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이재명 “국회 지자체 사무 국감 권한 없어”…정말일까?

입력 2020.10.20 (11:46) 수정 2020.10.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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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이 없다."
"지방정부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는 지방의회가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제, 오늘 열리는 국회 행안위와 국토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주장입니다. 이 지사는 또 "권한도 없이 독립된 자치지방정부의 자치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자료로 요구한다."면서 "내년부터는 힘들어하는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중략)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자료요구와 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언론에서는 이 지사가 국정감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의 표현대로 정말 국회가 지방정보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을 갖지 못하는 걸까요?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글 갈무리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글 갈무리

■ '국감 규정' 자체만 보면 이 지사 주장 맞아…하지만

우선, 경기도는 국회 국감 대상입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국조법) 7조 2항에 따르면 지자체 중 특별시, 광역시, 도가 국회 국감 대상이 됩니다. 기초자치단체와 세종특별자치시는 감사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됩니다. 다만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히 필요하다고 의결할 경우 다른 지자체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사의 범위입니다. 국감 대상이 된다고 해도 모든 사안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한정돼 있습니다. 국가위임사무란 중앙정부가 직접 일을 처리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무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일 넘겨주고 돈을 준 부분에 대해서만 국감을 진행하는 거죠.

반면 중앙정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자치단체 고유의 사무, 즉 '자치사무'에 대한 건은 원칙적으로 국감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자치사무에 대한 견제는 어디서 할까요?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자체 감사기구나 시민감사, 감사원이나 지방의회의 감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어제(19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 요구 자료는 2천 건 가까이 됩니다. 그중의 75%가 자치사무에 해당하는 자료라고 밝혔는데요. 국회 국감의 대상이 아닌 내용에 대한 자료제출을 준비하느라 경기도 공무원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가 존재해 이 지사의 주장이 꼭 맞는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자치사무도 때론 국감 가능…모호한 규정이 일으킨 '예외'

자치사무는 원칙적으로 국회 국감의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 사업으로 인정되면 감사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자치사무 중에서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를 정부 예산 지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나옵니다. 원칙과 예외 조항이 부딪히는 거죠.

국가위임사무와 자치사무가 무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도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는 구분돼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애매한 측면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과거 진주의료원 문제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이자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문제는 지방 고유 사무"라며 국정조사 출석을 거부한 적이 있었는데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해당 논란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뿐 아니라 국감 대상이 된 지자체와 국감을 하려는 국회 간 실랑이는 매년 반복됩니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조는 지난달 말 잇달아 성명을 내고 지방 고유 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지방분권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과잉·중복 감사를 지양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끊이지 않고 있죠.

2001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서울특별시 공무원 등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실시하는 국정감사 70 내지 80% 이상이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것"이라며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낸 헌법소원 사건(2000 헌마663)에서 국정감사 대상과 방법 문제는 "심판을 청구한 공무원들은 자기관련성이 없다. (국감법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정의하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

■ 전문가들 "지자체 국감 제도 개선 필요"

모두 국감국조법이 워낙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자체 국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의 관련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보장해주면서 과도한 중복 감사를 줄여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들이 우선으로 강조하는 건 국가위임사무와 자치사무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겁니다.

한국행정학회는 2017년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중앙-지방정부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국가가 거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독점하는 현재의 국정시스템을 벗어나 지방정부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규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감사는 지방의회나 별도의 감사위원회, 주민참여 감사제도 등을 통해 강력하게 감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국회의 국정감사는 본 취지에 맞게 '국정'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시 국감 체제 도입이나 해당 상임위에서 국정조사권을 상시로 발동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연구원이 발행한 '지방자치단체 감사제도에 관한 주요 이슈 분석'과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감사제도 연구는 지방행정 강화를 같이 고려해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감사원의 외부 감사를 강화하고 별도의 감사관제나 주민 직선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결론]

"국회, 지방정부의 자치사무 국감 권한 없어" 주장은 규정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다만, 현장에서 국가 예산 지원 범위나 내용 규정이 모호해 국가/지방사무 구분 어려워
그 때문에 지자체 국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한편 이 지사는 어제 오후 국회 국감 자리에서 본인의 페이스북 주장으로 생긴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를 안 받겠다는 말이 전혀 아니었다."면서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면) 강제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 이 말씀을 드렸던 거니까 (표현이) 너무 과했다면 용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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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11:46:08
    • 수정2020-10-20 14:36:21
    팩트체크K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이 없다."
"지방정부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는 지방의회가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제, 오늘 열리는 국회 행안위와 국토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주장입니다. 이 지사는 또 "권한도 없이 독립된 자치지방정부의 자치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자료로 요구한다."면서 "내년부터는 힘들어하는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중략)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자료요구와 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언론에서는 이 지사가 국정감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의 표현대로 정말 국회가 지방정보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을 갖지 못하는 걸까요?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글 갈무리
■ '국감 규정' 자체만 보면 이 지사 주장 맞아…하지만

우선, 경기도는 국회 국감 대상입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국조법) 7조 2항에 따르면 지자체 중 특별시, 광역시, 도가 국회 국감 대상이 됩니다. 기초자치단체와 세종특별자치시는 감사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됩니다. 다만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히 필요하다고 의결할 경우 다른 지자체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사의 범위입니다. 국감 대상이 된다고 해도 모든 사안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한정돼 있습니다. 국가위임사무란 중앙정부가 직접 일을 처리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무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일 넘겨주고 돈을 준 부분에 대해서만 국감을 진행하는 거죠.

반면 중앙정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자치단체 고유의 사무, 즉 '자치사무'에 대한 건은 원칙적으로 국감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자치사무에 대한 견제는 어디서 할까요?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자체 감사기구나 시민감사, 감사원이나 지방의회의 감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어제(19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 요구 자료는 2천 건 가까이 됩니다. 그중의 75%가 자치사무에 해당하는 자료라고 밝혔는데요. 국회 국감의 대상이 아닌 내용에 대한 자료제출을 준비하느라 경기도 공무원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가 존재해 이 지사의 주장이 꼭 맞는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자치사무도 때론 국감 가능…모호한 규정이 일으킨 '예외'

자치사무는 원칙적으로 국회 국감의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 사업으로 인정되면 감사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자치사무 중에서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디까지를 정부 예산 지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나옵니다. 원칙과 예외 조항이 부딪히는 거죠.

국가위임사무와 자치사무가 무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도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는 구분돼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애매한 측면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과거 진주의료원 문제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이자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문제는 지방 고유 사무"라며 국정조사 출석을 거부한 적이 있었는데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해당 논란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뿐 아니라 국감 대상이 된 지자체와 국감을 하려는 국회 간 실랑이는 매년 반복됩니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조는 지난달 말 잇달아 성명을 내고 지방 고유 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지방분권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과잉·중복 감사를 지양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끊이지 않고 있죠.

2001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서울특별시 공무원 등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실시하는 국정감사 70 내지 80% 이상이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것"이라며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낸 헌법소원 사건(2000 헌마663)에서 국정감사 대상과 방법 문제는 "심판을 청구한 공무원들은 자기관련성이 없다. (국감법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정의하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

■ 전문가들 "지자체 국감 제도 개선 필요"

모두 국감국조법이 워낙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자체 국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의 관련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보장해주면서 과도한 중복 감사를 줄여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들이 우선으로 강조하는 건 국가위임사무와 자치사무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겁니다.

한국행정학회는 2017년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중앙-지방정부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우선"이라면서 "국가가 거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독점하는 현재의 국정시스템을 벗어나 지방정부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규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감사는 지방의회나 별도의 감사위원회, 주민참여 감사제도 등을 통해 강력하게 감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국회의 국정감사는 본 취지에 맞게 '국정'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시 국감 체제 도입이나 해당 상임위에서 국정조사권을 상시로 발동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연구원이 발행한 '지방자치단체 감사제도에 관한 주요 이슈 분석'과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감사제도 연구는 지방행정 강화를 같이 고려해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감사원의 외부 감사를 강화하고 별도의 감사관제나 주민 직선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결론]

"국회, 지방정부의 자치사무 국감 권한 없어" 주장은 규정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다만, 현장에서 국가 예산 지원 범위나 내용 규정이 모호해 국가/지방사무 구분 어려워
그 때문에 지자체 국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한편 이 지사는 어제 오후 국회 국감 자리에서 본인의 페이스북 주장으로 생긴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를 안 받겠다는 말이 전혀 아니었다."면서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면) 강제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 이 말씀을 드렸던 거니까 (표현이) 너무 과했다면 용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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