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로하는 첨성대?…전시 후 철거 놓고 ‘논란’

입력 2020.10.20 (09:02) 수정 2020.10.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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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역 앞에 파란 비닐에 싸인 대형 조각들이 놓였습니다. 인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설치됐던 첨성대 모양 조형물의 일부입니다. 철거된 공공미술 작품은 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까요.


버려진 자동차 헤드라이트 1,300여 개로 빛을 내 국보인 첨성대를 재구성했다는 이 작품은 한원석 작가의 '환생'입니다. 올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을 위로하자는 취지로 1층짜리 건물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 세워 '힘을 내요, 우리'라는 공공 전시로 진행한 겁니다.

박제유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관장은 "'환생'의 모티브가 된 첨성대는 수많은 국난을 이긴 민족의 힘을 갖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빛을 선물하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시멘트로 모양을 낸 작품은 무게만 22톤에 이릅니다. 서울시는 건물 위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 구조 재검토를 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3일 낮에 진행된 철거 작업에는 대형 기중기가 동원됐습니다. 작가는 전시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서울시가 작품을 무단 철거했다고 주장합니다. 작품의 점등식이 지난 6월 초에 열렸고, 서울시와 최소 6개월 전시를 약속했다는 겁니다. 계약은 지난 1월 한국건축가협회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작가의 소속 에이전시가 체결했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은 다릅니다. 전시 기간이 6개월로 기재된 1월의 계약서는 서울시와 논의 없이 작성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시작이 미뤄지자 이후 다시 계약했다는 것입니다. 이 계약상의 전시 기간은 8월 31일까지입니다. 작품 설치는 5월 중순에 완료됐습니다.

또, 계약서에는 '관람객 및 주변의 반응, 불가항력 등의 사유가 있을 시 발주기관과 협의하여 전시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전시관이 자리한 곳은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5년 전,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이 철거된 곳입니다. 이곳에 다시 우뚝 솟은 모양의 전시품이 들어서서 뒤편의 성공회 성당을 가리자, 일부에서는 경관을 해친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철거 과정에 대한 주장도 엇갈립니다. 작가는 기중기로 작품을 끌어내리기 직전까지 자신에게 일정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선의로 작품을 무상임대했고, 자리가 너무 좋아 기증하고 싶었다"면서도 전시와 철거, 이전 과정에서 상처, 피해만 보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작품 해체 작업 도중에 곳곳이 부서지고 깨졌습니다.

서울시는 "최종 철거는 전시관이 수행하는 것으로 논의됐고, 철거 계획을 세우기 위해 철거 업체 대표가 작가와 방법을 논의하고, 작가도 업체로부터 철거 계획서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둘 사이 소통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울시는 작가 측 에이전시에 받침 제작 및 전시 홍보를 위한 비용을 지급했고, 작품 이전 설치에 대한 비용도 전시관이 해당 업체에 지급 완료했다고 주장합니다.

인도에 놓인 작품 조각들이 보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일부는 차도로 옮겨졌습니다. 공공미술은 말 그대로 다수를 위한 미술입니다. 시각과 선호에 따라서 대중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다수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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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위로하는 첨성대?…전시 후 철거 놓고 ‘논란’
    • 입력 2020-10-20 09:02:29
    • 수정2020-10-20 13:58:51
    취재K
서울시청역 앞에 파란 비닐에 싸인 대형 조각들이 놓였습니다. 인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설치됐던 첨성대 모양 조형물의 일부입니다. 철거된 공공미술 작품은 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까요.


버려진 자동차 헤드라이트 1,300여 개로 빛을 내 국보인 첨성대를 재구성했다는 이 작품은 한원석 작가의 '환생'입니다. 올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을 위로하자는 취지로 1층짜리 건물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 세워 '힘을 내요, 우리'라는 공공 전시로 진행한 겁니다.

박제유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관장은 "'환생'의 모티브가 된 첨성대는 수많은 국난을 이긴 민족의 힘을 갖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빛을 선물하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시멘트로 모양을 낸 작품은 무게만 22톤에 이릅니다. 서울시는 건물 위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 구조 재검토를 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3일 낮에 진행된 철거 작업에는 대형 기중기가 동원됐습니다. 작가는 전시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서울시가 작품을 무단 철거했다고 주장합니다. 작품의 점등식이 지난 6월 초에 열렸고, 서울시와 최소 6개월 전시를 약속했다는 겁니다. 계약은 지난 1월 한국건축가협회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작가의 소속 에이전시가 체결했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은 다릅니다. 전시 기간이 6개월로 기재된 1월의 계약서는 서울시와 논의 없이 작성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시작이 미뤄지자 이후 다시 계약했다는 것입니다. 이 계약상의 전시 기간은 8월 31일까지입니다. 작품 설치는 5월 중순에 완료됐습니다.

또, 계약서에는 '관람객 및 주변의 반응, 불가항력 등의 사유가 있을 시 발주기관과 협의하여 전시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전시관이 자리한 곳은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5년 전,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이 철거된 곳입니다. 이곳에 다시 우뚝 솟은 모양의 전시품이 들어서서 뒤편의 성공회 성당을 가리자, 일부에서는 경관을 해친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철거 과정에 대한 주장도 엇갈립니다. 작가는 기중기로 작품을 끌어내리기 직전까지 자신에게 일정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선의로 작품을 무상임대했고, 자리가 너무 좋아 기증하고 싶었다"면서도 전시와 철거, 이전 과정에서 상처, 피해만 보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작품 해체 작업 도중에 곳곳이 부서지고 깨졌습니다.

서울시는 "최종 철거는 전시관이 수행하는 것으로 논의됐고, 철거 계획을 세우기 위해 철거 업체 대표가 작가와 방법을 논의하고, 작가도 업체로부터 철거 계획서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둘 사이 소통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울시는 작가 측 에이전시에 받침 제작 및 전시 홍보를 위한 비용을 지급했고, 작품 이전 설치에 대한 비용도 전시관이 해당 업체에 지급 완료했다고 주장합니다.

인도에 놓인 작품 조각들이 보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일부는 차도로 옮겨졌습니다. 공공미술은 말 그대로 다수를 위한 미술입니다. 시각과 선호에 따라서 대중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다수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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