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대리’, 공단은 ‘대출’…경륜·경정은 8개월째 휴업 중

입력 2020.10.18 (11:01) 수정 2020.10.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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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자전거 경주)과 경정(모터보트 경주)이 8개월째 멈췄다. 코로나 19 여파로 경륜·경정은 지난 2월 23일 휴장을 결정한 이후 아직도 재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륜·경정은 고객이 경주권을 구입하여 승자를 적중시킨 경우 일정비율 환급금을 받게 되는 참여형 레저스포츠.

고객들의 경주권 구매로 얻어진 매출액 중 환급금과 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은 공익 기금으로 편입돼 국민체육진흥 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청소년 육성기금 등에 사용.

■수입이 끊긴 선수들, 대리운전까지

경륜· 경정이 멈추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상은 바로 700명이 넘는 선수들. 별도의 소속팀이 없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경기에서 벌어들이는 상금이 수입원의 전부다. 경기가 중단되며 자연스레 소득은 사라졌다. 현재 일부 선수들은 대리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경륜· 경정 사업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월 이후 수입원이 끊긴 선수들에게 생활 안정자금 무이자 대부(5백만 원), 무관중 시범경주(1인당 114만 원/4·7월) 등을 통해 선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생계를 끌고 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간 1,000억 원의 기금도 타격

경륜은 지난해 1조 6,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경정의 경우 5,994억 원의 발매 실적을 자랑했다. 지난해 정부는 경륜 ·경정으로부터 3,5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했고, 1,1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마련했다. 기금은 국민체육진흥, 청소년 육성,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 지방재정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사용됐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경륜·경정으로 조성된 세금과 기금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나라 살림을 책임지던 수천억 원의 재원이 올해는 사라질 위기다.

사업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공단 살림살이를 크게 책임졌던 경륜· 경정이 문을 닫으며 재정난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공단 임직원의 임금 지급을 위해 400억 원의 긴급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해법은 온라인 발매?

현재 경륜·경정의 경주권 구매는 ‘현장’과 ‘장외 지점’ 두 곳에서만 가능하다. 온라인 발매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업 초기, 사행성 산업 확대 우려와 청소년 이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온라인 발매는 금지됐다.

하지만 공단 측은 온라인 발매 금지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이 허용될 경우 무관중 경기를 통해서라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선수 생계도 기금 조성도 책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행성 확대 우려에 대해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매출 총량’이라는 규제 틀을 통해 사행 산업 확대를 막기 위한 감시망을 끊임없이 유지 중이라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 이를 어길 시 향후 매출 총량이 감소하는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청소년 이용의 경우 휴대전화 실명 인증과 실명 계좌를 연동시켜 놓기 때문에 도용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일찌감치 온라인 베팅이 허용된 스포츠토토도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공단은 온라인 발매를 통해 ‘유해’ 이미지가 강한 장외 지점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단은 일산, 부천, 시흥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30개 이상의 장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장외 지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유해 시설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상황. 지역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장외 지점 철거를 공단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2004년부터 경륜 인터넷 발매를 허용하며 온라인 매출 비율이 12.9%에서 50.5%로 늘었고, 그 사이 장외 지점은 4,545개소에서 2,781개로 줄었다.

온라인 발권이 허용된 스포츠토토, 로또 등 다른 사행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온라인 발매를 주장하는 주요 논리다.

하지만 온라인 베팅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 정보 유출, 타인 명의도용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베팅을 위한 계좌 개설은 현장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타인 명의도용 시 명확한 처벌 기준을 만드는 등 비대면 베팅에서 나올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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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8 11:01:13
    • 수정2020-10-18 11:03:46
    스포츠K

경륜(자전거 경주)과 경정(모터보트 경주)이 8개월째 멈췄다. 코로나 19 여파로 경륜·경정은 지난 2월 23일 휴장을 결정한 이후 아직도 재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륜·경정은 고객이 경주권을 구입하여 승자를 적중시킨 경우 일정비율 환급금을 받게 되는 참여형 레저스포츠.

고객들의 경주권 구매로 얻어진 매출액 중 환급금과 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은 공익 기금으로 편입돼 국민체육진흥 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청소년 육성기금 등에 사용.

■수입이 끊긴 선수들, 대리운전까지

경륜· 경정이 멈추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상은 바로 700명이 넘는 선수들. 별도의 소속팀이 없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경기에서 벌어들이는 상금이 수입원의 전부다. 경기가 중단되며 자연스레 소득은 사라졌다. 현재 일부 선수들은 대리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경륜· 경정 사업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월 이후 수입원이 끊긴 선수들에게 생활 안정자금 무이자 대부(5백만 원), 무관중 시범경주(1인당 114만 원/4·7월) 등을 통해 선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생계를 끌고 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간 1,000억 원의 기금도 타격

경륜은 지난해 1조 6,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경정의 경우 5,994억 원의 발매 실적을 자랑했다. 지난해 정부는 경륜 ·경정으로부터 3,5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했고, 1,1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마련했다. 기금은 국민체육진흥, 청소년 육성,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 지방재정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사용됐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경륜·경정으로 조성된 세금과 기금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나라 살림을 책임지던 수천억 원의 재원이 올해는 사라질 위기다.

사업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공단 살림살이를 크게 책임졌던 경륜· 경정이 문을 닫으며 재정난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공단 임직원의 임금 지급을 위해 400억 원의 긴급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해법은 온라인 발매?

현재 경륜·경정의 경주권 구매는 ‘현장’과 ‘장외 지점’ 두 곳에서만 가능하다. 온라인 발매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업 초기, 사행성 산업 확대 우려와 청소년 이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온라인 발매는 금지됐다.

하지만 공단 측은 온라인 발매 금지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이 허용될 경우 무관중 경기를 통해서라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선수 생계도 기금 조성도 책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행성 확대 우려에 대해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매출 총량’이라는 규제 틀을 통해 사행 산업 확대를 막기 위한 감시망을 끊임없이 유지 중이라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 이를 어길 시 향후 매출 총량이 감소하는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청소년 이용의 경우 휴대전화 실명 인증과 실명 계좌를 연동시켜 놓기 때문에 도용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일찌감치 온라인 베팅이 허용된 스포츠토토도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공단은 온라인 발매를 통해 ‘유해’ 이미지가 강한 장외 지점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단은 일산, 부천, 시흥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30개 이상의 장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장외 지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유해 시설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상황. 지역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장외 지점 철거를 공단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2004년부터 경륜 인터넷 발매를 허용하며 온라인 매출 비율이 12.9%에서 50.5%로 늘었고, 그 사이 장외 지점은 4,545개소에서 2,781개로 줄었다.

온라인 발권이 허용된 스포츠토토, 로또 등 다른 사행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온라인 발매를 주장하는 주요 논리다.

하지만 온라인 베팅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 정보 유출, 타인 명의도용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베팅을 위한 계좌 개설은 현장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타인 명의도용 시 명확한 처벌 기준을 만드는 등 비대면 베팅에서 나올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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