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당신은 치밀하게 낚였다…방송사 뒷광고 세계

입력 2020.1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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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십, 수백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들이 최근 홍역을 치렀습니다. 바로 '뒷광고' 논란이었습니다. 실제로는 홍보비 등 돈을 받고 해당 업체의 상품을 이용해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도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이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보는 구독자들은 유튜버들이 기만행위를 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유명 유튜버들의 사과영상이 하루가 멀다고 잇따라 올라왔던 이유입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이같은 논란을 두고 뒷광고를 받은 유튜버들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언론에서 쓰는 '기사형 광고'(기사 형식을 빌린 광고)도 있지 않으냐는 역비판도 제기됐죠. 그럼 뉴스를 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하는 방송사는 이같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EBS〈머니톡〉프로그램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자운 변호사) EBS〈머니톡〉프로그램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자운 변호사)

패널로 참여한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방송사들은 '뒷광고' 문제가 없었는지 취재해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소개했습니다. 금 기자는 방송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EBS에서 지난 4월부터 방송 중인 <머니톡>을 꼽았습니다.

금 기자는 <머니톡>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은 대 국민 경제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로 방영을 시작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같지만 실제로는 특정 한 개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 기자는 이렇게 평가한 이유로 "<머니톡> 프로그램에서는 4명의 재무 전문가를 소개하는데 모두 '키움에셋플래너'라는 보험사 직원들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을 받기 위해 시청자가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상담을 하면 실제로는 보험사의홈페이지로 넘어간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이렇게 운용되다 보니 실제로 <머니톡> 시청자 게시판에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신청했더니 기존 보험 해지하고 키움에셋플래너 보험으로 갈아타라고 했다', '집까지 찾아와서 보험 계약을 했다'같은 지적들입니다.

J고정패널인 강유정 교수는 "이 채널이 EBS가 아니었다면 언론 소비자도 조심해서 봤을 것"이라며, "EBS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상담신청을 믿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시청자) 기만의 농도가 짙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EBS는 <머니톡>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방송사의 이른바 '뒷광고'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의 등장 이후 건강 정보 관련 프로그램이 득세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는 게 건강 프로 제작진들의 고백입니다. 방송사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건강을 위해 추천하는 음식이나 식자재 등이 실제로는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의 협찬을 받고 만들어지는 '뒷광고' 제작물이라는 겁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이 인터뷰한 전직 건강프로그램 제작진 A씨는 자신이 일했던 지상파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건강 정보 코너에 대해 "뒷광고를 하는 전문 프로였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다"며, "(돈을 받은) 제품의 광고를 위해서 짜 맞추는 내용들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우는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워낙 잘되니 협찬을 따오는 대행사가 생겼다"며, "돈이 되니까 이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대행사가 생긴 것"이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가 단독으로 입수해 확인한 자료도 있습니다. 바로 '연계편성'과 관련한 통계입니다. 연계편성은 쉽게 설명하면 방송사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A라는 상품을 건강에 좋다고 소개하면 같은 시간대 혹은 방송 직후 관련 상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비타민이 건강에 좋다고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의사나 연예인들이 추천을 하는 동시에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겁니다. 홈쇼핑 채널은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사이사이 마다 들어가 있습니다. 리모콘을 돌리다보면 앗! 당연히 매출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제작진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같은 상품이더라도 방송 연계 편성을 했을 때 매출이 하지 않았을 때 매출보다 최대 2.4배나 높았습니다. 상품 판매업체들 입장에선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사에 돈(제작비)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관련 콘텐츠 방송을 의뢰하는 이른바 '뒷광고'에 나설 이유가 충분했던 겁니다.

패널로 참여한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슬픈 것은 시청자만 빼면 모두가 이득인 것"이라며, "방송사, 기업, 방송에 등장하는 의사 모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은 낚인 게 아닐까요?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한 마케팅을 합니다. 업체는 '뒷광고'를 할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방송사 특히, 예능이나 드라마가 아닌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와 제작진은 '뒷광고'를 할 이유가 충분했느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에 대해 신뢰감을 가집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협찬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홈쇼핑과 해당 제품이 연계돼 방송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시청자들의 이 신뢰감을 이용해 돈벌이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방송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한 현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유현재 교수는 "방통위가 방송 제작 현실이 이렇다는 점을 인정하든가, 아니면 규제를 하든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뒷광고'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제도적 결정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9회는 < 당신은 치밀하게 낚였다…방송사 '뒷광고'의 세계>라는 주제로 오는 18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승현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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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당신은 치밀하게 낚였다…방송사 뒷광고 세계
    • 입력 2020-10-17 08:00:23
    저널리즘 토크쇼 J
구독자 수십, 수백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들이 최근 홍역을 치렀습니다. 바로 '뒷광고' 논란이었습니다. 실제로는 홍보비 등 돈을 받고 해당 업체의 상품을 이용해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도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이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보는 구독자들은 유튜버들이 기만행위를 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유명 유튜버들의 사과영상이 하루가 멀다고 잇따라 올라왔던 이유입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이같은 논란을 두고 뒷광고를 받은 유튜버들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언론에서 쓰는 '기사형 광고'(기사 형식을 빌린 광고)도 있지 않으냐는 역비판도 제기됐죠. 그럼 뉴스를 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하는 방송사는 이같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EBS〈머니톡〉프로그램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자운 변호사)
패널로 참여한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는 방송사들은 '뒷광고' 문제가 없었는지 취재해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소개했습니다. 금 기자는 방송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EBS에서 지난 4월부터 방송 중인 <머니톡>을 꼽았습니다.

금 기자는 <머니톡>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은 대 국민 경제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로 방영을 시작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같지만 실제로는 특정 한 개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 기자는 이렇게 평가한 이유로 "<머니톡> 프로그램에서는 4명의 재무 전문가를 소개하는데 모두 '키움에셋플래너'라는 보험사 직원들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을 받기 위해 시청자가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상담을 하면 실제로는 보험사의홈페이지로 넘어간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이렇게 운용되다 보니 실제로 <머니톡> 시청자 게시판에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신청했더니 기존 보험 해지하고 키움에셋플래너 보험으로 갈아타라고 했다', '집까지 찾아와서 보험 계약을 했다'같은 지적들입니다.

J고정패널인 강유정 교수는 "이 채널이 EBS가 아니었다면 언론 소비자도 조심해서 봤을 것"이라며, "EBS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상담신청을 믿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시청자) 기만의 농도가 짙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EBS는 <머니톡>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방송사의 이른바 '뒷광고'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의 등장 이후 건강 정보 관련 프로그램이 득세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는 게 건강 프로 제작진들의 고백입니다. 방송사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건강을 위해 추천하는 음식이나 식자재 등이 실제로는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의 협찬을 받고 만들어지는 '뒷광고' 제작물이라는 겁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이 인터뷰한 전직 건강프로그램 제작진 A씨는 자신이 일했던 지상파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건강 정보 코너에 대해 "뒷광고를 하는 전문 프로였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다"며, "(돈을 받은) 제품의 광고를 위해서 짜 맞추는 내용들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우는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워낙 잘되니 협찬을 따오는 대행사가 생겼다"며, "돈이 되니까 이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대행사가 생긴 것"이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J가 단독으로 입수해 확인한 자료도 있습니다. 바로 '연계편성'과 관련한 통계입니다. 연계편성은 쉽게 설명하면 방송사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A라는 상품을 건강에 좋다고 소개하면 같은 시간대 혹은 방송 직후 관련 상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비타민이 건강에 좋다고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의사나 연예인들이 추천을 하는 동시에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겁니다. 홈쇼핑 채널은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사이사이 마다 들어가 있습니다. 리모콘을 돌리다보면 앗! 당연히 매출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제작진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같은 상품이더라도 방송 연계 편성을 했을 때 매출이 하지 않았을 때 매출보다 최대 2.4배나 높았습니다. 상품 판매업체들 입장에선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사에 돈(제작비)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관련 콘텐츠 방송을 의뢰하는 이른바 '뒷광고'에 나설 이유가 충분했던 겁니다.

패널로 참여한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슬픈 것은 시청자만 빼면 모두가 이득인 것"이라며, "방송사, 기업, 방송에 등장하는 의사 모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은 낚인 게 아닐까요?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한 마케팅을 합니다. 업체는 '뒷광고'를 할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방송사 특히, 예능이나 드라마가 아닌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와 제작진은 '뒷광고'를 할 이유가 충분했느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에 대해 신뢰감을 가집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협찬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홈쇼핑과 해당 제품이 연계돼 방송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시청자들의 이 신뢰감을 이용해 돈벌이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방송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한 현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유현재 교수는 "방통위가 방송 제작 현실이 이렇다는 점을 인정하든가, 아니면 규제를 하든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뒷광고'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제도적 결정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9회는 < 당신은 치밀하게 낚였다…방송사 '뒷광고'의 세계>라는 주제로 오는 18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승현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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