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잇단 망언·성추행에도…징계는 ‘경미’

입력 2020.10.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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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총영사관 외교관의 욕설·망언 논란

미국의 주시애틀 한국총영사관 소속의 한 외교관이 공관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 망언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지만, 외교부가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외교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를 종합하면, 주시애틀총영사관 A 외교관은 지난 2019년 부임한 이후 공관 행정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A 외교관은 직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거나, "퇴사를 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등의 폭언을 했습니다. 또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는 등의 발언으로 상대를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이 외교관은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습니다.

공관 직원들은 2019년 10월 이 외교관을 신고했습니다. 폭언을 포함해 예산 유용, 휴가 통제 등 16건의 비위를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감찰에 나선 외교부 감사관실은 피해 직원들로부터 직접 참고인 진술을 듣지 않고 서면으로만 문답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이 외교관이 두 차례 폭언 및 상급자를 지칭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이 확인됐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 외교관은 세 차례의 언행 비위로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를 받았고 주시애틀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태규 의원실 관계자는 "외교부가 비위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경미한 징계를 했다"며 "제보자들에 따르면 감찰이 끝나고 피해 직원들이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LA 총영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 여직원 성추행

주로스앤젤레스(LA)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은 지난 6월 영사관 내 계약직 직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소속 B 씨는 LA 총영사관 고위직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6월 말 회식 자리를 마친 뒤 영사관 내 계약직 여직원을 상대로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습니다.

사건 직후 피해자는 경찰에 B 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7월 중순, 경찰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외교부는 경찰로부터 통보를 받은 이후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뒤 B 씨를 강제 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 동안 사건을 알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경찰 수사 개시 통보 이후에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이 외교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근무 관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B 씨는 7월 말 국내로 복귀 조치됐으며 원 소속인 국정원에서 직무 배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 나이지리아 대사관 한국인 행정직원이 현지인 성추행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에서는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을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대사관의 한국인 행정직원 C 씨는 지난 8월 현지인을 성추행했습니다. 피해자는 제3자를 통해 대사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외교부 본부에도 사건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인태 주나이지리아 대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고 이태규 의원실은 전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관이 아닌 행정직원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해당 대사관에서 내규 방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갑질·성비위 등으로 징계 잇따라…'솜방망이' 지적도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재외공관에서 징계를 받은 외교관은 모두 71명입니다.

직급별로는 공관장이 4명, 고위공무원이 25명이었습니다.

'갑질'로 징계를 받은 외교관은 14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2017년부터 징계 사유로 등장했습니다.

성과 관련된 징계는 9건이었습니다. 성비위로 7명, 성희롱으로 2명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감봉 1명, 정직 4명, 강등 1명, 파면 3명이었습니다.

이 밖에 기밀 유출과 횡령, 예산 집행 규정 위배, 부적절한 처신, 근태 불량 등이 징계 사유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기준 재외공관 근무 인원은 총 1,200여 명입니다.

전해철 의원실 측은 "재외공관 공무원들의 비위 방지를 위해서라도 공무원 복무규정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태규 의원실 측은 "시애틀총영사관이나 나이지리아 대사관의 비위 처리 과정을 보면 외교부가 소극적으로 판단해 솜방망이 징계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외교부 내 공무 기강 해이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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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관 잇단 망언·성추행에도…징계는 ‘경미’
    • 입력 2020-10-20 10:15:31
    취재K
■ 시애틀총영사관 외교관의 욕설·망언 논란

미국의 주시애틀 한국총영사관 소속의 한 외교관이 공관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 망언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지만, 외교부가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외교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를 종합하면, 주시애틀총영사관 A 외교관은 지난 2019년 부임한 이후 공관 행정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A 외교관은 직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거나, "퇴사를 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등의 폭언을 했습니다. 또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는 등의 발언으로 상대를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이 외교관은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습니다.

공관 직원들은 2019년 10월 이 외교관을 신고했습니다. 폭언을 포함해 예산 유용, 휴가 통제 등 16건의 비위를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감찰에 나선 외교부 감사관실은 피해 직원들로부터 직접 참고인 진술을 듣지 않고 서면으로만 문답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이 외교관이 두 차례 폭언 및 상급자를 지칭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이 확인됐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 외교관은 세 차례의 언행 비위로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를 받았고 주시애틀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태규 의원실 관계자는 "외교부가 비위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경미한 징계를 했다"며 "제보자들에 따르면 감찰이 끝나고 피해 직원들이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LA 총영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 여직원 성추행

주로스앤젤레스(LA)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은 지난 6월 영사관 내 계약직 직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소속 B 씨는 LA 총영사관 고위직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6월 말 회식 자리를 마친 뒤 영사관 내 계약직 여직원을 상대로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습니다.

사건 직후 피해자는 경찰에 B 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7월 중순, 경찰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외교부는 경찰로부터 통보를 받은 이후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뒤 B 씨를 강제 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 동안 사건을 알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경찰 수사 개시 통보 이후에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이 외교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근무 관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B 씨는 7월 말 국내로 복귀 조치됐으며 원 소속인 국정원에서 직무 배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 나이지리아 대사관 한국인 행정직원이 현지인 성추행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에서는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을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대사관의 한국인 행정직원 C 씨는 지난 8월 현지인을 성추행했습니다. 피해자는 제3자를 통해 대사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외교부 본부에도 사건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인태 주나이지리아 대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고 이태규 의원실은 전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관이 아닌 행정직원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해당 대사관에서 내규 방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갑질·성비위 등으로 징계 잇따라…'솜방망이' 지적도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재외공관에서 징계를 받은 외교관은 모두 71명입니다.

직급별로는 공관장이 4명, 고위공무원이 25명이었습니다.

'갑질'로 징계를 받은 외교관은 14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2017년부터 징계 사유로 등장했습니다.

성과 관련된 징계는 9건이었습니다. 성비위로 7명, 성희롱으로 2명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감봉 1명, 정직 4명, 강등 1명, 파면 3명이었습니다.

이 밖에 기밀 유출과 횡령, 예산 집행 규정 위배, 부적절한 처신, 근태 불량 등이 징계 사유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기준 재외공관 근무 인원은 총 1,200여 명입니다.

전해철 의원실 측은 "재외공관 공무원들의 비위 방지를 위해서라도 공무원 복무규정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태규 의원실 측은 "시애틀총영사관이나 나이지리아 대사관의 비위 처리 과정을 보면 외교부가 소극적으로 판단해 솜방망이 징계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외교부 내 공무 기강 해이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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