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수로 보는 ‘고용 한파’…“버텨도 끝이 안 보입니다”

입력 2020.10.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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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고용 동향에서 드러난 취업자 수 현황은 예상대로 저조했습니다. 취업자 수는 39만2천 명 감소한 2701만2천 명입니다. 취업자 수 감소 폭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이후 '최악'이던 4월 (-47만6천 명)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다음으로 나빴던 5월(-39만2천 명) 상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통계청 "코로나19 재확산·장기화 등의 영향"

8월 중순 이후의 코로나 재확산과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습니다.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아예 영업장 문을 닫게 한 업종들에서 고용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22만5천 명, 대형학원이 포함된 교육 서비스업은 15만1천 명이 감소했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단계 격상되는 게 우리 고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임금 근로자와 달리 움직이는 자영업자 증감 추이

그런데 업종별 취업자 수 외에도 눈에 들어오는 수치가 있습니다. 자영업자 수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겁니다. 자영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임금근로자는 9월 14만3천 명 줄어 663만6천 명을 기록했습니다.

자영업자 증감은 임금 근로자와 좀 다릅니다. 임금 근로자의 경우 4월이 최악(-38만2천 명)이었고 그 뒤 개선세를 보이다 이달 다시 악화했는데요, 비임금 근로자는 4월(-9만4천 명)보다 5월(-13만2천 명)과 6월(-20만8천 명)이 더 나빴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왔을 때 한두 달 버티다가, 그 뒤로 오히려 무너진 셈입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91년 9월 이후 최저

자영업자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나누어 조사하는데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9월 133만2천 명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는 91년 9월(132만6천 명) 이후 가장 적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약 30년 전으로 쪼그라든 겁니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 9월에 이들 숫자가 165만7천 명이었으니까, '급감'이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흐름은 2018년 12월 이후 이어졌고, 코로나19로 이런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폐업하거나 나 홀로 장사…통계에 나타난 자영업자의 타격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사라지면 어디로 갈까요?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동향분석실장은 폐업하거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즉 1인 사장님이 되거나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9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5만9천 명 감소했는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8만1천 명 늘었습니다. 절반 정도는 직원을 내보내고 '홀로 영업'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폐업했다고 추측할 수 있겠죠.

가족도 필요 없을 정도로 악화한 경기?

또 한가지. 원래 사정이 어려워서 고용을 못 하게 되면 보통 가족을 불러서 일을 돕게 하니 '무급가족종사자'는 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무급가족종사자도 6만5천 명 줄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경기적 요인, 그러니까 장사가 너무 안되어 누가 필요할 수준도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짐작케 합니다.


자영업자 감소가 우리 경제에 던지는 비관적 신호 2가지

자영업자 수의 감소는 두 가지 면에서 우리 경제에 비관적인 신호를 던집니다. 이들이 고용하는 임시 일용직 숫자가 함께 감소하면서 이중의 타격을 준다는 점, 그리고 고용보험의 보호 범위 안에 있는 근로자들과 달리 이들에게는 어떤 보호막도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8대 소비쿠폰 사용을 재개하는 등 내수 활력 제고 노력을 강화하고,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오늘 대응 방향을 밝혔지만 지금도 절벽 끝에 매달려 버티는 자영업자들에게 그 효과가 얼마나 빨리 미칠지가 관건입니다. 취재에서 만난 한 폐업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나겠지, 끝나겠지 했는데 버텨도 끝이 안 보이더라고요." 코로나19 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에, 이미 매달린 이들의 손끝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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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 수로 보는 ‘고용 한파’…“버텨도 끝이 안 보입니다”
    • 입력 2020-10-16 16:01:46
    취재K
9월 고용 동향에서 드러난 취업자 수 현황은 예상대로 저조했습니다. 취업자 수는 39만2천 명 감소한 2701만2천 명입니다. 취업자 수 감소 폭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이후 '최악'이던 4월 (-47만6천 명)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다음으로 나빴던 5월(-39만2천 명) 상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통계청 "코로나19 재확산·장기화 등의 영향"

8월 중순 이후의 코로나 재확산과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습니다.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아예 영업장 문을 닫게 한 업종들에서 고용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22만5천 명, 대형학원이 포함된 교육 서비스업은 15만1천 명이 감소했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단계 격상되는 게 우리 고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임금 근로자와 달리 움직이는 자영업자 증감 추이

그런데 업종별 취업자 수 외에도 눈에 들어오는 수치가 있습니다. 자영업자 수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겁니다. 자영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임금근로자는 9월 14만3천 명 줄어 663만6천 명을 기록했습니다.

자영업자 증감은 임금 근로자와 좀 다릅니다. 임금 근로자의 경우 4월이 최악(-38만2천 명)이었고 그 뒤 개선세를 보이다 이달 다시 악화했는데요, 비임금 근로자는 4월(-9만4천 명)보다 5월(-13만2천 명)과 6월(-20만8천 명)이 더 나빴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왔을 때 한두 달 버티다가, 그 뒤로 오히려 무너진 셈입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91년 9월 이후 최저

자영업자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나누어 조사하는데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9월 133만2천 명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는 91년 9월(132만6천 명) 이후 가장 적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약 30년 전으로 쪼그라든 겁니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 9월에 이들 숫자가 165만7천 명이었으니까, '급감'이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흐름은 2018년 12월 이후 이어졌고, 코로나19로 이런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폐업하거나 나 홀로 장사…통계에 나타난 자영업자의 타격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사라지면 어디로 갈까요?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동향분석실장은 폐업하거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즉 1인 사장님이 되거나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9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5만9천 명 감소했는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8만1천 명 늘었습니다. 절반 정도는 직원을 내보내고 '홀로 영업'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폐업했다고 추측할 수 있겠죠.

가족도 필요 없을 정도로 악화한 경기?

또 한가지. 원래 사정이 어려워서 고용을 못 하게 되면 보통 가족을 불러서 일을 돕게 하니 '무급가족종사자'는 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무급가족종사자도 6만5천 명 줄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경기적 요인, 그러니까 장사가 너무 안되어 누가 필요할 수준도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짐작케 합니다.


자영업자 감소가 우리 경제에 던지는 비관적 신호 2가지

자영업자 수의 감소는 두 가지 면에서 우리 경제에 비관적인 신호를 던집니다. 이들이 고용하는 임시 일용직 숫자가 함께 감소하면서 이중의 타격을 준다는 점, 그리고 고용보험의 보호 범위 안에 있는 근로자들과 달리 이들에게는 어떤 보호막도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8대 소비쿠폰 사용을 재개하는 등 내수 활력 제고 노력을 강화하고, 고용 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오늘 대응 방향을 밝혔지만 지금도 절벽 끝에 매달려 버티는 자영업자들에게 그 효과가 얼마나 빨리 미칠지가 관건입니다. 취재에서 만난 한 폐업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나겠지, 끝나겠지 했는데 버텨도 끝이 안 보이더라고요." 코로나19 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에, 이미 매달린 이들의 손끝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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