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루 420개 배송 기사, 사망 전 “너무 힘들어요”…한진택배 “지병 탓”

입력 2020.10.18 (16:23) 수정 2020.10.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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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택배 노동자가 또 숨졌습니다. 올해만 10명째입니다.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36살 김 모 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당일 김 씨가 갑자기 출근하지 않자 동료가 김 씨의 자택으로 찾아가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김씨가 과로 때문에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진택배 측은 김씨가 다른 기사들보다 낮은 수준인 200박스 내외의 물량을 담당했다며 평소 지병(심장혈관 장애)으로 숨진 것으로 공식 판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 새벽 4시에 보낸 메시지엔..."집에 가면 새벽 5시, 너무 힘들어요"


KBS는 김 씨가 숨지기 나흘 전(지난 8일) 동료 택배 기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입수했습니다. 메시지 발송 시각은 새벽 4시 28분. 집으로 가는 길에 작성된 이 메시지에는 너무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힘들다며 물량을 줄이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김 씨는 "오늘 420(개)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습니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 해야 해요."라며 "어제도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다"고 말합니다.

새벽까지 일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상황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오늘 배밭골 9시에 들어와서 다 치지도 못하고(배송을 다 하지 못하고) 가고 있어요."라며 "중간에 끊고 가려고 해도 오늘 보셨겠지만 재운(배송을 하지 못한) 것도 많고 거의 큰 짐에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일한다는 게…."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그러면서 "형들이 저 '돈 벌어라.'라고 하는 건 알겠는데 장담하는 데 있다가도 또 똑같이 된다"며 "너무 힘들다"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 노조 "유서와 다를 바 없어 100% 과로사"
노조는 김 씨의 메시지가 유서와 다를 바 없다며 100%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한진택배에서 (하루에) 420개 물량을 배송했다는 건, CJ대한통운으로 치면 800~900개를 담당했다는 뜻"이라며 "한진택배는 배송을 맡는 구역 범위가 (CJ에 비해) 넓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진택배 기사가 420개를 배송한다는 건 다른 기사들도 놀랄 물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1개 동에 CJ대한통운은 기사 5~6명이 투입되는데, 한진택배는 1~2명 정도가 투입된다"면서 "경력 있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CJ가 1시간에 50~60개를 배송할 수 있는데 한진택배는 많아야 30~40개 정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숨진 김 씨의 경우 근무 기간 등을 따져보면 1시간에 30개 정도 배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420개면 12시간이 필요한 건데요. 새벽에 터미널로 출근해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 4시에 배송을 시작한다면 쉬지 않고 일해야 겨우 새벽 4시에 일을 마칠 수 있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씨가 휴일인 한글날에도 근무한 것으로 확인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엄청난 일을 하신 것"이라며 "(메시지는) 유서와 다를 바 없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습니다.

힘들다는 호소에도 물량을 줄일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마음대로 물량을 빼거나 늘리기가 쉬운 구조가 아니다."라며 "(김 씨의 구역이) 안 좋은(힘든) 구역이었을 것이고 거부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1년 3개월 근무했는데 "입직신고 안돼"...한진택배 "파악해서 개선할 것"

취재결과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한진택배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했지만 입직신고가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은 "근로복지공단에 확인결과 숨진 김 씨의 이름으로 입직신고된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는 입사 14일 이내에 입직신고를 해야 하는데 김 씨는 1년 이상 일해왔는데도 상당 기간 법적으로 택배 기사로 분류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한진택배는 "입직신고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의 아버지 이름으로 대리점과 계약이 돼 있던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진택배는 김씨가 숨진 데 대해 "국과수 부검 결과 휴일 자택에서 평소 지병(심장혈관 장애)으로 사망한 것으로 공식 판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씨의 평소 근로 강도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해 본 결과, 김 씨는 "평소 타 택배기사 대비 조금 낮은 수준의 200박스 내외의 물량을 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택배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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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하루 420개 배송 기사, 사망 전 “너무 힘들어요”…한진택배 “지병 탓”
    • 입력 2020-10-18 16:23:02
    • 수정2020-10-18 16:46:44
    취재K
​지난 12일 택배 노동자가 또 숨졌습니다. 올해만 10명째입니다.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36살 김 모 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당일 김 씨가 갑자기 출근하지 않자 동료가 김 씨의 자택으로 찾아가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김씨가 과로 때문에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진택배 측은 김씨가 다른 기사들보다 낮은 수준인 200박스 내외의 물량을 담당했다며 평소 지병(심장혈관 장애)으로 숨진 것으로 공식 판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 새벽 4시에 보낸 메시지엔..."집에 가면 새벽 5시, 너무 힘들어요"


KBS는 김 씨가 숨지기 나흘 전(지난 8일) 동료 택배 기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입수했습니다. 메시지 발송 시각은 새벽 4시 28분. 집으로 가는 길에 작성된 이 메시지에는 너무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힘들다며 물량을 줄이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김 씨는 "오늘 420(개)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습니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 해야 해요."라며 "어제도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다"고 말합니다.

새벽까지 일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상황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오늘 배밭골 9시에 들어와서 다 치지도 못하고(배송을 다 하지 못하고) 가고 있어요."라며 "중간에 끊고 가려고 해도 오늘 보셨겠지만 재운(배송을 하지 못한) 것도 많고 거의 큰 짐에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일한다는 게…."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그러면서 "형들이 저 '돈 벌어라.'라고 하는 건 알겠는데 장담하는 데 있다가도 또 똑같이 된다"며 "너무 힘들다"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 노조 "유서와 다를 바 없어 100% 과로사"
노조는 김 씨의 메시지가 유서와 다를 바 없다며 100%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한진택배에서 (하루에) 420개 물량을 배송했다는 건, CJ대한통운으로 치면 800~900개를 담당했다는 뜻"이라며 "한진택배는 배송을 맡는 구역 범위가 (CJ에 비해) 넓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진택배 기사가 420개를 배송한다는 건 다른 기사들도 놀랄 물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1개 동에 CJ대한통운은 기사 5~6명이 투입되는데, 한진택배는 1~2명 정도가 투입된다"면서 "경력 있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CJ가 1시간에 50~60개를 배송할 수 있는데 한진택배는 많아야 30~40개 정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숨진 김 씨의 경우 근무 기간 등을 따져보면 1시간에 30개 정도 배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420개면 12시간이 필요한 건데요. 새벽에 터미널로 출근해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 4시에 배송을 시작한다면 쉬지 않고 일해야 겨우 새벽 4시에 일을 마칠 수 있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씨가 휴일인 한글날에도 근무한 것으로 확인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엄청난 일을 하신 것"이라며 "(메시지는) 유서와 다를 바 없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습니다.

힘들다는 호소에도 물량을 줄일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마음대로 물량을 빼거나 늘리기가 쉬운 구조가 아니다."라며 "(김 씨의 구역이) 안 좋은(힘든) 구역이었을 것이고 거부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1년 3개월 근무했는데 "입직신고 안돼"...한진택배 "파악해서 개선할 것"

취재결과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한진택배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했지만 입직신고가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은 "근로복지공단에 확인결과 숨진 김 씨의 이름으로 입직신고된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는 입사 14일 이내에 입직신고를 해야 하는데 김 씨는 1년 이상 일해왔는데도 상당 기간 법적으로 택배 기사로 분류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한진택배는 "입직신고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의 아버지 이름으로 대리점과 계약이 돼 있던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진택배는 김씨가 숨진 데 대해 "국과수 부검 결과 휴일 자택에서 평소 지병(심장혈관 장애)으로 사망한 것으로 공식 판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씨의 평소 근로 강도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해 본 결과, 김 씨는 "평소 타 택배기사 대비 조금 낮은 수준의 200박스 내외의 물량을 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택배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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