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노후’ 어떻게?…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입력 2020.10.17 (21:14) 수정 2020.10.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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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저희 9시 뉴스는 요양병원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연속보도를 통해 고발했죠.

서로 붙어 있는 침상, 그곳에 묶여 있는 노인들과 기계적으로 투약하는 항정신성 의약품, ​이 모든 것이 존엄한 죽음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었습니다.

누구나 늙기 때문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문,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이 문제를 취재해온 홍혜림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관계자들의 솔직한 말들, 다시 정리해드립니다.

[리포트]

'걸어서 들어간 요양병원 죽어서 나온다'는 말, 틀리지 않았습니다.

입원 한 달여 만에 의식불명, 그리고 사망.

정신병약은 매일같이 처방됐습니다.

[김상효/요양병원 피해자 아들 : "이렇게 막 약을 먹여가지고, 많이 먹여가지고 재우기만 하고 그런 줄은 몰랐죠."]

코로나19로 못 본 사이, 수척해진 노모는 욕창 4기 상태로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요양병원 피해자 딸 : "(요양병원) 가기 전에는 말도 잘했어요. 두 달 지났나. 일절 말을 안 해요."]

가족들 항의에 병원 측 답변은 대개 비슷합니다.

[A 요양병원/음성변조 : "면허 가진 주치의이기 때문에 불법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B 요양병원/음성변조 : "돌아가실 수 있다고 처음부터 보호자에게 설명을 드렸어요."]

돈 앞에선 죽음조차 거래 대상이 됐습니다.

요양병원 지하의 한 장례식장.

[요양병원 사망환자 유족/음성변조 : "(여기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거예요?) (입원) 4년 정도 되셨는데요."]

병원 시설처럼 보이지만 운영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서류상으로는 직영을 하지만 이면계약서를 해서라도 임대를 줄 수도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장례식장은 시신을 넘겨받는 대가로 요양병원에 돈을 줍니다.

[장례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시신 1구당) 50만 원 정도 얘기하는 것 같던데요.)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도 될 수 있을 거고요. 대한민국 어느 업체든간에 리베이트 없는 업체 없잖아요."]

치료보다 영리가 우선이 된 요양병원 현실.

[요양병원 입원 노인 : "죽으러 가는 기분이야. 동네사람 중에 요양병원 갔다 돌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어."]

요양병원 기사에는 차라리 존엄사를 도입하라는 반응도 빗발쳤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하겠다며 연명의료중단서를 작성하는 노인들도 늘었습니다.

[이상희/73살 : "(연명의료중단서)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노인들인데."]

복지 선진국 핀란드도 앞서 요양병원 노인들의 약물 남용이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2000년 노인 환자 38%에게 수면제가 처방된 사실이 파문을 일으키자, 2010년 처방률을 16%로 줄였습니다.

[티모 파토넨/핀란드 국립보건원 정신건강연구교수 : "약물 과잉이 될 경우 경고음이 작동합니다. 환자들과 함께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돌봐줄 사람들, 간호사들이 필요합니다."]

약물을 줄이는 대신 간호 간병 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2조 원 가까이 필요한 상황.

재정 투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김형용/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세금이 올라가야 더 나은 인프라와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은 확실하죠. 같이 논의돼서 가야 되는 것이고요."]

노인 돌봄이 상업화된 시대에도 변치 않는 건 '누구나 늙는다'는 것.

내가 가도 괜찮은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대토론을 시작해야 합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 김태석/영상편집: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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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한 노후’ 어떻게?…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 입력 2020-10-17 21:14:35
    • 수정2020-10-17 2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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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저희 9시 뉴스는 요양병원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연속보도를 통해 고발했죠.

서로 붙어 있는 침상, 그곳에 묶여 있는 노인들과 기계적으로 투약하는 항정신성 의약품, ​이 모든 것이 존엄한 죽음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었습니다.

누구나 늙기 때문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문,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이 문제를 취재해온 홍혜림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관계자들의 솔직한 말들, 다시 정리해드립니다.

[리포트]

'걸어서 들어간 요양병원 죽어서 나온다'는 말, 틀리지 않았습니다.

입원 한 달여 만에 의식불명, 그리고 사망.

정신병약은 매일같이 처방됐습니다.

[김상효/요양병원 피해자 아들 : "이렇게 막 약을 먹여가지고, 많이 먹여가지고 재우기만 하고 그런 줄은 몰랐죠."]

코로나19로 못 본 사이, 수척해진 노모는 욕창 4기 상태로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요양병원 피해자 딸 : "(요양병원) 가기 전에는 말도 잘했어요. 두 달 지났나. 일절 말을 안 해요."]

가족들 항의에 병원 측 답변은 대개 비슷합니다.

[A 요양병원/음성변조 : "면허 가진 주치의이기 때문에 불법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B 요양병원/음성변조 : "돌아가실 수 있다고 처음부터 보호자에게 설명을 드렸어요."]

돈 앞에선 죽음조차 거래 대상이 됐습니다.

요양병원 지하의 한 장례식장.

[요양병원 사망환자 유족/음성변조 : "(여기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거예요?) (입원) 4년 정도 되셨는데요."]

병원 시설처럼 보이지만 운영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서류상으로는 직영을 하지만 이면계약서를 해서라도 임대를 줄 수도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장례식장은 시신을 넘겨받는 대가로 요양병원에 돈을 줍니다.

[장례식장 관계자/음성변조 : "((시신 1구당) 50만 원 정도 얘기하는 것 같던데요.)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도 될 수 있을 거고요. 대한민국 어느 업체든간에 리베이트 없는 업체 없잖아요."]

치료보다 영리가 우선이 된 요양병원 현실.

[요양병원 입원 노인 : "죽으러 가는 기분이야. 동네사람 중에 요양병원 갔다 돌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어."]

요양병원 기사에는 차라리 존엄사를 도입하라는 반응도 빗발쳤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하겠다며 연명의료중단서를 작성하는 노인들도 늘었습니다.

[이상희/73살 : "(연명의료중단서)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노인들인데."]

복지 선진국 핀란드도 앞서 요양병원 노인들의 약물 남용이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2000년 노인 환자 38%에게 수면제가 처방된 사실이 파문을 일으키자, 2010년 처방률을 16%로 줄였습니다.

[티모 파토넨/핀란드 국립보건원 정신건강연구교수 : "약물 과잉이 될 경우 경고음이 작동합니다. 환자들과 함께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돌봐줄 사람들, 간호사들이 필요합니다."]

약물을 줄이는 대신 간호 간병 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2조 원 가까이 필요한 상황.

재정 투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김형용/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세금이 올라가야 더 나은 인프라와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은 확실하죠. 같이 논의돼서 가야 되는 것이고요."]

노인 돌봄이 상업화된 시대에도 변치 않는 건 '누구나 늙는다'는 것.

내가 가도 괜찮은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대토론을 시작해야 합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 김태석/영상편집: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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