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도에 ‘정색’한 정부…“통계 내세워 전세난 외면하나”

입력 2020.10.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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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잇단 보도에 '발끈'... 국토부 "전세난은 저금리 때문"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품귀 현상과 전셋값 급등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전세난의 원인은 저금리 때문'이라며 7장이 넘는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줄었다는 내용의 통계를 인용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해당 자료에서 국토부는 먼저 전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현존 계약을 갱신할 때에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 집주인의 의사만으로 월세로 전환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또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법정 전환율 2.5%가 적용되고 보증금 및 월세 증액도 5% 이내로 제한돼 집주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분쟁 상담은 도입 초기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라며 국토교통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접수 건수 통계를 근거로 내놨습니다.


국토부는 '9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5,262건)은 7월(1만 2,090건) 대비 57% 감소했고, 지난해 9월(9,300건)의 절반 수준'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잘못된 통계 인용"이라며 전세 거래량은 예년과 비교해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자료를 왜곡하여 근거자료로 제시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에서 거래량 감소 근거로 제시된 '서울시 부동산광장'의 9월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를 통해 신고된 계약 건수를 현재까지 집계한 자료일 뿐, 최종 확정 수치가 아니다."라며 "9월 계약은 11월에 확정일자 신고를 거쳐 12월에 최종확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8월 서울시 전·월세 거래량(신고기준)은 5만 4천 건으로 전년 같은 달(5만1천 건) 대비 6.8%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전세난의 원인과 관련해서도 "기준 금리 인하가 전세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든 임차인은 수도권보다는 서울, 다세대·연립보다는 아파트 등을 선호하게 됐고 이것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시장 반응은 '싸늘'..."일부 통계 내세워 전세난 외면"

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릅니다. 전세시장의 불안정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지만 최근 1~2달 사이의 급격한 불안은 새로운 임대차 3법의 시행과 관련이 깊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전세난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금리 인하는 올 초에 이뤄졌는데 왜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직후인 8~9월부터 전세난이 심화됐느냐'고 지적합니다. 전세시장의 불안은 저금리뿐 아니라 임대차 3법, 집주인의 월세 선호, 청약대기 수요, 학군 이주 수요, 입주물량, 실거주 의무 강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인데 국토부가 저금리라는 구조적인 원인만을 전세난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라며 국토부가 제시한 '8월 서울시 전·월세 거래량(신고기준)' 통계와 관련해서도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통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가격 변동이 있으면 확정일자를 새로 받기 때문에 해당 통계만으로는 신규 전세계약의 거래량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월세 전환과 관련해서도 "2.5%의 법정 전환율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했을 때는 의미가 없다"며 "지금같이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세입자의 협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법정 전환율보다 높은 전환율로라도 월세로 전환하기로 협의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세입자는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겁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기존의 전세가 반전세 등으로 전환되면서 연장되는 경우에는 거래량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전·월세 거래량만으로 전세 매물이 줄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난의 체감도는 기존 계약자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신규 계약자들의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 두 경우를 분리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국토부가 임대차 3법 관련 분쟁 상담 건수가 줄고 있다며 제시한 국민신문고 민원접수 건수 통계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우선 임대차 3법과 관련된 민원 상담은 국토부 국민신문고뿐 아니라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비롯해 각 지자체 콜센터, 국토교통부 콜센터, LH 콜센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콜센터 등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중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상담 건수만을 근거로 든 것입니다.

실제로 국토부 주장과는 정반대의 통계도 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난 7월 3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는 1만 7,8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1,103건)보다 61%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가 통계만으로는 체감되지 않는 전세시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방어에만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이러한 국토부 해명은 김현미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전세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한 지 불과 3일 만에 이뤄져 더 논란이 됐습니다. "전세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김현미 장관의 답변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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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17:43:42
    취재K

■'전세난' 잇단 보도에 '발끈'... 국토부 "전세난은 저금리 때문"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품귀 현상과 전셋값 급등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전세난의 원인은 저금리 때문'이라며 7장이 넘는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줄었다는 내용의 통계를 인용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해당 자료에서 국토부는 먼저 전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현존 계약을 갱신할 때에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 집주인의 의사만으로 월세로 전환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또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법정 전환율 2.5%가 적용되고 보증금 및 월세 증액도 5% 이내로 제한돼 집주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분쟁 상담은 도입 초기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라며 국토교통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접수 건수 통계를 근거로 내놨습니다.


국토부는 '9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5,262건)은 7월(1만 2,090건) 대비 57% 감소했고, 지난해 9월(9,300건)의 절반 수준'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잘못된 통계 인용"이라며 전세 거래량은 예년과 비교해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자료를 왜곡하여 근거자료로 제시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에서 거래량 감소 근거로 제시된 '서울시 부동산광장'의 9월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를 통해 신고된 계약 건수를 현재까지 집계한 자료일 뿐, 최종 확정 수치가 아니다."라며 "9월 계약은 11월에 확정일자 신고를 거쳐 12월에 최종확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8월 서울시 전·월세 거래량(신고기준)은 5만 4천 건으로 전년 같은 달(5만1천 건) 대비 6.8%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전세난의 원인과 관련해서도 "기준 금리 인하가 전세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든 임차인은 수도권보다는 서울, 다세대·연립보다는 아파트 등을 선호하게 됐고 이것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시장 반응은 '싸늘'..."일부 통계 내세워 전세난 외면"

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릅니다. 전세시장의 불안정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지만 최근 1~2달 사이의 급격한 불안은 새로운 임대차 3법의 시행과 관련이 깊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전세난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금리 인하는 올 초에 이뤄졌는데 왜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직후인 8~9월부터 전세난이 심화됐느냐'고 지적합니다. 전세시장의 불안은 저금리뿐 아니라 임대차 3법, 집주인의 월세 선호, 청약대기 수요, 학군 이주 수요, 입주물량, 실거주 의무 강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인데 국토부가 저금리라는 구조적인 원인만을 전세난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라며 국토부가 제시한 '8월 서울시 전·월세 거래량(신고기준)' 통계와 관련해서도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통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가격 변동이 있으면 확정일자를 새로 받기 때문에 해당 통계만으로는 신규 전세계약의 거래량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월세 전환과 관련해서도 "2.5%의 법정 전환율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했을 때는 의미가 없다"며 "지금같이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세입자의 협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법정 전환율보다 높은 전환율로라도 월세로 전환하기로 협의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세입자는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겁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기존의 전세가 반전세 등으로 전환되면서 연장되는 경우에는 거래량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전·월세 거래량만으로 전세 매물이 줄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난의 체감도는 기존 계약자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신규 계약자들의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 두 경우를 분리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국토부가 임대차 3법 관련 분쟁 상담 건수가 줄고 있다며 제시한 국민신문고 민원접수 건수 통계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우선 임대차 3법과 관련된 민원 상담은 국토부 국민신문고뿐 아니라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비롯해 각 지자체 콜센터, 국토교통부 콜센터, LH 콜센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콜센터 등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중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상담 건수만을 근거로 든 것입니다.

실제로 국토부 주장과는 정반대의 통계도 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난 7월 3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는 1만 7,8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1,103건)보다 61%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가 통계만으로는 체감되지 않는 전세시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방어에만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이러한 국토부 해명은 김현미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전세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한 지 불과 3일 만에 이뤄져 더 논란이 됐습니다. "전세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김현미 장관의 답변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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