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유럽 빅리그 득점 1위의 비결은?

입력 2020.10.20 (15:48) 수정 2020.10.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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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8·토트넘)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등극할 수 있을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만화 같은 상상이었지만, 초반 기세로만 보면 마냥 꿈은 아니다. 현재 손흥민은 EPL뿐 아니라 유럽 4대 빅리그 전체에서 7골로 득점 1위다.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의 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분데스리가의 득점 기계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정도다.

손흥민의 시즌 초반 고공 행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 19 여파로 국가 대항전이 사라져 시즌 준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조제 모리뉴 감독의 부임 2년 차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하지만 이 정도로 꾸준하면서도 폭발적인 골 행진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과연 손흥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손흥민은 올 시즌 유로파리그 포함 총 8골을 터트렸다. 오른발(5골)과 왼발(3골)로 골고루 양발에서 득점이 나오고 있다. 아직 헤딩골은 없다. 페널티킥과 프리킥 득점에도 기대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손흥민의 득점 패턴 변화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 이적 후 꾸준히 득점을 올려왔다. 그 가운데는 후방에서 70m를 내달려 단독 돌파해 골을 터트리는 원맨쇼도 있었고, 페널티 박스 근처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오른발 혹은 왼발 감아 차기로 골대 구석을 강타하는 방식도 있었다.

올 시즌 특징은 상대 최후방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라인 브레이킹'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후방에서 찔러주는 전진 패스를 받아, 순간 시속 35km에 달하는 빠른 발을 앞세워 일자 수비 라인의 오프사이드 전략을 무너뜨리고 골키퍼와 일대일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 득점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득점 방식은 손흥민의 전매특허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하에서도 꾸준히 이런 유형의 골이 나왔다. 하지만 올 시즌 손흥민의 8골 가운데 6골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스켄디야와의 유로파리그 예선 박스 경합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터트린 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두 번째 골을 제외하고는 6골 모두 전진 패스를 이어받아, 자신의 속도를 살려 골을 넣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모리뉴 감독의 전술 변화에서 찾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역할 변형이다. 전통적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케인이 2선에서,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으면서 토트넘 최강의 득점 공식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웨스트햄전 45초 벼락 골이 전형적이다. 위 사진처럼, 케인은 거의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을 잡아 왼쪽 측면에서 전방을 향해 내달리는 손흥민을 향해 공간 패스를 시도했다. 손흥민의 발이 워낙 빨라, 웨스트햄 수비진이 미처 라인을 정비할 수 없었고, 손흥민은 침착하게 수비수 2명을 사이에 두고 골을 넣었다.

케인이 최전방이 아닌 2선 공격수로 처지는 모습은, 단편적이 아니라 90분 경기 내내 지속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토트넘과 웨스트햄 선수들이 공을 잡았을 때의 90분간 평균 위치를 나타내는데, 사진 왼편 토트넘의 포지션을 잘 살펴보자. 해리 케인(10번)의 평균적인 위치가 손흥민(7번)보다 아래쪽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BBC의 분석가인 대니 머피는 "과거 테디 셰링엄처럼, 케인은 전통적 스트라이커인 9번의 역할 외에도 플레이메이커인 10번 역할까지 해내며 9번과 10번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손흥민의 현재 역할은 측면 윙어라기보다는 전방 공격수에 가깝고, 원톱 공격수인 해리 케인과 활발한 위치 교환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해리 케인은 2020~21시즌 7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2개)과 2018~19시즌(4개)의 기록을 벌써 뛰어넘었다. 케인의 '도우미' 재능의 재발견은 확실히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의도한 전술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손흥민-케인 조합은 손흥민이 합류한 2015년 이후 현재 최고 정점을 맞고 있다. 두 명의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합작한 득점이 지난 5년간 28골. 드로그바-램퍼드(36골·첼시), 앙리-피레스(29골·아스널)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주로 손흥민이 도우미 역할을 했다면 이번 시즌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이 둘이 얼마나 많은 득점 기회를 주고받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다만 변수는 이른바 'KBS 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가 자리잡게 될 지금부터다. 베일의 합류가 과연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케인 듀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일단 웨스트햄전 충격의 3-3 무승부라는 결과를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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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15:48:20
    • 수정2020-10-20 15:49:04
    스포츠K

손흥민(28·토트넘)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등극할 수 있을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만화 같은 상상이었지만, 초반 기세로만 보면 마냥 꿈은 아니다. 현재 손흥민은 EPL뿐 아니라 유럽 4대 빅리그 전체에서 7골로 득점 1위다.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의 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분데스리가의 득점 기계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정도다.

손흥민의 시즌 초반 고공 행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 19 여파로 국가 대항전이 사라져 시즌 준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조제 모리뉴 감독의 부임 2년 차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하지만 이 정도로 꾸준하면서도 폭발적인 골 행진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과연 손흥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손흥민은 올 시즌 유로파리그 포함 총 8골을 터트렸다. 오른발(5골)과 왼발(3골)로 골고루 양발에서 득점이 나오고 있다. 아직 헤딩골은 없다. 페널티킥과 프리킥 득점에도 기대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손흥민의 득점 패턴 변화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 이적 후 꾸준히 득점을 올려왔다. 그 가운데는 후방에서 70m를 내달려 단독 돌파해 골을 터트리는 원맨쇼도 있었고, 페널티 박스 근처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오른발 혹은 왼발 감아 차기로 골대 구석을 강타하는 방식도 있었다.

올 시즌 특징은 상대 최후방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라인 브레이킹'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후방에서 찔러주는 전진 패스를 받아, 순간 시속 35km에 달하는 빠른 발을 앞세워 일자 수비 라인의 오프사이드 전략을 무너뜨리고 골키퍼와 일대일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 득점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득점 방식은 손흥민의 전매특허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하에서도 꾸준히 이런 유형의 골이 나왔다. 하지만 올 시즌 손흥민의 8골 가운데 6골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스켄디야와의 유로파리그 예선 박스 경합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터트린 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두 번째 골을 제외하고는 6골 모두 전진 패스를 이어받아, 자신의 속도를 살려 골을 넣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모리뉴 감독의 전술 변화에서 찾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역할 변형이다. 전통적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케인이 2선에서,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으면서 토트넘 최강의 득점 공식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웨스트햄전 45초 벼락 골이 전형적이다. 위 사진처럼, 케인은 거의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을 잡아 왼쪽 측면에서 전방을 향해 내달리는 손흥민을 향해 공간 패스를 시도했다. 손흥민의 발이 워낙 빨라, 웨스트햄 수비진이 미처 라인을 정비할 수 없었고, 손흥민은 침착하게 수비수 2명을 사이에 두고 골을 넣었다.

케인이 최전방이 아닌 2선 공격수로 처지는 모습은, 단편적이 아니라 90분 경기 내내 지속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토트넘과 웨스트햄 선수들이 공을 잡았을 때의 90분간 평균 위치를 나타내는데, 사진 왼편 토트넘의 포지션을 잘 살펴보자. 해리 케인(10번)의 평균적인 위치가 손흥민(7번)보다 아래쪽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BBC의 분석가인 대니 머피는 "과거 테디 셰링엄처럼, 케인은 전통적 스트라이커인 9번의 역할 외에도 플레이메이커인 10번 역할까지 해내며 9번과 10번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손흥민의 현재 역할은 측면 윙어라기보다는 전방 공격수에 가깝고, 원톱 공격수인 해리 케인과 활발한 위치 교환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해리 케인은 2020~21시즌 7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2개)과 2018~19시즌(4개)의 기록을 벌써 뛰어넘었다. 케인의 '도우미' 재능의 재발견은 확실히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의도한 전술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손흥민-케인 조합은 손흥민이 합류한 2015년 이후 현재 최고 정점을 맞고 있다. 두 명의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합작한 득점이 지난 5년간 28골. 드로그바-램퍼드(36골·첼시), 앙리-피레스(29골·아스널)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주로 손흥민이 도우미 역할을 했다면 이번 시즌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이 둘이 얼마나 많은 득점 기회를 주고받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다만 변수는 이른바 'KBS 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가 자리잡게 될 지금부터다. 베일의 합류가 과연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케인 듀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일단 웨스트햄전 충격의 3-3 무승부라는 결과를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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