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유치원 왜 못 가나요?”…내부 고발했더니 폐원

입력 2020.10.18 (09:01) 수정 2021.02.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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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사회부는 2년 전 국정감사 때 큰 논란이 됐던 '비리 유치원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않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해 연속 보도했습니다. 특히 대안으로 '유치원 3법'이 도입됐다지만 여전히 국가나 학부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미이행 유치원'이 어딘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연관기사] 유치원비로 ‘性 박물관’을?…‘미이행’ 유치원 186곳은 어디?

유치원 문제 고발한 교사들 해고 당해…유치원은 폐원 수순

경기도 용인에 있는 A 유치원은 올해 3~5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교사들에게 무급 휴가를 강요하고, 20만 원대 급여를 지급해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교사들은 부실 급식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도 부실급식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함께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의 대응이 황당했습니다. 명확한 해명 없이 유치원을 무단 휴원하고, 운영이 어렵다며 사실상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퇴소를 종용했습니다. 끝까지 문제를 제기한 교사들은 지난 6월 해고했고,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습니다. 강제 퇴소 등에 반발한 학부모 80여 명은 원비를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추후 및 반론보도] 경기도 용인 A 유치원 관련

교사들이 유치원과 설립자를 상대로 강요 등 혐의로 고소(수원지방검찰청 2020형제75591호)하였으나 '혐의 없음' 처분되었고, 이에 대한 항고도 기각되어 무혐의 처분이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유치원 측은 "교사들에게 20만 원대 급여를 지급하거나 원아들에게 부실 급식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유치원을 무단 휴원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폐원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문제 제기하면 '블랙리스트'될까 두려워

문제가 불거진 유치원이 폐원 수순을 밟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올해 8월,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경기 화성의 B 유치원도 240명이던 원아 중 2명만 남으면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화성시 조사 결과, 이 유치원은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고, 교육청 감사에서도 급식 운영 부적정, 급여 부당 수령 등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습니다.

이 유치원 문제는 교사가 찍은 급식 사진이 학부모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원장들 사이에 떠도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유치원에서 일했던 직원은 "주위에서 사립유치원을 다니겠다고 하면 말리게 된다"며, "현재 퇴사한 교사들은 아예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폐원하고 학원 차리기도…유치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경기도 용인의 C 유치원은 2년 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불거진 뒤 교육청 감사를 3번이나 거부했던 유치원입니다. 올해 감사 결과, 이 유치원 원장과 원장의 딸은 각각 1억 7천 8백만 원, 1억 6천만 원을 연봉으로 받았고, 원장의 조카며느리인 행정실장은 6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5억여 원을 유치원 회계로 다시 돌려놓으라는 보전 처분만 내렸고, 유치원은 사실상 설립자 재산으로 귀속되는 보전 처분만 이행한 뒤 올해 6월 폐원했습니다. 현재 유치원 인근에는 설립자 남편이 어학원을 차려 지난해부터 운영 중입니다.

C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던 한 학부모는 "지난해 감사를 앞두고 유치원은 학부모 설명회를 열고 앞에 학원을 지었으니 원아들을 옮겨달라는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힘들게 돈을 벌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설립자는 유치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해 이익만 얻으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 부모를 포함한 20여 명은 교육청 감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운영자의 계좌 내역을 조회해달라며 민사소송에 참여했습니다.

교사·학부모·아이 피해는 누가 책임?

유치원 비리는 주로 교육청 감사를 통해 또는 용기 있는 내부 고발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 고발을 한 이후 피해는 교사나 학부모, 아이에게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비위를 밝혀달라며 싸우는 것도 이들의 몫입니다.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공익을 위해 내부 제보한 이들이 부당한 인사상의 처분을 받거나 피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공익제보센터나 국가기관에서 무료변론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폐원 전 감사를 벌여 부정하게 사용한 금액에 대한 재정조치를 보전(유치원 회계로의 이전)이 아닌 학부모 환급이나 국고 회수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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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유치원 왜 못 가나요?”…내부 고발했더니 폐원
    • 입력 2020-10-18 09:01:42
    • 수정2021-02-26 13:12:49
    취재K
※ KBS 사회부는 2년 전 국정감사 때 큰 논란이 됐던 '비리 유치원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않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해 연속 보도했습니다. 특히 대안으로 '유치원 3법'이 도입됐다지만 여전히 국가나 학부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미이행 유치원'이 어딘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연관기사] 유치원비로 ‘性 박물관’을?…‘미이행’ 유치원 186곳은 어디?

유치원 문제 고발한 교사들 해고 당해…유치원은 폐원 수순

경기도 용인에 있는 A 유치원은 올해 3~5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교사들에게 무급 휴가를 강요하고, 20만 원대 급여를 지급해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교사들은 부실 급식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도 부실급식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함께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의 대응이 황당했습니다. 명확한 해명 없이 유치원을 무단 휴원하고, 운영이 어렵다며 사실상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퇴소를 종용했습니다. 끝까지 문제를 제기한 교사들은 지난 6월 해고했고,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습니다. 강제 퇴소 등에 반발한 학부모 80여 명은 원비를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추후 및 반론보도] 경기도 용인 A 유치원 관련

교사들이 유치원과 설립자를 상대로 강요 등 혐의로 고소(수원지방검찰청 2020형제75591호)하였으나 '혐의 없음' 처분되었고, 이에 대한 항고도 기각되어 무혐의 처분이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유치원 측은 "교사들에게 20만 원대 급여를 지급하거나 원아들에게 부실 급식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유치원을 무단 휴원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폐원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문제 제기하면 '블랙리스트'될까 두려워

문제가 불거진 유치원이 폐원 수순을 밟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올해 8월,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경기 화성의 B 유치원도 240명이던 원아 중 2명만 남으면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화성시 조사 결과, 이 유치원은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고, 교육청 감사에서도 급식 운영 부적정, 급여 부당 수령 등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습니다.

이 유치원 문제는 교사가 찍은 급식 사진이 학부모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원장들 사이에 떠도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유치원에서 일했던 직원은 "주위에서 사립유치원을 다니겠다고 하면 말리게 된다"며, "현재 퇴사한 교사들은 아예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폐원하고 학원 차리기도…유치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경기도 용인의 C 유치원은 2년 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불거진 뒤 교육청 감사를 3번이나 거부했던 유치원입니다. 올해 감사 결과, 이 유치원 원장과 원장의 딸은 각각 1억 7천 8백만 원, 1억 6천만 원을 연봉으로 받았고, 원장의 조카며느리인 행정실장은 6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5억여 원을 유치원 회계로 다시 돌려놓으라는 보전 처분만 내렸고, 유치원은 사실상 설립자 재산으로 귀속되는 보전 처분만 이행한 뒤 올해 6월 폐원했습니다. 현재 유치원 인근에는 설립자 남편이 어학원을 차려 지난해부터 운영 중입니다.

C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던 한 학부모는 "지난해 감사를 앞두고 유치원은 학부모 설명회를 열고 앞에 학원을 지었으니 원아들을 옮겨달라는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힘들게 돈을 벌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설립자는 유치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해 이익만 얻으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 부모를 포함한 20여 명은 교육청 감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운영자의 계좌 내역을 조회해달라며 민사소송에 참여했습니다.

교사·학부모·아이 피해는 누가 책임?

유치원 비리는 주로 교육청 감사를 통해 또는 용기 있는 내부 고발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 고발을 한 이후 피해는 교사나 학부모, 아이에게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비위를 밝혀달라며 싸우는 것도 이들의 몫입니다.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공익을 위해 내부 제보한 이들이 부당한 인사상의 처분을 받거나 피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공익제보센터나 국가기관에서 무료변론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폐원 전 감사를 벌여 부정하게 사용한 금액에 대한 재정조치를 보전(유치원 회계로의 이전)이 아닌 학부모 환급이나 국고 회수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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