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경남 학교 19곳 “불 나도 소방차 못 가”…전국 최다

입력 2020.10.17 (07:00) 수정 2020.10.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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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학교는 전국 41곳이었습니다.

소방청은, 높이 3.9m, 폭 2.5m 의 불이 났을 때 일반적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5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지 여부로, '소방차 진입 곤란 학교'를 지정합니다.

출입문 폭과 학교 안팎 도로가 좁거나, 건물 1층을 기둥으로 짓는 '필로티' 형식 탓에 높이가 낮아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등 문제가 지적된 학교는 전국 41곳. 그 가운데 경남 소재 학교가 모두 19곳으로, 18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학교 내부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현황/경상남도교육청 제공학교 내부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현황/경상남도교육청 제공
■정문에는 계단, 측문에는 주차 차량…결국 다른 문으로

'건물 간 연결통로 설치 통행 장애' 문제로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된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를 찾아가 소방차 진입을 시도해봤습니다.

정문이 큰길에 있었지만 계단으로 돼 있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었고, 소방차는 학교를 둘러싼 다른 길을 통해서야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데다 좁은 길에 주차된 차까지, 소방차는 아슬아슬하게 교문으로 향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기 위해 곡예하듯 차를 앞뒤로 좌우로 움직이기를 수차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70여 m 떨어져 있는 다른 출입문으로 학교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앞선 출입문을 통과했다면 건물 코앞까지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곳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직접 호스를 끌고 60여 m를 더 걸어가야 건물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좁은 도로를 간신히 지나 학교에 들어온다고 해도 화재 현장까지는 또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명철 마산소방서 소방정대 화재진압팀장은 주차된 차를 피해 학교에 들어오기까지도 힘들었지만, 소방차가 학교 건물과 먼 곳에 있어 출동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면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학교 측은 운동장으로 소방차가 바로 들어올 수 있게 이번 겨울 방학 동안 건물을 허물겠다며, 100명의 학생이 머무는 기숙사까지도 소방차가 접근할 수 있게 조형물을 없애, 이미 도로 폭은 넓혀놓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필로티' 구조 탓에 옆문 만들었지만, 보도블록 탓에 진입 안 돼
'학교 출입문 장애물 설치' 탓에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한 장복초등학교는, 경남교육청이 학교 옆 아파트 쪽 통행로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다며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힌 곳입니다.

정문을 지나 아파트 쪽 문으로 소방차가 들어서려는 순간, 소방대원은 더는 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소방차가 10여 ㎝인 보도블록을 올라탈 때, 소방수와 소방차 무게 탓에 타이어가 터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화재가 발생한 긴급 상황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학교로 들어가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라며 진입을 중단했습니다.학교 측은 해당 문제를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오는 18일 보도블록을 낮춰 소방차가 드나들 수 있게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불법 주차로 진입 불가 '3년째' 지적, 달라진 것 없어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는 2017년 이미 한 차례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받았습니다.

2017년 11월, 경남교육청은 경찰과 협조해 불법 주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 곤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나온 대책은 '소방차 전용' 표시와 '주차 단속'.


3년 뒤인 2020년, 바뀐 건 없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줄지어 있었고, '소방차 전용'이라는 표시가 무색했습니다.

무학여고 측은 등굣길 사고 위험과 소방차 진입 불가를 이유로 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취재진에게 근거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 경남교육청, '예산 확보 중이다', '진입은 가능하다.', '전화위복이다'…변명만 되풀이

취재를 위해 경남교육청으로 연락한 뒤, 받은 가장 첫 대답은 '국감 자료가 틀렸다' 였습니다.

오영훈 의원이 발표한 자료는 8월 10일 기준으로 작성됐는데, 올해 8월부터 2개월 동안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지 다시 확인한 학교가 5곳,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다른 출입문을 확보해 문제가 개선된 학교가 6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진입 불가 학교는 8곳뿐이라는 겁니다.

무학여자고등학교와 관련해 해결방안을 약속하고도 또다시 지적받은 이유를 묻자 교육청은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합니다. 3년 전 지자체와 함께 소방구역을 표시하고 주차 단속을 했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학교 옆 도서관 쪽으로 진입도로를 만들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2억 9천여억 원을 신청해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3년 동안' 고민한 결과입니다.

장복초등학교처럼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입이 어려웠던 곳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교육청은 황당한 답변을 했습니다. 장복초등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환경이 좋은 편이었고, 지금처럼 보도블록이 있어도 진입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방차와 소방용수 무게 탓에 무리하게 진입하면 타이어가 터질 위험이 있어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교육청은 그 정도 높이는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어쨌든 진입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장복초등학교 문제를 기사에서 빼달라고도 수차례 요청했습니다.

오히려 이번 국감을 통해 문제가 지적된 것을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어처구니없는 변명이 이어졌습니다.

■ 어쨌든 '소방차 진입 곤란 학교'는 8곳, 내년 하반기에는 0곳?

경남교육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학교는 어쨌든 '8곳', 해당 학교 학생 수는 3,835명입니다.

주차장을 옮기고, 주차 금지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비교적 간단한 해결 방안은 이번 달 말까지,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건물을 철거하는 등 규모가 큰 공사는 내년 6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경남의 모든 학교에 소방차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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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경남 학교 19곳 “불 나도 소방차 못 가”…전국 최다
    • 입력 2020-10-17 07:00:34
    • 수정2020-10-17 16:09:07
    취재후·사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학교는 전국 41곳이었습니다.

소방청은, 높이 3.9m, 폭 2.5m 의 불이 났을 때 일반적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5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지 여부로, '소방차 진입 곤란 학교'를 지정합니다.
출입문 폭과 학교 안팎 도로가 좁거나, 건물 1층을 기둥으로 짓는 '필로티' 형식 탓에 높이가 낮아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등 문제가 지적된 학교는 전국 41곳. 그 가운데 경남 소재 학교가 모두 19곳으로, 18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학교 내부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현황/경상남도교육청 제공 ■정문에는 계단, 측문에는 주차 차량…결국 다른 문으로

'건물 간 연결통로 설치 통행 장애' 문제로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된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를 찾아가 소방차 진입을 시도해봤습니다.

정문이 큰길에 있었지만 계단으로 돼 있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었고, 소방차는 학교를 둘러싼 다른 길을 통해서야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데다 좁은 길에 주차된 차까지, 소방차는 아슬아슬하게 교문으로 향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기 위해 곡예하듯 차를 앞뒤로 좌우로 움직이기를 수차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70여 m 떨어져 있는 다른 출입문으로 학교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앞선 출입문을 통과했다면 건물 코앞까지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곳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직접 호스를 끌고 60여 m를 더 걸어가야 건물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좁은 도로를 간신히 지나 학교에 들어온다고 해도 화재 현장까지는 또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명철 마산소방서 소방정대 화재진압팀장은 주차된 차를 피해 학교에 들어오기까지도 힘들었지만, 소방차가 학교 건물과 먼 곳에 있어 출동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면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학교 측은 운동장으로 소방차가 바로 들어올 수 있게 이번 겨울 방학 동안 건물을 허물겠다며, 100명의 학생이 머무는 기숙사까지도 소방차가 접근할 수 있게 조형물을 없애, 이미 도로 폭은 넓혀놓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필로티' 구조 탓에 옆문 만들었지만, 보도블록 탓에 진입 안 돼
'학교 출입문 장애물 설치' 탓에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한 장복초등학교는, 경남교육청이 학교 옆 아파트 쪽 통행로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다며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힌 곳입니다.

정문을 지나 아파트 쪽 문으로 소방차가 들어서려는 순간, 소방대원은 더는 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소방차가 10여 ㎝인 보도블록을 올라탈 때, 소방수와 소방차 무게 탓에 타이어가 터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화재가 발생한 긴급 상황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학교로 들어가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라며 진입을 중단했습니다.학교 측은 해당 문제를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오는 18일 보도블록을 낮춰 소방차가 드나들 수 있게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불법 주차로 진입 불가 '3년째' 지적, 달라진 것 없어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는 2017년 이미 한 차례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받았습니다.

2017년 11월, 경남교육청은 경찰과 협조해 불법 주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 곤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나온 대책은 '소방차 전용' 표시와 '주차 단속'.


3년 뒤인 2020년, 바뀐 건 없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줄지어 있었고, '소방차 전용'이라는 표시가 무색했습니다.

무학여고 측은 등굣길 사고 위험과 소방차 진입 불가를 이유로 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취재진에게 근거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 경남교육청, '예산 확보 중이다', '진입은 가능하다.', '전화위복이다'…변명만 되풀이

취재를 위해 경남교육청으로 연락한 뒤, 받은 가장 첫 대답은 '국감 자료가 틀렸다' 였습니다.

오영훈 의원이 발표한 자료는 8월 10일 기준으로 작성됐는데, 올해 8월부터 2개월 동안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지 다시 확인한 학교가 5곳,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다른 출입문을 확보해 문제가 개선된 학교가 6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진입 불가 학교는 8곳뿐이라는 겁니다.

무학여자고등학교와 관련해 해결방안을 약속하고도 또다시 지적받은 이유를 묻자 교육청은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합니다. 3년 전 지자체와 함께 소방구역을 표시하고 주차 단속을 했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학교 옆 도서관 쪽으로 진입도로를 만들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2억 9천여억 원을 신청해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3년 동안' 고민한 결과입니다.

장복초등학교처럼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입이 어려웠던 곳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교육청은 황당한 답변을 했습니다. 장복초등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환경이 좋은 편이었고, 지금처럼 보도블록이 있어도 진입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방차와 소방용수 무게 탓에 무리하게 진입하면 타이어가 터질 위험이 있어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교육청은 그 정도 높이는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어쨌든 진입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장복초등학교 문제를 기사에서 빼달라고도 수차례 요청했습니다.

오히려 이번 국감을 통해 문제가 지적된 것을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어처구니없는 변명이 이어졌습니다.

■ 어쨌든 '소방차 진입 곤란 학교'는 8곳, 내년 하반기에는 0곳?

경남교육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학교는 어쨌든 '8곳', 해당 학교 학생 수는 3,835명입니다.

주차장을 옮기고, 주차 금지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비교적 간단한 해결 방안은 이번 달 말까지,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건물을 철거하는 등 규모가 큰 공사는 내년 6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경남의 모든 학교에 소방차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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