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멧돼지 1마리에 100만 원!…ASF 신고 포상제 논란

입력 2020.10.21 (11:13) 수정 2020.10.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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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죽은 야생 멧돼지를 발견하면 얼마나 주나요?
산에서 야생 멧돼지 폐사체를 발견해 신고하면 일단 1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확진 판정을 받으면 포상금은 100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환경부에서 도입한 ‘신고 포상제’ 내용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자 멧돼지를 잡기 위해 환경부가 내놓은 야심작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에서 야생 멧돼지 폐사체 421건이 신고됐습니다. 포상금으로만 1억 3천49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폐사체와 별개로 살아있는 멧돼지를 포획해도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총기나 포획용 틀 등으로 살아있는 멧돼지를 잡아도 1마리 당 2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올해 확보한 야생 멧돼지 관련 포상금만 총 200억 원입니다.

그만큼 야생 멧돼지 방역에 힘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상금을 목적으로 야생 멧돼지를 찾아다니는 주민들입니다.

이달(10월) 14일, 최문순 화천군수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야생 멧돼지 발생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이달(10월) 14일, 최문순 화천군수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야생 멧돼지 발생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 “멧돼지 신고 포상제 중단해야”
이달(10월) 초, 화천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방역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문순 화천군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멧돼지 신고 포상제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최문순 군수는 신고 포상제가 농민들에게는 ‘로또’와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화천에서 신고 포상제를 신청한 주민은 40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6건을 신고했습니다. 멧돼지를 발견한 주소지도 화천군 상서면 부촌리와 화천군 화천읍 신읍리 등 다양합니다. 이 주민이 받게 될 포상금은 300만 원이 넘습니다. 높은 보상금을 노린 주민들이 멧돼지를 찾아 나서면서 양돈 농장주들은 오히려 사람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수색단이 아닌 일반 주민이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너도나도 산에 오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단풍철 산행이 잦아지면서 야생 멧돼지 발생 지역에서 양돈농장으로 오염원이 유입될 우려가 크다며, 양돈농장 종사자에게 접경지 산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양구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양구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


■죽은 멧돼지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퍼뜨리나요?
환경부가 야생 멧돼지 폐사체 수거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멧돼지 사체가 부패하기 시작하면 구더기가 생깁니다. 이 구더기는 산짐승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구더기를 먹거나 폐사체 가까이 접촉한 까마귀나 쥐는 곧 아프리카돼지열병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죽은 멧돼지를 빨리 수습하기 위해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자 신고 포상제를 도입한 겁니다.

물론, 일반 주민 신고에만 기대는 건 아닙니다. 올해 2월부터 환경부 소속 정식 수색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색단 350명은 매일 8시간씩 일반 주민이 오르기 어려운 가파른 골짜기나 야산 위주로 수색을 맡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산 전 환경부 수색단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취재진이 입산 전 환경부 수색단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과 달리 환경부 소속 정식 수색단은 사전에 방역 수칙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특히 예찰 참여자는 예찰 후 최소 48시간 이내 양돈 농가나 축산 관련 시설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사체 처리반은 매몰 처리한 사체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으면 11일 동안 양돈 농가와 축산 관련 시설 출입이 금지됩니다. 사체를 매몰할 때는 입고 있던 옷가지들도 모두 함께 묻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반 주민들과 전문가 사이 방역 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 “현실에 맞게 포상금 조정 검토 중”
환경부는 신고 포상금 제도로 감염 폐사체를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고 포상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올해 접수된 폐사체 2,700여 구 중 37%는 주민들이 찾아냈습니다.

환경부가 공개한 폐사체 신고 및 발견 건수환경부가 공개한 폐사체 신고 및 발견 건수

하지만 주민들이 방역 조치 없이 감염 지역을 드나드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환경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신고 포상제에 논란에 일자 주민 방역 지침을 강화하고 포상금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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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멧돼지 1마리에 100만 원!…ASF 신고 포상제 논란
    • 입력 2020-10-21 11:13:13
    • 수정2020-10-21 11:14:46
    취재K



■산에서 죽은 야생 멧돼지를 발견하면 얼마나 주나요?
산에서 야생 멧돼지 폐사체를 발견해 신고하면 일단 1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확진 판정을 받으면 포상금은 100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환경부에서 도입한 ‘신고 포상제’ 내용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자 멧돼지를 잡기 위해 환경부가 내놓은 야심작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에서 야생 멧돼지 폐사체 421건이 신고됐습니다. 포상금으로만 1억 3천49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폐사체와 별개로 살아있는 멧돼지를 포획해도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총기나 포획용 틀 등으로 살아있는 멧돼지를 잡아도 1마리 당 2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올해 확보한 야생 멧돼지 관련 포상금만 총 200억 원입니다.

그만큼 야생 멧돼지 방역에 힘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상금을 목적으로 야생 멧돼지를 찾아다니는 주민들입니다.

이달(10월) 14일, 최문순 화천군수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야생 멧돼지 발생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 “멧돼지 신고 포상제 중단해야”
이달(10월) 초, 화천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방역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문순 화천군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멧돼지 신고 포상제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최문순 군수는 신고 포상제가 농민들에게는 ‘로또’와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화천에서 신고 포상제를 신청한 주민은 40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6건을 신고했습니다. 멧돼지를 발견한 주소지도 화천군 상서면 부촌리와 화천군 화천읍 신읍리 등 다양합니다. 이 주민이 받게 될 포상금은 300만 원이 넘습니다. 높은 보상금을 노린 주민들이 멧돼지를 찾아 나서면서 양돈 농장주들은 오히려 사람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수색단이 아닌 일반 주민이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너도나도 산에 오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단풍철 산행이 잦아지면서 야생 멧돼지 발생 지역에서 양돈농장으로 오염원이 유입될 우려가 크다며, 양돈농장 종사자에게 접경지 산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양구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

■죽은 멧돼지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퍼뜨리나요?
환경부가 야생 멧돼지 폐사체 수거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멧돼지 사체가 부패하기 시작하면 구더기가 생깁니다. 이 구더기는 산짐승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구더기를 먹거나 폐사체 가까이 접촉한 까마귀나 쥐는 곧 아프리카돼지열병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죽은 멧돼지를 빨리 수습하기 위해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자 신고 포상제를 도입한 겁니다.

물론, 일반 주민 신고에만 기대는 건 아닙니다. 올해 2월부터 환경부 소속 정식 수색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색단 350명은 매일 8시간씩 일반 주민이 오르기 어려운 가파른 골짜기나 야산 위주로 수색을 맡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산 전 환경부 수색단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과 달리 환경부 소속 정식 수색단은 사전에 방역 수칙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특히 예찰 참여자는 예찰 후 최소 48시간 이내 양돈 농가나 축산 관련 시설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사체 처리반은 매몰 처리한 사체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으면 11일 동안 양돈 농가와 축산 관련 시설 출입이 금지됩니다. 사체를 매몰할 때는 입고 있던 옷가지들도 모두 함께 묻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반 주민들과 전문가 사이 방역 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 “현실에 맞게 포상금 조정 검토 중”
환경부는 신고 포상금 제도로 감염 폐사체를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고 포상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올해 접수된 폐사체 2,700여 구 중 37%는 주민들이 찾아냈습니다.

환경부가 공개한 폐사체 신고 및 발견 건수
하지만 주민들이 방역 조치 없이 감염 지역을 드나드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환경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신고 포상제에 논란에 일자 주민 방역 지침을 강화하고 포상금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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