8일 오전, 4인용 공군 훈련기 한 대가 충북 청주시 남일면의 민가 주변 논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제55비행교육전대 소속 훈련기 'KT-100'이었습니다. 2017년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공군에 보급한 국산 훈련기입니다. 당시 사고기에 타고 있던 학생과 교관 조종사는 불시착 직후 탈출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공사 측은 "'항공기 이상 상태' 알람이 떠서 비상착륙(Emergency Landing)을 요청해 복귀하는 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7월 31일, 기자들에게 "사고 원인이 '훈련기 엔진 정지'로 판명됐다"고 추가로 밝혔습니다.

도입한 지 3년 된 훈련기가 갑자기 하늘을 날다가 엔진이 멈춰 불시착한 겁니다. 공사 측은 "사고기 엔진을 분해했더니, 프로펠러를 돌리는 축이 마모돼 절단돼있는 결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KT-100 훈련기를 특별 정밀 점검했다"고도 했습니다.


■ 『공군 KT-100 관련자료』 분석했더니 "100건 결함"…엔진 결함 비율 '22%'

KBS 취재진은 공군본부 측의「KT-100 비상착륙 사고조사 결과서」를 입수해 사고 원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결함 지점으로 지목된 '엔진'은 미국의 CMI가 제조했습니다. 공군본부는 결과서에서 "사고기 엔진 분해 결과, 피로 균열이 발생한 뒤 지속적인 압력으로 한 부품(Crank Cheek)의 2곳이 절단됐다"고 밝혔습니다.

KBS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해 공군본부가 파악한 KT-100 기종의 결함 실태와 관련 내용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공군본부 측은, " 201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여 동안 공사에서 운용하는 KT-100 훈련기에서 100건의 결함 사례가 확인됐다"고 보고했습니다. 해마다 최소 10건, 많게는 36건의 훈련기 결함이 나타난 겁니다. 구체적인 결함 요인은 전기 29건, 계기 27건, 엔진 22건, 화력 11건, 기체 10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 "초기 결함 빈도 높았지만, 부품 개선돼"

이에 대해 공군본부는 "2018년 이후부터 비행 중 주요 결함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위의 통계를 봐도 맞는 말입니다. "도입 초기에는 결함 빈도가 높은 부품들이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해당 부품이 많이 개선됐고 운영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통계가 하나 또 있습니다. '100소티(sotie) 당 결함 건수'입니다. 소티(sotie)는 '항공기 출격 횟수'를 뜻합니다. 출격 횟수가 늘면 엔진 피로가 커지고, 정비 소요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요. 공군본부가 제시한 이 통계에 의하면 2016년부터 결함 건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2016년(7월~) 8.7건, 2017년 2.1건, 2018년 1.2건, 2019년 0.6건, 올해(~6월) 0.5건입니다.


■ 조종사 양성 전(全) 과정 '국산화'… 사고 재발 방지책도 필요

비행 입문 과정까지 KT-100이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과정 4단계에 전부 국산 훈련기가 쓰이고 있습니다. 기본 과정 KT-1, 고등 과정 T-50 등입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에는 T-50이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조종사였습니다. 이어 2016년에는 학생 조종사가 몰던 KT-1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활공 비행으로 전환해, 다행히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조종사 훈련기를 국산으로 대체하면서 학생 조종사의 훈련 기간이 줄어드는 등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내 제작업체의 빠른 군수 지원이 가능해져 외국산 훈련기를 운용할 때보다 유지 비용은 절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훈련기 국산화의 성과와 효용 못지 않게, 학생 조종사와 교관의 안전이 무엇보다 최우선돼야 합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정비 기술을 동원해서 0.001%의 사고 가능성도 막을 수 있게 철저한 정비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이상의 사고를 막을 재발 방지책부터 마련하자는 겁니다.

장차 우리나라 영공을 수호할 예비 조종사들이 날개를 제대로 펴기도 전에 훈련기 결함 사고를 당하는 불상사가 더는 없어야 합니다.

[연관기사][단독] ‘엔진 정지’ 공사 훈련기 KT-100 “결함 100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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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공사 훈련기 KT-100의 논바닥 불시착…“엔진이 멈췄다”
    • 입력 2020-10-16 07:00:07
    • 수정2020-10-16 07:02:21
    취재후·사건후

■ 잘 날던 '훈련기', 왜 갑자기 엔진이 멈췄을까?

지난 6월 8일 오전, 4인용 공군 훈련기 한 대가 충북 청주시 남일면의 민가 주변 논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제55비행교육전대 소속 훈련기 'KT-100'이었습니다. 2017년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공군에 보급한 국산 훈련기입니다. 당시 사고기에 타고 있던 학생과 교관 조종사는 불시착 직후 탈출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공사 측은 "'항공기 이상 상태' 알람이 떠서 비상착륙(Emergency Landing)을 요청해 복귀하는 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7월 31일, 기자들에게 "사고 원인이 '훈련기 엔진 정지'로 판명됐다"고 추가로 밝혔습니다.

도입한 지 3년 된 훈련기가 갑자기 하늘을 날다가 엔진이 멈춰 불시착한 겁니다. 공사 측은 "사고기 엔진을 분해했더니, 프로펠러를 돌리는 축이 마모돼 절단돼있는 결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KT-100 훈련기를 특별 정밀 점검했다"고도 했습니다.


■ 『공군 KT-100 관련자료』 분석했더니 "100건 결함"…엔진 결함 비율 '22%'

KBS 취재진은 공군본부 측의「KT-100 비상착륙 사고조사 결과서」를 입수해 사고 원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결함 지점으로 지목된 '엔진'은 미국의 CMI가 제조했습니다. 공군본부는 결과서에서 "사고기 엔진 분해 결과, 피로 균열이 발생한 뒤 지속적인 압력으로 한 부품(Crank Cheek)의 2곳이 절단됐다"고 밝혔습니다.

KBS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해 공군본부가 파악한 KT-100 기종의 결함 실태와 관련 내용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공군본부 측은, " 201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여 동안 공사에서 운용하는 KT-100 훈련기에서 100건의 결함 사례가 확인됐다"고 보고했습니다. 해마다 최소 10건, 많게는 36건의 훈련기 결함이 나타난 겁니다. 구체적인 결함 요인은 전기 29건, 계기 27건, 엔진 22건, 화력 11건, 기체 10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 "초기 결함 빈도 높았지만, 부품 개선돼"

이에 대해 공군본부는 "2018년 이후부터 비행 중 주요 결함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위의 통계를 봐도 맞는 말입니다. "도입 초기에는 결함 빈도가 높은 부품들이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해당 부품이 많이 개선됐고 운영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통계가 하나 또 있습니다. '100소티(sotie) 당 결함 건수'입니다. 소티(sotie)는 '항공기 출격 횟수'를 뜻합니다. 출격 횟수가 늘면 엔진 피로가 커지고, 정비 소요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요. 공군본부가 제시한 이 통계에 의하면 2016년부터 결함 건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2016년(7월~) 8.7건, 2017년 2.1건, 2018년 1.2건, 2019년 0.6건, 올해(~6월) 0.5건입니다.


■ 조종사 양성 전(全) 과정 '국산화'… 사고 재발 방지책도 필요

비행 입문 과정까지 KT-100이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과정 4단계에 전부 국산 훈련기가 쓰이고 있습니다. 기본 과정 KT-1, 고등 과정 T-50 등입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에는 T-50이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조종사였습니다. 이어 2016년에는 학생 조종사가 몰던 KT-1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활공 비행으로 전환해, 다행히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조종사 훈련기를 국산으로 대체하면서 학생 조종사의 훈련 기간이 줄어드는 등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내 제작업체의 빠른 군수 지원이 가능해져 외국산 훈련기를 운용할 때보다 유지 비용은 절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훈련기 국산화의 성과와 효용 못지 않게, 학생 조종사와 교관의 안전이 무엇보다 최우선돼야 합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정비 기술을 동원해서 0.001%의 사고 가능성도 막을 수 있게 철저한 정비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이상의 사고를 막을 재발 방지책부터 마련하자는 겁니다.

장차 우리나라 영공을 수호할 예비 조종사들이 날개를 제대로 펴기도 전에 훈련기 결함 사고를 당하는 불상사가 더는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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