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20%에만 있는 화재 알림시설…대부분 미승인 제품

입력 2020.10.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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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지난달 말 서울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불이나 점포 스무 곳 가까이 피해를 봤습니다. 특히 노후화된 점포들이 통로를 따라 다닥다닥 이어진 전통시장의 구조가 화재 규모를 더 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전통시장 화재 피해액은 지난 한 해에만 765억 원에 이릅니다.

한 시장에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되어 있다한 시장에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 국고 지원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약 80% 미승인 제품 사용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2018년 소방법을 개정해 신설되는 시장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형식승인을 받은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법 적용을 안 받는 기존 시장의 경우 참여 의사를 밝히면 불을 감지하고 이를 소방서에 알리는 화재알림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고로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된 시장은 1,450곳 중 245곳(16.9%)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96곳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이 미승인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80%, 즉 5곳 중 4곳이 미승인 제품을 설치한 겁니다.

중기부는 2019년 5월 가이드라인 기준을 완화했다중기부는 2019년 5월 가이드라인 기준을 완화했다

■ 이유는 '가이드라인 기준 완화'..."책임소재 불분명"

국가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 구입에 국고가 지원된 상황, 이유는 2019년 수정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침 때문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만 쓰도록 했습니다. 당시에는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은 유선뿐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화재알림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력선과 통신선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설치 과정이 번거로웠습니다. 결국 영업에 지장이 생겨 상인들이 사업 참여를 꺼린 겁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는 미승인 무선제품도 설치하면 국고를 지원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미승인 제품도 설치 후 작동 여부 등을 관할 소방서에서 확인을 합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성능을 보장받은 상태가 아니어서 만약 화재 피해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집니다. 불을 초기에 인지 못 해 피해를 키운 게 제품의 성능 때문인지 아니면 시장에서 관리를 못 해 알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형식승인을 받게 하는 이유는 소방시설의 특성상 다른 제품보다 안전성이나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불량식품이랑 정식 식품 허가를 받은 제품을 같이 먹어도 된다며 알아서 골라 먹도록 한 상황"이라 지적했습니다.

■ 소방청도 강화 요청...가이드라인 수정 논의 나선 중기부

지난해 12월 소방청도 형식승인 제품을 설치하게 해달라고 중기부에 지침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중기부는 소방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지침 수정의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화재진압 시에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형식승인 무선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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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20%에만 있는 화재 알림시설…대부분 미승인 제품
    • 입력 2020-10-17 10:01:58
    취재K
추석을 앞둔 지난달 말 서울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불이나 점포 스무 곳 가까이 피해를 봤습니다. 특히 노후화된 점포들이 통로를 따라 다닥다닥 이어진 전통시장의 구조가 화재 규모를 더 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전통시장 화재 피해액은 지난 한 해에만 765억 원에 이릅니다.

한 시장에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 국고 지원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약 80% 미승인 제품 사용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2018년 소방법을 개정해 신설되는 시장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형식승인을 받은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법 적용을 안 받는 기존 시장의 경우 참여 의사를 밝히면 불을 감지하고 이를 소방서에 알리는 화재알림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고로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화재알림시설이 설치된 시장은 1,450곳 중 245곳(16.9%)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96곳에 설치된 화재알림시설이 미승인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80%, 즉 5곳 중 4곳이 미승인 제품을 설치한 겁니다.

중기부는 2019년 5월 가이드라인 기준을 완화했다
■ 이유는 '가이드라인 기준 완화'..."책임소재 불분명"

국가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 구입에 국고가 지원된 상황, 이유는 2019년 수정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침 때문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만 쓰도록 했습니다. 당시에는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은 유선뿐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화재알림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력선과 통신선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설치 과정이 번거로웠습니다. 결국 영업에 지장이 생겨 상인들이 사업 참여를 꺼린 겁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는 미승인 무선제품도 설치하면 국고를 지원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미승인 제품도 설치 후 작동 여부 등을 관할 소방서에서 확인을 합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성능을 보장받은 상태가 아니어서 만약 화재 피해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집니다. 불을 초기에 인지 못 해 피해를 키운 게 제품의 성능 때문인지 아니면 시장에서 관리를 못 해 알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형식승인을 받게 하는 이유는 소방시설의 특성상 다른 제품보다 안전성이나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불량식품이랑 정식 식품 허가를 받은 제품을 같이 먹어도 된다며 알아서 골라 먹도록 한 상황"이라 지적했습니다.

■ 소방청도 강화 요청...가이드라인 수정 논의 나선 중기부

지난해 12월 소방청도 형식승인 제품을 설치하게 해달라고 중기부에 지침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중기부는 소방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지침 수정의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화재진압 시에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형식승인 무선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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