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형제봉에 반달곰 서식”…하동 산악열차 난항

입력 2020.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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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형제봉 일원지리산 형제봉 일원
■우리가 발견한 시커먼 동물이 정말 새끼 반달곰?!

지난 7월, 경남 하동군 지리산 자락에 산악열차를 운행하고 호텔을 짓는다는 '알프트 하동 프로젝트'를 취재하기 위해 지리산 형제봉으로 향했습니다.

지리산 형제봉 정상으로 가던 중 새끼 반달가슴곰을 발견한 곳지리산 형제봉 정상으로 가던 중 새끼 반달가슴곰을 발견한 곳
해발 천여 미터 쯤 갔을까, 점심 무렵 한가로이 길을 따라 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시커먼 동물을 멀리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취재진은 차를 타고 꼬불꼬불 길을 올라가며 저건 개야 염소야? 갑론을박을 펼치던 중, 꺄악! 울음소리를 내더니 냅다 풀숲으로 도망가는 검은 동물은 새끼 반달가슴곰이었습니다.

그동안 "하동 형제봉 일원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이어진 능선으로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라고 주장해온 환경단체의 주장을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애초 반달곰이 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정부와 하동군이 사업을 추진해 온 터라 현장에서 카메라도 들 새 없이 그렇게 새끼 곰을 보낸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자료제공 : 국립공원공단자료제공 : 국립공원공단
■환경부, "반달가슴곰 실제로 형제봉 일대 활동 중" 공식 확인

그러나 지난 8월 기준 형제봉 일대에 반달가슴곰 네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확인했습니다. 이에 더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위치추적기가 부착되지 않은 반달곰도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형제봉 인근은 참나무가 많이 분포하는 곳으로, 가을철에 더 많은 곰이 모이는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환경부가 279억 원을 투입한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의 결과입니다.

환경부는 "해당 지역은 국립공원 인접 지역으로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등 자연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역으로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경우 입지 타당성 및 환경적 영향 등을 자세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9조, 제22조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경우, 평가서 제출 시 환경영향에 대해 자세히 검토해 사업의 적정성을 협의하겠다는 겁니다.

지리산 형제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경치지리산 형제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경치
■부실한 근거 추진에 '알프스프로젝트' 엎치락뒤치락

해발 천115m에 있는 지리산 형제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예술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하동군은 이 일대를 스위스 산악 관광지인 융프라우처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공과 민자 천6백여억 원을 들여 지리산 자락 악양과 청암면 일대에 산악궤도 열차 15km와 모노레일 5.8km를 놓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리조트형 호텔과 미술관 등도 지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입니다.

당시 하동군이 제시한 추진계획서를 들여다봤습니다. 형제봉 일대에 반달곰이 출현하긴 하지만, 주요 활동범위가 아니라고 밝혀 환경부 자료와 배치됩니다. 더군다나 하동군이 확보한 자료는 한 언론사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오래된 분석자료였습니다.

하동군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환경 단체는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지리산 생태계 파괴 등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게 반대 이유입니다.

자료제공 : 국립공원공단자료제공 : 국립공원공단
특히, 지리산 국립공원과 이어진 능선으로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이며,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9월 진행된 4차 회의에서 반달곰이 형제봉 일원에 활동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환경단체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하동군은 반달곰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의견을 내놨고, 찬반 논란 속에서 사회적 타협 방식인 '한걸음 모델' 과제로 선정해 중재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는 사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이달 말 기획재정부는 지리산 형제봉 현장 답사와 함께 '한걸음 모델 5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형제봉에 반달곰이 서식한다는 환경부의 공식 발표로, 하동 산악열차 산업이 또다시 난항을 겪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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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형제봉에 반달곰 서식”…하동 산악열차 난항
    • 입력 2020-10-20 08:00:13
    취재K
지리산 형제봉 일원 ■우리가 발견한 시커먼 동물이 정말 새끼 반달곰?!

지난 7월, 경남 하동군 지리산 자락에 산악열차를 운행하고 호텔을 짓는다는 '알프트 하동 프로젝트'를 취재하기 위해 지리산 형제봉으로 향했습니다.

지리산 형제봉 정상으로 가던 중 새끼 반달가슴곰을 발견한 곳해발 천여 미터 쯤 갔을까, 점심 무렵 한가로이 길을 따라 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시커먼 동물을 멀리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취재진은 차를 타고 꼬불꼬불 길을 올라가며 저건 개야 염소야? 갑론을박을 펼치던 중, 꺄악! 울음소리를 내더니 냅다 풀숲으로 도망가는 검은 동물은 새끼 반달가슴곰이었습니다.

그동안 "하동 형제봉 일원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이어진 능선으로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라고 주장해온 환경단체의 주장을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애초 반달곰이 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정부와 하동군이 사업을 추진해 온 터라 현장에서 카메라도 들 새 없이 그렇게 새끼 곰을 보낸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자료제공 : 국립공원공단 ■환경부, "반달가슴곰 실제로 형제봉 일대 활동 중" 공식 확인

그러나 지난 8월 기준 형제봉 일대에 반달가슴곰 네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확인했습니다. 이에 더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위치추적기가 부착되지 않은 반달곰도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형제봉 인근은 참나무가 많이 분포하는 곳으로, 가을철에 더 많은 곰이 모이는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환경부가 279억 원을 투입한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의 결과입니다.

환경부는 "해당 지역은 국립공원 인접 지역으로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등 자연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역으로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경우 입지 타당성 및 환경적 영향 등을 자세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9조, 제22조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경우, 평가서 제출 시 환경영향에 대해 자세히 검토해 사업의 적정성을 협의하겠다는 겁니다.

지리산 형제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경치■부실한 근거 추진에 '알프스프로젝트' 엎치락뒤치락

해발 천115m에 있는 지리산 형제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예술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하동군은 이 일대를 스위스 산악 관광지인 융프라우처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공과 민자 천6백여억 원을 들여 지리산 자락 악양과 청암면 일대에 산악궤도 열차 15km와 모노레일 5.8km를 놓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리조트형 호텔과 미술관 등도 지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입니다.

당시 하동군이 제시한 추진계획서를 들여다봤습니다. 형제봉 일대에 반달곰이 출현하긴 하지만, 주요 활동범위가 아니라고 밝혀 환경부 자료와 배치됩니다. 더군다나 하동군이 확보한 자료는 한 언론사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오래된 분석자료였습니다.

하동군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환경 단체는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지리산 생태계 파괴 등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게 반대 이유입니다.

자료제공 : 국립공원공단특히, 지리산 국립공원과 이어진 능선으로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이며,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9월 진행된 4차 회의에서 반달곰이 형제봉 일원에 활동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환경단체하동군은 반달곰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의견을 내놨고, 찬반 논란 속에서 사회적 타협 방식인 '한걸음 모델' 과제로 선정해 중재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는 사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이달 말 기획재정부는 지리산 형제봉 현장 답사와 함께 '한걸음 모델 5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형제봉에 반달곰이 서식한다는 환경부의 공식 발표로, 하동 산악열차 산업이 또다시 난항을 겪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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